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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시아에서 지역통합이 안 되는 이유
  • 동북아역사재단 이사 이 장 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

최근의 세계추세는 지구화(gli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지구화의 일환으로 유럽에는 유럽연합,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통일기구(OAU), 북미남미에는 미주기구(OAS)가 있어 지역경제협력과 지역통합을 통해 그 지역의 국제정치적 특성과 위상을 국제사회에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는 아시아 전체를 묶어주는 지역통합협력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ASEAN이나 몇 개의 안보지역협력기구가 과거 있었기는 하지만, 질과 양에서 부분적 지역협력에 그치고 있다. 오랜 역사와 귀중한 문화적 전통을 가진 아시아가 19~20세기 유럽 식민지 열강에 의해 갈갈이 분열된 것은 아시아가 단결하고 협력하여 그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유럽 열강의 개방압력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시아의 지역통합이 다른 대륙보다 늦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 이유로 아시아 지역의 광활성, 문화의 지나친 이질성, 경제개발 수준의 심각한 격차 등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원인을 따져보면, 우선 일본이 과거 이웃 아시아 국가에 대한 식민역사청산에 대해 역사적, 국제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등 비협조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젓가락 문화 그리고 유불선 문화를 가진 문화국가로서 현재 아시아의 경제와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동북아의 한·중·일간 정치적 지역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식민역사청산에 협조하지 않는 일본

일본은 식민역사에 대한 국제법적 범죄 인정은 고사하고 식민역사를 왜곡하고 나아가 극우 국수주의로 국제사회의 보편주의를 외면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 아베 신조 수상은 식민지 기간 중 아시아 여성에게 가한 성 노예범죄에 대해 일본정부의 강제개입 증거가 권위있는 국제인권 기구에 의해 충분히 명백하게 이미 수년전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자체를 축소 은폐하고 부인하고 있다. 특히 2007년 4월 12일 네델란드 정부 기록보존소의 기밀 분석에 의하면, “일본군이 물리적이고 폭력적으로 여성을 강제연행하고 위안소에 감금 격리”했으며, “나아가 위안소를 도망친 여성에 대해서는 그 가족에게까지 연좌제를 실시한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는 위의 자료들과 이미 공개된 일본군 문서 및 연합군 기록문서들을 통해서 “일본정부가 군 및 국가 시스템을 통해 위안소를 설치했으며 군의 관리 및 통제 하에 여성들을 연행하고 위안소를 관리 운영했다” 며 “정전 시 상부 명령에 따라 증거를 없애고, 위안부 동원 여성들을 유기 및 살해 하는 등 위안소 제도 입안과 운영 등에 강제성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본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외에도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영토임이 명백한 독도에 대해서도 2005년 2월 22일 시마네현(島根縣) 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한 것을 비롯하여 일본 주요 각료들도 터무니없게 독도 망언을 함으로써 대한민국정부에 대해 비우호적인 행위를 일삼아 왔다. 다시 말해 아시아 지역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의 식민역사청산에 대한 비협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식민역사청산 양태는 같은 전범국인 독일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독일은 우선 나치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웃 국가들에게 사죄하고 손해배상을 과거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나치 전력자들의 공직취임 금지법』을 제정하여 나치전범들의 독일국가의 공직 취임을 철저하게 제한했다. 독일의 이러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유럽 국가들을 감동시키고 신뢰를 획득해분단 독일이 통일 독일로 가는데 협조하게 했다. 현재 통일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의 주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주류들의 역사인식 바뀌어야

그리고 아시아지역협력에 두 번째로 큰 걸림돌은 5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분단체제이다. 국제적으로 탈냉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아직도 낡은 이념적 갈등으로 남북분단은 물론 남한 내에서도 심각하게 남남갈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핵문제가 동북아의 평화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일본이 북한의 핵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를 하는데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대국주의 지향은 중국의 군사적 패권경쟁을 유발하여 동북아전체의 평화를 매우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가 평화통일로 가는 길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한반도의 분단에 대해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반도의 분단체제 해소작업에 협조하기는 커녕 국내정치와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데 분단 상황을 악용하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보지 못하면 현재도 미래도 정확하게 볼 수가 없다는 평범한 역사의 진리를 일본지도층은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의 첫 출발은 일본이 진솔하게 과거 식민 역사 기간 중 저지른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그 희생자에 대한 신속한 법적 책임을 지며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일본을 이끌고 있는 주류 역사주체들의 역사인식이 혁명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제 아시아는 20세기 식민지역사를 조속히 청산하고 아시아 지역통합을 이루어 아시아의 소중한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협력해 아시아인의 우수한 재능으로 21세기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