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독도연구소 10년의 평가와 미래를 위한 제언, 독도연구소에 바란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깊은 골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가장 깊은 바다의 수심이 2,985미터라고 한다. 그런데 이 바다의 골보다도 더 깊은 골이 바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독도 문제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많은 골이 있다. 일본은 임진왜란이라고 하는 침략 전쟁을 통해 우리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도쿠가와(德川) 막부는 조선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고, 17세기 일본 어부들의 울릉도 불법 도해로 잠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역시 안용복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활동으로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다 메이지유신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하더니 20세기 초에는 외교권에 이어 국권까지 빼앗고 이를 되찾겠다고 하는 수많은 사람을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몰아넣기도 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통해 승리감에 도취되더니 마침내 미국과 전쟁을 벌여 아무 관계도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전쟁의 총알받이 또는 군인들의 노리개로 끌고 가 죽음을 맞게 하거나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태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접 국가 사이에는 좋은 관계보다 나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로 사과하고 협조하며 과거의 골을 메우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정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점점 깊어지는 골
한반도 침탈의 첫 희생물이었던 독도가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으로 반환되자, 일본은 끈질기게 독도를 일본 땅으로 해달라고 미국을 졸라댔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한국이 북한과의 전쟁으로 곤경에 처한 틈을 타 독도 영유권 논쟁을 유발하더니, 국제사법재판소로 이 문제를 가지고 가자며 압박하기까지 했다. 이후 양국 간의 국교 재개로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일본 의회의 질문을 핑계로 외상, 법무상 등이 주기적으로 망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는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여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까지 단절시켰다. 이후 초·중·고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왜곡된 내용을 수록하기 시작했고,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인들이 도발을 할 때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소각하고 함성을 질러대더니, 독도 합동 방어 훈련에 이어 대통령이 불시에 독도를 방문함으로써 갈등의 골을 키워왔다.
독도연구소의 발족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08년 독도연구소를 발족시켰으며, 10년이 지난 현재 독도만을 연구하는 곳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구소로 발전하였다.
그동안 독도연구소는 수많은 단행본과 연구 논문, 부교재 등을 생산하였고, 「영토해양연구」와 「The Journal of Territorial and Maritime Studies」를 정기간행물로 발간함으로써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고,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독도 영유권을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환경의 변화
그런데 독도 문제와 유사한, 인접국 사이의 섬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한국과 일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해양의 영토화’라고 하는 패러다임 변화로 작은 섬이나 암석의 가치가 증대되기 시작하자 이들을 둘러싼 갈등이 세계 도처에서 표면화·가시화되기 시작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2년에 유엔해양법협약을 채택하였지만 섬이나 암석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다양한 해결 방법이 모색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국제 재판을 통한 해결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페드라 브랑카암석(말레이시아/싱가포르), 리기탄섬 시파단섬(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하니시섬(에리트리아/예멘), 하와르섬(바레인/콰타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상 일부 암석(필리핀/중국)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아시아권에서도 국제 재판에 의한 해결이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이 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교육하는 데에만 진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새로운 방법의 모색
일본의 경우야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이들의 관심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왜 우리 땅인지 일본이 어떻게 침탈해갔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이 교육을 하니까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식으로, 지금까지 대칭적인 정책만을 펼쳐 왔다.
그런데 국제 재판은 자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고수해 온 정책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개인 간의 문제나 국가 간의 문제를 재판으로 해결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진 쪽이 재판에 수긍하지 않으면 그 골이 더 커지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적인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마냥 재판을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라고 할 수는 없다. 몽골군이 쳐들어오는데 부처님의 힘으로 이를 막겠다고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것이나, 이미 멸망한 명나라의 황제를 제사 지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청나라의 침략을 자초한 것 등은 모두 국제 환경의 변화에 무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똑바로 갈 수 없으면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과 일본이 이 문제를 재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관계가 좋아야 한다. 공동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거나 시민단체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한 후, 이를 바탕으로 7광구, 일본군 ‘위안부’, 동해와 남해의 중간수역 등 양국 간의 갈등 요소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서 어느 것은 양보를 하고 어느 것은 양보를 받는 식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독도연구소가 이를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나아가 한일 간의 국민
김병렬(국방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