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침탈사 시리즈2
낭만, 은폐, 망각을 넘어: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일본인들
‘침략자’
메이지유신 이래 조약 개정을 명분 삼아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 노력하던 일본 정부는 무력을 앞세워 1876년 2월, 조선과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했다. 곧이어 ‘부산구조계조약(釜山口租界條約)’을 체결하여 부산 초량항을 일본인 거류지로 설정하였으며, 원산, 인천 등이 차례로 개항되면서 일본인들이 차츰 조선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조선이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한 1905년까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적 욕망이든 제국주의적 침략의 국가적 욕망이든 조선으로 건너와 ‘아래로부터 조선 침략’을 감행했다. 또한 조선 내 거주지인 개항장, 개시장을 중심으로 점차 일본인 사회(거류지회, 거류민단 등)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더 나아가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고자 한 일본 정부를 도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길라잡이 역할을 수행하는 등 조선의 일본 식민지화를 위한 ‘첨병’으로 활약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개항 당시 부산에 54명 남짓에 불과하던 일본인은 1905년 3만 명을 넘어섰고 1910년 강제 ‘병합’을 전후해 2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이들은 조선 침략의 첨병에서 조선 지배의 ‘풀뿌리 식민자’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성현 동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