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된 24절기
2016년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제11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는 총 33개의 종목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 중 5개 종목은 2개 이상의 나라가 공동으로 신청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 해녀 문화’를 단독으로 등재하였고, 매사냥(Falconry)을 17개 나라와 공동으로 등재하였다.
이번에 등재된 대표목록에는 인도의 요가, 벨기에의 맥주 문화, 베트남의 모신 신앙, 타지키스탄의 오쉬 팔라브(Oshi Palav), 우즈베키스탄의 팔로브(Palov) 전통, 그리고 중국의 “24절기(The Twenty-Four Solar Terms)-태양의 1년 주기 운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 발전시킨 중국인의 시간 지식체계와 그 실천”, 일본의 수레축제(Yama, Hoko, Yatai, float festivals) 등이 포함되어 있다.
회의에 참석한 600여 명의 대표는 만장일치로 24절기의 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중국 대표단의 마성더(馬盛德)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4절기는 국제 기상계가 ‘중국의 5대 발명품’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24절기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4절기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4,000년 이상의 잉태기와 성숙 후 2,000여 년의 사용기를 거쳤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 역법의 핵심 내용이다”라고 그 유구성과 계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을 종합해 보면 중국에서는 24절기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을 중화민족 차원의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형문화유산을 이야기할 때 무형문화유산의 전파와 수용, 그리고 상이한 지역에서 유사한 문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요가나 맥주도 발생지에만 머물지 않았고 24절기 문화도 발생지인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 문화의 공통 요소에 가깝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24절기 문화의 가치와 그것의 세계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24절기 문화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과정
먼저 24절기의 대표목록1) 등재 과정을 살펴보자. 중국의 경우 이미 30개 항목이 세계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고 24절기 문화는 31번째 항목이다. ① 구전 전통 및 표현 ② 공연 예술 ③ 사회관습 . 의식 . 절기 행사 ④ 자연 및 우주에 관한 지식과
관습 ⑤ 전통 기술 등 무형문화유산의 5대 영역 중 네 번째 영역에 속한다. 24절기 자체는 민속 항목으로 2006년에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었다. 중국은 2004년에 ‘비물질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가입하였다. 그후 24절기는 중점 신청 항목으로 선정되었고 신청 준비 작업이 진행되었다.
인민일보 등 중국의 언론매체에 의하면 2014년 초 중국 비물질문화 보호 중심의 협조하에서 신청 작업이 시작되었다. 2014년 5월 중국농업박물관을 중심으로 중국민속학회 등 유관조직이 협력하여 ‘24절기 보호 공작조'를 구성하였고 이를 통해 신청서 작성 작업을 진행하였다. 24절기 보호 공작조는 ‘24절기 5년 보호 계획(2017~2021)’을 제정하고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약정하였다. 중국 문화부는 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 업무의 주관 부문이었고 중국 비물질문화유산 보호 중심이 신청의 실시작업을 책임졌으며, 중국사회과학원 등의 전문기구에서 온 전문가가 신청 작업의 학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중국농업박물관과 중국민속학회가 ‘24절기’ 항목의 주요 집단 대표였다. 2015년 3월에 중국은 유네스코에 신청서 본문, 지역공동체의 동의서, 사진과 영상자료 등의 문건을 제출하였다.
24절기의 대표목록 등재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자 중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던 문화부의
마성더는 세계문화유산에 다시 ‘중국부호’를 첨가했다며 “중국 농경문명의 우수한 대표로 영향력이 전국을 뒤덮어 민족, 지역, 문화유형을 넘는다”고 평가했다. 24절기의 등재에 대해 중국의 언론에서는 중국 전통문화의 이름을 해외에 떨쳤다는 식의 보도도 있었고, 유네스코의 정신은 문화유산을 함께 향유하는 것이지 목록 등재가 ‘남보다 먼저 상표를 등록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의 보도도 나왔다.
24절기가 등재됨으로써 중국은 31개 항목을2) 비물질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시킨 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성적은 사실 국가적인 지도 및 지원과 관계가 깊다. 그러한 작업은 국가의 주요 관심사인 소수민족 통합에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엿보인다. 2005~2009년까지 중국 정부는 비물질자료 실물과 자료 29만 건을 수집했고, 문자기록은 20억 글자에 달했으며 촬영도판은 477만 장에 이르렀고 자료는 14만 책에 달했다. 현재 중국 국무원이 비준한 국가급 비물질문화는 1,372항목이고 성급 비물질문화유산은 8,566항목에 달한다. 그중 31항목이 유네스코 ‘인류 비물질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고 7개 항목은 ‘긴급히 보호해야 할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양자를 합하면 38항목에 달하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목을 등록한 국가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24절기 관련 기관과 지역사회는 24절기의 보호와 계승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28일에서 30일에는 중국농업박물관, 안후이성(安徽省) 문화청, 화이난시(淮南市) 인민정부가 공동으로 ‘24절기 보호 전승 학술 연구 토론회’를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의 탄생지인 안후이성 화이난시에서 거행했다. 현재 중국 사회의 24절기 관련 인식과 주요 활동은 중국농업박물관 사이트의 ‘농업박람’ 분야 ‘24절기’ 영역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24절기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와 동아시아적 의미
중국학계 일각에서는 24절기가 하·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인식한다. 하·상 시기에 이미 동지, 하지, 춘분, 추분 등 4개의 절기가 나타났다.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B.C.139년에 편찬한 《회남자》에 최초로 24절기 개념이 완비되어 등장한다. 이 24절기의 명칭과 순서는 오늘날 사용되는 것과 일치한다. 한무제 태초 원년에 반포된 ‘태초력’에서 정식으로 24절기가 역법에 들어가 ‘24절기’의 천문 위치를 명확히 했다. 그러니까 24절기는 이미 2,100년의 역사가 있다.
