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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2
일본의 국경인식과 영토민족주의 - 누가 일본의 경계를 지키는가? -
  • 석주희 재단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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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인해 중국인들은 후이저우시 정부 근처에서 항일 시위를 벌였다(2012.9.16.)


  2023112일 아침 640. 도쿄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 거리에 있는 미야코지마(宮古島)에 자민당 국방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도착했다. 입국장에는 자위대 시설에 반발하는 시민들과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미야코지마는 최근 일본 정부에서 자위대 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민당 의원들은 미야코지마 시찰이 기시다 내각의 방위비 증액을 위한 지원 활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면에는 변방의 섬에서 국가 전략의 요충지라는 영토인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해양영토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단기간에 마련했다. 2007년 해양기본법을 제정하고 이어서 2008년부터 5년마다 해양기본계획을 발표하도록 했다. 2013년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설치하고 2018년에는 독도와 남쿠릴열도, 센카쿠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관련 영토·주권전시관을 개관했다. 2020년에는 영토·주권전시관을 기존보다 약 7배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이처럼 일본은 불과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법과 제도, 관련 기관 을 정비하며 해양영토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그 배경에는 자민당 주도의 초당파적 협력과 우익단체의 활동이 자리한다.


자민당과 초당파적 정치연맹, 섬나라에서 해양대국


  자민당은 200739일 해양기본법 관계합동회의를 개최하고 해양기본법안을 승인했다. 200743일 중의원에서 자민당공명당민주당공산당국민신당이 찬성해 통과했으며 같은 달 20일에 열린 참의원에서 다수 찬성으로 해양기본법이 가결되었다. 중의원에서 참의원까지 법안이 통과해 시행되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90여 일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기본법은 섬나라 일본에서 해양대국으로 향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해양기본법 이후 일본은 해양정책대강을 발표하고 해양기본계획을 책정하고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신설하는 등 관련 행정조직을 정비했다. 2013년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설치한 이래 독도, 남쿠릴열도, 센카쿠 제도를 연계해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의원들이 연합해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이하 영토의련)’ 활동을 하고 있다. 영토의련은 2004년에 독도와 센카쿠 제도, 남쿠릴열도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파 의원연합체로 결성되었다. 현재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자민당 중의원 의원(衆議院議員)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입헌민주당 국회의원도 다수 포함 되어 있다. 영토의련은 초중고 학습지도요령개정에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시마네현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 도쿄에서 개최하는 북방영토의 날행사에 매년 참석한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해양영토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도 한다.


민족파 우익과 영토민족주의


  일본에서 우익은 역사·영토 이슈와 관련해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북방영토의 날이나 소위 다케시마의 날행사장 주변을 둘러싸고 가두시위를 주도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이외에도 해양영토와 관련해 특정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 대사관 앞, 국회의사당, 주요 역 앞에서 전용차량을 이용해 확성기를 틀고 시위를 했다. 2021년도 일본 경찰백서에 따르면 한국과 관련해 우익이 동원한 단체 수는 약 1,100개로 동원 인원은 약 2,330, 차량 수는 약 930대에 이른다고 한다. 우익시위는 대부분 차량이 동원되는데, 한 대당 2~3명이 승차한다.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우익단체 대부분은 1960년 전후에 결성되었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통적인 우익단체 대부분은 공직추방과 정치단체 해산 명령으로 해체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미소 냉전과 반공산주의를 명분으로 우익단체가 새롭게 조직, 재편되었다. 1960년대는 민족파 우익이 본격적으로 결성되었다. 이 시기 일본은 미일안보조약을 둘러싼 전후 최대 규모의 안보투쟁이 발생했으며 보수와 혁신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고도경제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일본 우익은 폭력단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책지향의 우파계 정치단체로 전환을 모색했다. 1989년 일왕의 죽음 이후 우익은 역사수정주의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1995년 전쟁 패배 50주년을 맞아 일본 사회 전반에 전후책임(戰後責任)’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자 우익이 앞장서서 거세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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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 댜오위다오 열도. 중국 해안 경비대(CCG) 3000T급 근해 순찰선(2017.5.19.)


