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두 초상(출처: 위키피디아)
민속자료 수집을 위해 조선에 파견된 버나두
올해는 한미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개화기 한미관계를 선교사 및 의료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조선에 파견된 미국 정부 소속 외교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해군 무관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의 조선 답사기인 『화륜선을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를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도 2021년에 발간된 바 있다. 필자는 재단과 영남대 독도연구소가 2월 28일에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미수교 직후 조선을 방문한 해군 무관인 버나두(John Baptiste Bernadou, 1858-1908)와 그가 수집한 지도인 「해동전도(海東全圖)」, 그리고 그 지도 속의 독도에 대해 발표했다. 이 글에서는 심포지엄에서 필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버나두가 수집한 「해동전도」 (출처: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전 세계의 민속자료를 수집해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을 설립하고자 한 미국 정부는 스미소니언 협회에 미국 국가 박물관(USNM, United States National Museum) 프로그램 운영을 맡겼다. 해군 장교였던 버나두는 1882년에 이 프로그램에 배속돼 박물관 표본 수집 방법을 교육받았고, 1884년 3월에 조선으로 보내졌다. 1884년과 1885년 동안 버나두는 조선에서 가구, 그림, 농기구, 도자기, 수공예품, 악기, 의복, 장신구, 직물, 판화, 서적 등 다양한 조선의 민속자료 160여 점을 수집했다. 이들 자료는 현재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버나두 콜렉션(The Bernadou Korean Collection, 1884-1885)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자료 가운데에는 오늘 소개할 「해동전도」를 포함한 지도 자료도 11점이 있다.
한글과 한자로 지명이 기재된 「해동전도」 속 독도
버나두가 수집한 「해동전도」1)는 당시 서울 머무르고 있던 프랑스 선교사인 블랑(Marie Jean Gustave Blanc, 1844-1890) 주교가 소장하고 있던 19세기 중반에 제작된 지도를 모사한 것이다. 이 지도는 18세기 중반에 한반도의 형태를 실제와 가깝게 최초로 그린 정상기의 「동국지도」 계통이다. 그러나 이 지도가 기존의 지도들과 다른 점은 지명이 한글과 한자로 병기돼 있다는 점이다. 버나두의 기록에 의하면 서구인들이 조선의 지명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자 지명 뿐 만 아니라 정확한 한글지명 또한 파악해야 했다. 이에 그는 모사본 지도 작성 시 한글을 추가로 기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상기의 「동국지도」 계통 조선 고지도 중 한글과 한자가 병기된 사례로는 이 지도가 첫 사례다.
한편 독도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이 지도에 우산도(于山島)가 한글 및 한자로 ‘ᄌᆞ산·子山’이라 표기돼 울릉도 동남쪽에 약 1/3 크기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우선 독도 표기에 있어서는 여러 고지도들에서 우산도 뿐 만 아니라 한자로 유사한 글자인 천산도(千山島), 자산도(子山島), 간산도(干山島), 방산도(方山島)라고 쓰인 사례가 보인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반적으로 우산도의 오기(誤記)로 설명되며, 「해동전도」의 자산도 또한 그렇게 보인다. 다만 안용복이 일본에 건너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밝힐 때 명칭을 자산도(子山島)라고 표현한 것은 자산도를 우산도의 별칭(別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향후 이와 관련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영국국립도서관에 소장된 「됴선뎐도」 (자료: 영국국립도서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린 버나두의 글 (자료: 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실린 「해동전도」 (자료: 내셔널지오그래픽)
아울러 「해동전도」에 그려진 독도의 위치 및 또한 기존에 알려진 정상기의 「동국지도」 계통 지도와 약간 다르다. 즉 정상기의 「동국지도」에는 우산도가 울릉도의 동쪽에 그려졌지만, 버나두가 수집한 「해동전도」에는 동남쪽에 명확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그 크기도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독도가 그려진 지도에는 영국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됴션뎐도」가 있다. 이 지도 또한 개화기에 작성된 지도이다. 현재까지 이 두 장의 지도에 독도가 정상기의 「동국지도」와 다르게 기재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19세기 후반기 동안 독도에 대한 인식이 보다 명확해져 갔음을 보여준다. 추가적으로 「해동전도」에는 울진과 울릉도 사이에 수로(水路) 표시를 해 조선정부의 울릉도 수토(搜討) 활동도 표현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소개된 「해동전도」
조선에서 민속자료 및 지리 자료 수집을 마친 버나두는 1886년 미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그는 미국 해군 정보과에 배속돼 근무했다. 주목할 점은 1890년에 그가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에서 조선에 대한 강연을 했고, 그 강연문을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Magazine)』 1890년 8월호에 ‘조선과 조선인(Korea and the Koreans)’라는 글로 수록했다는 점이다. 이 글에는 조선의 지명과 지도, 그리고 인문 및 자연지리 전반에 대한 내용이 소개돼 있으며, 조선의 지리를 설명하기 위해 「해동전도」를 포함한 3장의 지도를 게재했다.
특히 「해동전도」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들로 구성된 조선의 영토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런 버나두의 글과 지도를 통해 미국 정부 및 학계 나아가 대중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생겼고, 어떠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해동전도」는 조선의 영역(領域)에 독도가 명확하게 포함된다는 점을 미국인들이 인식하게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독도연구 위한 해외자료 수집의 필요성 재확인
이 글에서 필자는 2021년 재단 기획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이뤄진 해외 소장 고지도 조사사업의 결과로 새롭게 발굴된 「해동전도」에 대한 연구 성과를 간략히 소개했다. 이 연구를 통해 「해동전도」가 버나두에 의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에 소개돼 미국인들이 독도를 조선의 영토임을 인식하게 됐는가가 밝혀질 수 있었다. 필자는 2019년 이래 해외 고지도 자료 수집을 진행하면서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및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에서 펠란의 「조선전도」, 라틴어본 「조선전도」 등을 새롭게 발굴한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운 독도관련 자료는 해외에서 발굴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필자는 향후에도 독도영유권을 강화시킬 수 있는 해외 사료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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