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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구미 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검토 학술회의
  • 우성민,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


구미 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검토 학술회의구미 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검토 학술회의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이성제 소장)가 주관한 본 학술회의에는 17인의 집필진과 10인의 토론진이 참여하였다.

이 글은 발표문과 토론문 등을 요약·정리·인용한 것임을 밝히며, 

상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자료집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단은 지난 1210일 구미 학계와 중국 학계의 역사 인식의 차이를 파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 전편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위해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현재 구미 지역에서 출판되는 세계 역사 시리즈 중 가장 권위 있는 영문 출판물로서 중국 학계에도 영향력이 매우 큰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는 구미 학계의 대표적인 중국사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첫 권이 1978년에 나온 이래(10: 청대 후기사(1800~1911)) 201911월에 2이 출간되면서 현재 총 17책이 출판되었고, 최종적으로 4: 수당사(589~906) 분권 2를 남겨두고 있다.

 

구미 학계의 중국사 인식과 한국사 서술 검토 학술회의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 2권의 출간

케임브리지 중국사는 중국사를 가장 방대하고 포괄적으로 다룬 영문 출판물로, 1960년대 후반 구미 학계의 저명한 중국학자 존 페어뱅크John K. Fairbank 하버드대 교수와 데니스 트위쳇Denis Twitchett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주도하여 기획했다. 이 시리즈는 상고 시기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마오쩌둥 사망을 비롯하여 1982년에 이르기까지의 중국 역사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까지 총 17책이 출판된 이 시리즈는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진 주제나 시기 등에 대한 독창적 연구도 담고 있다. 중국사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집필진은 각 시기의 중국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주요 발전상을 다루며, 역사상의 주요 사건을 총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시리즈는 학생과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가 읽고,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최근 출간된 2: 육조六朝(220~589)에서는 부여, 고구려, 신라, 가야, 백제 등 한국 고대사 관련 내용을 다수 확인할 수 있고, 한중 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 외교 관계 관련 내용이 적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이에 재단은 지난 40여 년간 출판되어 온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가 완간을 목전에 앞둔 시점에서 케임브리지 중국사전편의 한중 관계 관련 서술 내용을 포함한 중국사 인식에 대해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공동 연구를 기획하게 되었다. 케임브리지 중국사는 동아시아사에 대해서도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 속에서 기술하고 고대 한국사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서구 학계의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 한국사, 동양사의 각 분야를 대표하여 국내외 학계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낸 중견 학자들로 구성된 발표자에 의해 전체적으로 충실하게 각 권의 기조와 특성, 주요 내용 및 한국사 서술에 대한 동향을 분석하였다. 학술회의의 발표와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두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중 북방 민족에 대해 다룬 「제6책: 정복왕조사」와 『선화요묘벽화(宣化辽墓壁画)』(2001)에 실린 거란 시기의 행렬도(出行图)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이성제 소장)가 주관한 본 학술회의에는 17인의 집필진과 10인의 토론진이 참여하였다. 이 글은 발표문과 토론문 등을 요약·정리·인용한 것임을 밝히며, 상세한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자료집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중 북방 민족에 대해 다룬 

「제6책: 정복왕조사」와 『선화요묘벽화(宣化辽墓壁画)』(2001)에 실린 거란 시기의 행렬도(出行图)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를 통해서 본 구미 학계와 중국 학계의 역사 인식 차이

케임브리지 중국사』 「특권: 선진사에서는 선진 시기 중국사에 관한 전래 문헌 자료 활용과 태도를 기준으로 구분된 의고疑古와 신고信古를 키워드로 삼아 구미 학계 내 논쟁을 다루었다. 중국에서 새롭게 쏟아지는 고고학 발굴 성과로 인해 만연한 국수주의에 영향을 받은 서구 학계의 의고학풍과, 이에 대해 노골적인 편견을 지적하는 신고학풍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1: 진한사에서는 구미 학계와 중국 학계의 역사 관점에 대한 차이점으로 제국천하에 대한 해석에 주목하였다. 중국 학계에서 제국은 불편한 용어로 이는 20세기 초반, 반식민지에 빠진 중국 지식인들에게 강한 반제국주의 의식과 연결된 입장이 논의되었다.


2: 육조六朝(220~589)에서는 중국 학계와 국내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북방민족 5가 세운 516국시대와 북위北魏, 동위東魏, 서위西魏, 북제北齊와 북주北周로 교체된 북조, 동시에 남조에 해당하는 육조六朝(·東晉····)시대를 위진남북조라고 부르는데, 이 시대를 육조로 규정하는 것은 구미 학계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중원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정복 통치했던 북방민족의 제국인 거란, 탕구트, 여진, 몽골을 정복왕조사로 명명한 6: 정복왕조사는 기존의 한족 중심적 시각을 비판하고 북방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다루었다.


7: 명사(1)에서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계급사관에 대한 비판이 매우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신청사론新淸史論(한족이 아닌 만주족을 청대 역사의 주체로 강조하고, 청과 현대 중국을 구분하여 이해하려는 학설)을 둘러싼 중국 학계의 논쟁과 부정적 반응에 대해서는 9: 청사(1)에서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신청사보다 먼저 출간된 10: 만청사에서도 내륙 아시아 속에서 청조를 바라보고 있음이 큰 특징으로 제기되었다.