일본의 우익은 왜 영토와 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가?


  대부분의 일본인은 일본의 국경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한다. 국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자 2017년 내각부는 국경의 섬 헌장을 발표하고 일본의 국경에 가자는 캠페인을 실시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영토 문제는 다루기 어려운 과제다. 일본은 중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센카쿠 제도 관련 논의는 다나아게(미뤄두기)’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했다.

  반면 우익은 일본의 영토 주권과 관련해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우익은 국가가 해결하지 못하는 영토 문제를 대신해 처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우익은 독도와 남쿠릴열도, 센카쿠 제도는 제국 팽창기에 획득한 것으로 반드시 영토를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익은 거리의 시위를 통해 상대국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미해결인 국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한다. 우익은 자신들의 활동이나 시위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우익활동을 하다가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궁극적으로 영토 문제에 대해 우익이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 국내 여론을 확산시켜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것이다. 일본의 국경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낮으며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둘째는 정치적 행위나 정치가를 통해 국가 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며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다. 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의 장에서 관련 국가와 교섭해야 한다. 자국의 국민을 향해 자기만족적인 주장만을 되풀이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다.

  시마네현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행사에는 매년 가두선전 차량을 보내는 야마토주쿠(大和塾)를 비롯한 우익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야마토주쿠는 오카야마현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소규모 조직이나 타우익단체와 연합해 활동하고 있다. 야마토주쿠는 19594월에 결성한 일본 최대 우익단체 연합체인 전일본애국자단체회의(全日本愛国者団体会議) 추고쿠 지역 대표[中国地区長]. 이들은 행동우익으로 불리며 검정색 차량에 일장기를 부착하고 스피커를 매달고 가두선전의 형태로 거리에서 시위를 한다.

  센카쿠 제도와 북방영토반환과 관련된 대표적인 우익단체로는 일본청년사(日本青年社)가 있다. 일본청년사는 1961년 반공산주의를 내세우며 도쿄 하치오지시에 본부를 설립했다. 일본청년사는 1978년 댜오위다오 등대 설치를 주도했으며 2005년 일본 정부에 이양했다. 그리고 센카쿠 제도 관련 요청서를 작성해 일본 수상과 외무장관에게 제출하거나 중국에 항의문을 발송하고 있다. 일본청년사 역시 국가를 강조하며 국가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민간단체가 대신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청년사 멤버 대부분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의원이 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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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경에 가자' 캠페인 슬로건(출처: 일본 정부기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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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시위현장(필자 촬영)


해양영토 관련 체계적 전략 필요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해양을 둘러싸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일본에서는 정부 주도로 종합적인 해양관리와 성청(省庁) 간 연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영유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자민당이 주도하는 초당파적 국회의원 연합인 영토의련과 전후 결성된 우익단체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영토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자국의 영토권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인 한계도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 우익은 소음을 유발하며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불청객이다. 일본인들에게 시위 차량을 몰며 위협하는 행동우익은 야쿠자(폭력단체)라는 오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경찰백서에는 우익단체의 한 해 시위 수, 검거자 수가 명시되어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단체로 법적 조치를 받는 것이 일본 우익의 현 주소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 지자체와 정부 간 불협화음도 포착된다.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시마네현 지사는 소위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한 지역 신문인 산인신문(山陰新聞)과의 인터뷰에서 진전이나 개선이 보이지 않는 영토문제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18회 소위 다케시마의 날기념식에서 이케다 고세이(池田高世偉) 오키기성동맹회장(隱岐期成同盟會長)부디 이 문제를 정부에서 가져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위 다케시마의 날조례를 제정한 지 18년이 경과한 지금 시마네현이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센카쿠 제도를 둘러싼 중일 영유권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독도와 동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해양영토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전략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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