사실 오래된 것으로 보자면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다. 24절기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자 이집트 언론에서는 24절기와 유사한 역법이 지금으로부터 6,200여 년 전 파라오 시대에 사용되어 기원전 2세기에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중국의 24절기보다 4,000여 년 앞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집트 역법에도 12개월의 명칭이 있고 절기마다 그에 걸맞은 음식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집트의 관련 문화도 지금까지 일부 전승되고 있다 하니 24절기의 오래됨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제한적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24절기가 황하 유역에서 완성된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미래 예측, 특히 기후 변화 방식은 태양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24절기는 음력에 도입된 양력의 요소다. 24절기는 농사에 매우 유용하고 농경문명의 성과를 축적하는 범주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의 국립민속박물관 사이트에서도 24절기는 한국 민속의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농업박물관에서는 24절기보다 ‘농가월령가’를 주목하는 편이라는 점은 중국농업박물관과 다른 점이다. 이러한 양태가 동아시아 전역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기후 환경과 전통의 생업이 전혀 다른 농경정주사회 중국에서 비롯되고 정립된 24절기가 할하 몽골인들에게는 실용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4절기 문화는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편차와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두루 공유하는 문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한·중 인터넷 사용자 간에는 한국이 등재를 신청한 강릉단오제에 대한 치열한 원조 논쟁이 전개된 바 있고, 2012년에는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국가급 대표목록으로 지정한 것을 두고 문화침탈 논쟁이 일었다. 하지만 현재 24절기를 두고는 눈에 띄는 논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24절기가 동아시아 문화에서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24절기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 사회에서는 24절기가 갖는 문화적, 지역적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일부 언론매체에서도 24절기가 중국에만 머물지 않은 문화요소라는 점을 의식했는지 삼국시대 백제에서 ‘원가력(元嘉曆)’을 도입했고 조선 세종대에 《칠정산내편》과 《칠정산외편》을 편찬하여 한양 시간을 기준으로 한 본토 역법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였다. 문제는 한국 학계에서 24절기 등 전통 농업문명의 성과를 동아시아 차원, 글로벌한 시각에서 충분히 연구하고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같은 자료도 미처 한글화하지3) 못했다.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한자문화에서 한글문화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한국 사회는 전통문명과의 단절이 지나치게 커서 구미문화를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컸다고 생각된다. 24절기 문화의 경우도 한국 내부의 것이 정리되어야 주변국 것과 비교할 수 있고 교류할 수도 있다.
중국 사회는 24절기와 관련해서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도시화·산업화의 거센 파도 위에서 위기에 처한 전통문화를 보호한다는 유네스코의 취지에 따라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한 전승 체계를 마련해 가고 있다. 또한 24절기 문화의 본산임을 과시하고 중국 사회의 다원일체성과 민족 통합의 효과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24절기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는 동아시아 차원에서도 일정한 숙제를 안고 있다. 전통시대 동아시아 사회는 상호 소원한 관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교류한 결과 많은 문화 요소를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있는 동아시아 역사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소통 기술의 발전과 교류의 강화로 배타적 민족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상호 이해를 넓힐 기회를 맞고 있다.
1. 2003년 10월 17일 유네스코는 제23회 총회에서 ‘비물질문화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은 2006년 4월 20일 정식 발효되었고,
한국은 2005년 2월 열한 번째로 가입하였다.
2. 기존 등재 내역 : 곤극(昆曲, 2001), 고금(古琴)예술(2003), 몽골장조(蒙古长调, 2005, 중국⋅몽골국 공동 신청), 신장 위구르 무카무(木卡姆)예술(2005), 난징 운금(云锦) 직조 기술(2009), 마나스(2009), 간쑤 활(花儿, 2009), 중국조판인쇄기술(2009), 동족 대가(侗族大歌, 2009), 게싸르(2009), 단오절(2009), 중국 전지(剪纸, 2009), 중국 나무조립 영조기술(传统木结构营造技艺, 2009), 롱취안 청자전통 소제(烧制) 기예(2009), 중국 전각(篆刻, 2009), 마조신앙(妈祖信俗, 2009), 흐미(呼麦, 2009), 서예(中国书法, 2009), 남음(南音, 2009), 러공(热贡)예술(2009), 시안 고악(西安鼓乐, 2009), 티베트극(藏戏, 2009), 선지 전통제작 기예(宣纸传统制作技艺, 2009), 중국조선족 농악무(2009), 중국 전통 상잠사직(桑蚕丝织) 기예(2009), 월극(粤剧, 2009), 경극(京剧, 2010), 중의 침뜸(中医针灸, 2010), 그림자극(皮影戏, 2011), 주산(珠算, 2013)
3. 한글화에 대한 욕구는 24절기에도 엿보인다.(http://productionschool.org/board/COAF/425156) 입춘(봄들기), 우수(봄부름비), 경칩(깨는땅), 춘분(아침봄), 청명(맑은봄), 곡우(씨앗비), 입하(여름들기), 소만(꽃그늘), 망종(씨뿌림), 하지(낮여름), 소서(애더위), 대서(한더위), 입추(가을들기), 처서(가는더위), 백로(흰이슬), 추분(가을저녁), 한로(찬이슬), 상강(찬서리), 입동(겨울들기), 소설(얼음꽃), 대설(함박눈), 동지(밤겨울), 소한(맹추위), 대한(끝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