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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제17차 IHO 회의 결과 평가와 전망 '동해' 정당성 국제사회에 재확인 냉철하고 현명한 체계적 대응 필수
  • 제3연구실 행정원 황성준

5월 7일 모나코에서 제17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개막되었다. 2002년 제16차 총회에 이어 올 총회에서도 동해명칭에 대한 논쟁이 중요 아젠다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서는 표기명칭 논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번 총회에서보인 관련 국가들의 입장, 주요 쟁점, 국제사회의 동향을 소개하고 금번 총회 결정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동해 표기의 역사적 배경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일간 논쟁의 시발점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수로기구(IHO)는 해도와 항해 관련 참고 문서의 일관성, 통일성 추진의 일환으로 1929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초판을 발간, 바다지명의 표준화를 추진하였다. 이 책자는 이후 1937년에 2판, 1953년에 3판이 출간되었으나 동해수역을 모두 일본해로 표기하여 오늘날 동해 수역이 '일본해'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의해 주권을 침탈당하여 국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에 동해 표기 문제는 불행한 역사의 산물로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다. 이후 IHO는 지난 50여 년 동안 사용되어온 제3판(1953)을 개정하기 위하여 2002년 16차 총회에서 4판 발간을 논의하였으나 한·일 양국 간 동해표기에 대한 입장차이로 동해수역만을 백지상태로 둔 채 4판을 발간을 추진하였으나 결국 올해 개최된 차기 총회에서 관련 결정을 내리기로 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입장

이러한 배경 하에서 금번 총회에선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4판 발간에 대한 한·일간 뜨거운 논쟁이 예상되었다. 먼저 한국 측 수석대표는 동해 표기 명칭의 역사적, 지리적 정당성 주장과 함께 다수 국가의 주권과 관할권이 미치는 해역에 대해 특정 국가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비타협적 태도로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IHO 총회가 현재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선택은 IHO 관련 기술결의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이고 이는 또한 1977년 UN지명표준화회의 결의안과 현재 국제사회의 여론 및 동해명칭의 확산 추세와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한국이 제시한 역사적, 지리적 근거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였고 또한 IHO가 '동해' 문제와 같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라 기술적 기구이기 때문에 IHO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였다. 동시에 이미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므로 IHO 기술결의가 적용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국제사회 동향과 올해 총회 결정사항

이러한 한·일 양국 간 입장 차이에 대해 대부분의 IHO 회원국들은 동해 수역 표기 문제를 표결에 회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식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일 양국 모두에게 (특히 일본에게) 투표방식에 의한 동해 문제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지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동시에 대다수의 회원국은 우리측 주장의 정당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IHO 사무국 및 이사진들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였다. 특히 총회 의장은 S-23 제4판의 발간을 더 이상 지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 동해 이외의 수역은 2002년 초안 작성 시 합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제1권의 형태로, 문제가 되는 동해수역은 제2권으로 분리하여 4판을 발간하는 안을 제안하여 회원국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일본측은 현장에서의 즉각적 입장 표명 불가를 주장했고, 회의 정회 후 의장 및 한국, 북한, 일본 대표는 별도로 회동하여 삼국이 향후 동 제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통보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 하였다.

총회의 의미

그렇다면 동해 표기 관련 금번 총회의 의미는 무엇이고 금번 총회에서의 동해표기 논의는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는가?
첫째, 한국정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일본해가 단독표기 된 제4판의 발간을 저지한다는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 둘째, 2002년에 이어 금번 총회에서도 제4판 발간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함으로써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명칭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한국의 동해명칭 주장이 정당하고 합리적이라는 점이 국제사회에서 재확인되었다.
셋째, 일본의 한·일 양자 간 합의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가 부각됨으로써 향후 IHO 차원에서 우리 입장을 보다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다. 넷째, 2002년 동해수역을 공란으로 처리하는 제안과 비교했을 때 금번 회의 결과는 진일보한 제안으로 평가되는 데 그 이유는 한국, 북한, 일본이 합의할 경우 언제든지 S-23 발간이 가능한 상황에서 일본의 반대로 S-23 제4판이 발간되지 못할 경우 향후 동해표기 관련 논의에서 일본의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 및 과제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 관련하여 진일보한 성과를 이룩했다. 물론 문제해결에 종지부를 찍지는 못했지만 한국이 IHO에 문제 제기를 한지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룩한 성과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동해' 명칭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동해명칭의 지위 회복을 위해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산재해 있다. 따라서 IHO 총회를 비롯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 등 국제사회에서 동해표기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속적, 체계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 대중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도책, 교과서, 백과사전, 언론, 인터넷에서의 동해명칭 확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대응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한국의 동해명칭 회복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 있어서 신중함과 현명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금번 총회에서 만난 각국 대표와 IHO 사무총장, 총회의장은 한국인들로부터 200여 통의 관련 E-MAIL을 수신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토로하며 이러한 행위가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회원국 대표단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동해 표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및 관련 기관은 지속적,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에 노력해야 되고 더불어 이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신뢰, 적극적 참여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냉철하고 현명한 접근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한번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