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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 김정희 제2연구실 연구위원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는 전한(前漢)의‘사기(史記)’이래 기전체(紀傳體) 형식으로 이전 왕조의 역사를 편찬하여 이를‘정사(正史)’라 하고, 중화민국 시기에 편찬된‘신원사(新元史)’까지 포함하여‘25사’라 통칭하거나, 정사에 정식으로 편입되지 않은‘청사고(淸史稿)’까지 포함하여‘26사’라 통칭하였다.

제2연구실에서는‘사기’부터‘청사고’까지 전통 시대 중국의 정사에서 외국이나 인근 종족과 관련된 열전(列傳)을 추려‘외국전’으로 정의하고, 2007년부터 장기적으로 외국전 전체를 번역, 주석하여 역주서를 발간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정사 편찬 목적은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통일적 역사인식의 확립에 있었기 때문에 그 체제와 내용에 중국 왕조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특히 외국이나 다른 종족과 관련된 부분은 철저하게 중국 왕조의 시각에서 정리하고 표현했다. 이것은 외국전에 나타난 외국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당시의 실제적 상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중심의 당위적 이념이 크게 반영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국 왕조들이 정사에‘외국전’을 두어 상대적으로 풍부한 기록을 남긴 데 비해, 인접 국가나 종족들은 그들 스스로의 입장에서 정리한 역사 기록을 충분히 남기지 못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정사 외국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연구는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한중관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층위의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는 바로 외국전에 실려 있는 외국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외국 인식의 이념적 원리와 구조를 밝혀내고, 이를 통해 중국 사서에 기록된 한·중관계에 관한 내용이 어떠한 이념적 원리에 의해 서술되었는지 파악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중국 정사‘조선전(朝鮮傳)’은 이미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역주하여 출간하였으므로, 외국전 역주에서 제외하였다.‘ 조선전’이 한국사 및 한·중관계 연구에 매우 중요한 사료임에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중관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국전 전체의 맥락속에서‘조선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할 때 전근대 한국의 대외관계 및 한중관계의 실상을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중국 정사 외국전 전체에 대한 역주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다. 원문의 난해함과 방대한 분량, 걸쳐있는 시공간적 범위를 생각할 때 외국전 전체를 역주하는 일은 결코 용이한 작업이 아니다. 외국전 역주가 중국의 역사인식과 세계인식 연구, 민족문제와 변경문제 연구, 전근대 한중관계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연구 등 관련 분야의 연구기반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학계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여 학문적으로 수준 높은 역주가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역주 결과물은 사기 외국전부터 순차적으로 단행본 형태로 출간할 것이며, 외국전 전체 역주가 완료되면 이를 DB화하고 재단 웹사이트에 올려 전문 연구자와 일반 시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