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현장을 가다
고구려 고도, ‘집안(集安)’
2000년대에 들어 중국 정부는 집안 지역의 고구려 유적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일환으로 진행된 집안 지역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함으로써 가히 집안은 고구려 시대 이후 최대의 발전을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중 간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의 충돌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천 수백 년 동안 묻혀있던 고구려의 실체가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집안 지역에서 발견된 규모가 큰 적석묘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대략 24기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태왕릉, 장군총, 서대묘, 임강묘, 우산992호묘, 우산2110호묘, 산성하전창36호묘, 칠성산211호묘, 칠성산871호묘, 마선2378호묘, 천추총, 마선2100호묘, 마선626호묘 등 13기는 왕릉으로 확정했고, 나머지 11기는 왕릉급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군총은 모두 7층의 피라미드 형태로 쌓아올린 계단식적석묘로 원래의 모습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다. 태왕릉은 장군총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지만 심하게 무너져 일부만 남아있고 무덤 위에서 ‘원태왕릉안여산고여악願太王陵安如山固如岳’이란 글자가 찍힌 벽돌이 발견됐다. 이 두 무덤은 고구려 적석묘 발전 단계에서 후대에 속하는 것으로 무덤의 주인공이 광개토태왕인지 장수왕인지 논쟁이 되고 있다.
집안 지역의 고분 중에서 가장 서쪽인 마선향 끝자락 언덕에는 훼손된 커다란 돌무더기가 보인다. 이 서대묘는 분구의 가운데 부분이 완전히 드러나 있어 학계에서는 전연 모용황의 침입 때 파헤쳐진 미천왕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구하를 거슬러 가면 평지성인 국내성과 짝이 되는 환도산성이 나타나고 그 아래 계곡에는 수많은 무덤들이 펼쳐져 있다. 적석묘와 봉토묘가 뒤섞여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 산성하고분군이다. 형무덤이나 아우무덤과 같은 중대형 적석묘와 ‘왕(王)’자묘, 미인총, 귀갑총 등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벽화무덤들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정비를 마치고 ‘고구려고묘박물관(高句麗古墓博物館)’으로 개장했다.
고광의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