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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동북아역사재단-유로클리오 국제학술회의가 던진 화두 역사교육에서의 다각적 관점, 희생자, 주변국 형상화와 화해
  • 캐서린 사비츠키Catherine Savitsky (유로클리오 조사위원)

동북아역사재단-유로클리오 국제학술회의가 던진 화두 역사교육에서의 다각적 관점, 희생자, 주변국 형상화와 화해


지난 2018 7 23~24일 이틀간 재단의 유로클리오 초청 국제학술회의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첫날 회의는 역사교육에서의 주변국 형상화, 역사 갈등과 화해, 국경을 초월한 공통 교재 제작 방안이라는 세 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고, 둘째 날 회의는 유로클리오 소속 역사교육자들과 한국의 역사교사들이 국경을 초월한 역사교육 방안을 주제로 토론하였다.


세션1. 역사교육에서의 주변국 형상화

먼저 남상구 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과 마우리치오 리오토Maurizio Riotto 나폴리동양학대 교수는 역사와 정치에서의 타자화 개념 뒤의 이론적 틀을 소개했다. 남 소장은 한국인의 일본관을 소개하며 한국은 일본이 과거 식민 통치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진 반면, 일본은 과거에 대한 한국인의 과도한 비판이 한일관계를 경직시킨다고 생각한다는 인식 차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설문 결과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리오토 교수는 양국 관계에서 한쪽의 과거 입장이 다른 한쪽의 현재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역사교육으로 조성될 수 있는 그릇된 선입견의 위험성과, 그것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구적인 악영향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그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여러 사례를 들며 역사교육에서의 주변국 형상화를 실증하는 데 주력하고, 지나치게 압축된 과거의 역사 기술을 논파하는 역사학자의 역할도 다루었다.


다음은 에알 나베Eyal Naveh 텔아비브대 교수와 나나 츠키스타비Nana Tsikhistavi 올베리아니대 교수가 주변국 형상화에 대한 실제적 시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베 교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역사교육 공통 교재 제작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양국의 역사적 관점을 정리하고 중재와 조정이 수반된 융화 과정은 성공적이었으나, 결국 교육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못하였다고 말하며 ‘성공적인 실패successful failure’로 규정하였다. 츠키스타비 교수는 조지아국의 교과서의 주변국 형상화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며, 역사 서술에서 타자의 형상화 표현을 삭제하고자 2015년에 진행된 ‘역사문화적 대화’ 프로젝트 사례를 발표하였다. 이 세션은 역사교육 속 단순화와 정형화가 빚어낸 편견을 해소하고 과거의 갈등이 현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시민 활동 사례를 제시하였다.


세션2. 역사 갈등과 화해

재단 이병택 연구위원은 다윈의 이론이 어떻게 역사 연구와 실제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강자는 살아남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약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민주화와 자유주의의 현대 시대에서는 소수자, 패배자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이는 패배자들의 여백을 채우기 위한 역사 연구가 더 수행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하였다. 이에 제주도교육청 한상희 장학사는 1948년 제주4·3을 예로 들며 올바른 역사 인식이 교육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화해로 가는 길고 험난한 과정의 시작일 뿐임을 주지시켰다. 이 섹션은 역사 속 승자와 패자, 잊혀진 이야기들, 다른 관점에 대한 인정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점 등 각국이 역사 화해를 위해 고려할 요소들을 논의하였다.


에미나 지브코비치Emina Zivković 세르비아 잭스크초등학교 역사교사와 지하네 유세프 프랜시스Jihane Youssef Francis 레바논 이스트우드국제학교 교사는 역사 화해를 위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역할에 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지브코비치는 옛 유고슬라비아가 실패한 역사 화해와, 당시 역사교육자들의 노력에 관해 설명하였다. 프랜시스는 레바논역사학회가 역사교육 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정부와의 마찰과 소모적 논쟁을 피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며 동 단체가 레바논 전쟁을 교육과정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발표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와 화해해야 한다는 관점이 역사교육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토론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역사적 갈등의 상처를 누가 치유할 수 있는지, 이전 세대의 갈등에 대한 책임이 없는 미래세대가 사과를 하는 것이 공평한지 등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세션3. 국경을 초월한 공통 교재 제작 방안

마지막 주제는 다각적 관점을 반영한 역사교육 공통 교재 제작에 초점을 두었다. 이정일 재단 연구위원이 구미 학계의 동아시아 서술에서 만연한 중국 중심주의를 예로 들며 새로운 동아시아사 연구 시점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다각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역사교육 공통 교재를 비교 발표하며 세계 각국의 상호 이해를 담아낼 노력이 절실하다고 결론지으며, 각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위해서는 가해국의 자기반성과 과오 인정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한 슬로베니아의 마르제타 시프레르Marjeta Sifrer와 독일의 크리스티안 브란다우Christiane Brandau가 역사적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공동 역사교과서 개발 경험을 들려주었다. 시프레르는 유로클리오 주도로 역사교사 260명이 참여한 구舊 유고슬라비아의 ‘이어진 역사History that Connects’ 프로젝트와 이를 통해 탄생한 교재 및 민간 주도 프로젝트의 현실적 한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란다우는 독일과 폴란드 양국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공동 역사교과서 개발 단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과정-비용 조달 방법, 교과 과정 개발, 수위 조절 및 수행평가 방법 등을 공유하였다.


국경을 초월한 역사 교육과 역사 서술에 대한 논의

이튿날인 24일 오전에는 모든 참가자가 참석한 원탁 토론이 펼쳐졌다. 브란다우 위원은 공동 역사교과서 개발이 모든 역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역사 화해의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교재가 실제 현장에서 쓰이지 않더라도 출판 자체로서 성공이라고 역설하였다. 에알 나베 교수 또한 브란다우 위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하는 동시에 정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다시 한번 ‘다각적 관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해자에게는 과오를 인정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후세대의 교육 현장에서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어느 한쪽 입장만을 받아들이거나 고수하는 것은 양국 관계 회복의 걸림돌이 될 뿐이므로 이는 피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야첵 스타니스체스키Jacek Staniszewski는 독일-폴란드의 화해 노력을 예로 들며, 과거의 적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겸손과 용기가 필요한 힘든 일이지만 그 영향은 강력하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인 안병우 한신대 명예교수는 한일 역사학자들의 공동연구 과정에서 오간 수많은 의견과 상호 갈등은 한일 양국의 역사 갈등 극복을 위한 노력의 성과인 동시에 다각적 관점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