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수요포럼] 21세기 한·일 미래 비전의 모색
  • 세종연구소 부소장 진창수

이번 호부터 재단 임직원과 연구위원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는 '수요포럼' 발제문을 매달 한 편씩 요약 게재합니다. _편집자주

미래 협력을 위한 과거사 문제의 '관리'

한·일 양국이 공동미래를 구상 할 때 과거사 문제의 처리에 대한 일정한 합의는 필수적이다. 과거사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원리주의나 과거사문제를 방치하는 무관심은 오히려 문제의 개선보다는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과거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관점은 한·일 양국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불가피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과거사를 관리하는 방식은 공동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서 다룰 필요가 있으며, 점차 국지적이고 축소지향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관리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즉 미래지향적인 과제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여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협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한·일간에 '아주 낮은 수준의 합의'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합의'로 가기 위한 다차원적인 설득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최소한 상호간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은 복합적으로 다원적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한·일 양국의 갈등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국가주의 패러다임의 충돌이 아닌 시민사회의 복합적인 관계를 토대로 한 한·일관계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

국제질서에 대한 한·일의 전략적 공유

앞으로 한·일 협력의 의미는 첫째, 한·일 양국은 미국에 대해서도 일정한 교섭력을 가짐으로써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는데 공헌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국제정치에서 단독 전략을 가질 수 없지만, 미국에 대한 공통된 대응과 위치설정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일상적인 외교에서 공통된 인식으로 '미국문제'를 논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으로 미국에게 조언할 수 있는 자세가 양국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일 양국의 공동 목표 및 전략은 미국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만 미국의 질서에 일방적으로 함몰되는 방식보다 이슈를 중심으로 한 유연한 협력방식일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일 협력도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미·중관계의 갈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포괄적인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조건이 한·일간의 전략적인 공조는 중요하다. 특히 앞으로 중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내셔널리즘이 점차 강화될 것이며, 이때 한·일 협력은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안보와 경제부분 이외에도 시민사회의 교류를 통한 환경협력도 중요한 전략적인 가치를 가질 것이다. 한·일 교류는 앞으로도 점차 발전되어 한·중·일 경제협력과 시민공동체를 만들어 갈 기반을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국제질서(특히 북한문제)에 대한 양국 간 인식의 차는 한·일 관계 갈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한·일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한·일 양국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은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한·일 양국은 상대방의 대북한 정책에 뿌리 깊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에 대한 한·일 불신감은 한·일의 대 북한 정책의 괴리를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한·일 양국의 인식은 사실과 왜곡이 혼합되면서, 상당 정도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호 인식이 반드시 쌍방의 정부와 사회의 시각을 정당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은데 이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식이 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일 관계는 이전보다도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도 교류가 증대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교류가 증대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보를 가지고 이를 왜곡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도 급속도로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하는 작업들이 필요한 것이다.

한·일 공동미래를 위한 협력의 틀

미래 협력을 위해서 한·일양국은 단독의 미래가 아닌 '공동 미래(共同 未來)'를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바라보는 지향점이 같아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공간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 공동미래의 설계를 위해서는 양국의 공통점과 공동이익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가진 인식공동체의 창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양국의 미래를 공동 설계할 수 있는 지적, 이념적, 철학적 비전의 공유를 선도하고 이를 전파할 수 있는 '한·일 미래 비전 그룹'을 형성 시켜야 할 것이다. '한·일 미래 비전 그룹'은 양국 내 담론을 한·일 협력을 위한 방향으로 이끄는 의지의 공동체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인식과 아이디어의 공유와 더불어 한·일 양국은 공동의 이익(common interests)을 창출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배가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의 교환과 결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1세기 한·일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첫째, '한·일간의 바로 알기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일본) 바로 알기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한국(일본)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변화된 모습을 객관적으로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줄 필요가 있다.

둘째, 한·일간의 교류에 대하여 어떤 방향으로, 누가 왕래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정보중심의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의 정부 및 민간이 공동출자 방식을 통한 기금형식의 재단 설립이 바람직하며 이 재단은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물적 인프라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셋째, 한·일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즉 현재의 정치권의 변화와 동향을 반영할 수 있는 전략적인 대화의 채널이 필요하다. 이점에서 한·일정치권을 이어주는 대화를 새롭게 신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