한편, 서구 학계에서 진행되던 중국 연구를 둘러싼 시각 전환의 움직임을 반영한 12: 만청사에서는 정체된 중국 문화가 서구와 접촉하며 변화했다는 페어뱅크의 충격-반응론에 대한 중국의 반박·조정에 관한 해석에 주목했다. 13: 중화민국사에서는 충격-반응론의 외부 대 내부의 틀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대륙 중국에서 상대되는 하위 전통으로서 해양 중국에 주목하는 등 중국인의 주체성과 다원성, 그 역사의 연속성을 설명하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15: 중화인민공화국사에서는 수정주의적 가능성의 모색과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 등이 주요 논제로 제기되었다.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에 반영된 한국사 서술과 시사점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의 각 권별 한국사에 대한 서술은 단편적이고 소략하다는 견해가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이는 편찬한 시기의 각 집필진 및 서구에서 동아시아사를 전공한 이들 대다수가 언어상 제약 때문에 중국과 일본 학계의 성과나 시각을 통해서만 한국사에 대한 인식·지식을 간접적으로 형성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케임브리지 중국사에 서술된 한국사에 대한 시사점은 무엇인지 검토하였다. 1: 진한사편의 경우 고대 진한 시기의 한반도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최근 출간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진한 편에는 한국사와 관련된 인식이 거의 없다는 점을 비교해 보면 한국사에 대한 서구 학계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3: 수당사에서는 수당 시대의 일본, 토욕혼, 돌궐, 고구려, 회흘, 거란, 발해, 남조 등이 모두 국제 관계에 속하는 것을 명확히 했음을 밝히고 있다. 고구려의 국가적 성격이나 위상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나, 발해를 그 시대 상황으로서 현대 중국과 다르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 명사(2)에서는 명과 조선의 조공 체제 관련 서술에서 비록 중국적 세계 질서를 강조했지만, ‘조선이 자주를 추구했다고 기술한 것은 명대 한중 관계의 속성을 잘 응축한 설명이라고 평가했다. 이 책에는 한반도의 고려와 조선 왕조 교체를 다룬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9: 청사(2)에서는 대외 관계 파트가 한국 학자에 의해 쓰여진 것을 밝히면서, 청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중요한 만큼 조선에 비친 청의 모습도 중요함을 지적하며 인식의 전환에 관하여 명시했다. 이 책은 조선과 청이 맺은 질서가, 이전에 조선과 명이 맺은 질서와 매우 다른 독특한 만주 중심의 질서였음을 강조했다.


11: 만청사에서는 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난 뒤 일방적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한 피해자로 서술된 점에 대해 지적했다. 청과 일본이 조선을 두고 각축하는 과정에서 청이 조선에 군대를 주둔 시켜 제국주의를 답습한 측면을 배제한 것이 문제라는 점을 밝혔다.


 

당토명승도회(唐土名勝図会) 巻3, 燈市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표지 삽화 ⓒ와세다대학도서관

당토명승도회(唐土名勝図会) 巻3, 燈市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 표지 삽화 ⓒ와세다대학도서관

 

 

향후 구미 학계와의 학술 교류 활성화를 기대

케임브리지 중국사 논평에 참여한 집필진들은 이 책이 발간된 지 4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학술적 가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각 권에 대한 논평을 통해 구미 학계와 중국 학계의 시각과 역사 인식의 차이 및 대립, 문제점 등이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같은 구미 학계 내에서도 충돌하는 서로 다른 의견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서구 학계와 중국 학계의 간극과 갈등이 빚어낸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2002년에 출간된 9: 청사(1)에 이어 2016년에 9: 청사(2)가 출간된 것처럼 일부 집필진(미국 학자)이 중국 학계의 관점에 동의하거나, 중국 학계가 강하게 반박하는 이론에 관해 반응하는 사례도 있었다. 동시에 중국 학계는 서구 학계를 상당히 의식하고 있으며, 중국 학계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서평이 지속해서 발표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는 미·중 갈등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모두를 이해하는 지침서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의 대외 관계를 검토하는 가운데, 어떤 화두와 주제로 중국사와 연결되는지가 동아시아해당 국가의 인상과 정체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는 매우 중요한 관점이 제시되었다. 이어 구미 학계에서 한국사와 관련된 부분을 서술할 때 한국사에 관한 연구 성과가 많이 인용될 수 있도록 국내 학계와 재단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학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한 데 모아졌다는 점도 이번 학술회의가 거둔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학계의 시대별 분과 학회에서 케임브리지 중국사시리즈에 대한 공동 번역과 연구를 지속하면서 앞으로 중국사 속 한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동아시아사 속 한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기된 점 또한 학제 간 협력과 소통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논의된 의견들을 잘 정리하고 반영한 단행본이 출간되어 많은 연구자는 물론 대중도 구미 학계의 중국사와 한국사 인식에 대한 이해를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케임브리지 한국사시리즈의 발간에도 일조하여 국제 학계에서 한국사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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