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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발간도서] 『동북아역사재단뉴스』2007년 8월호

최초의 한·러 공동 암각화 연구 『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
제2연구실 연구위원 장 석 호

동북아역사재단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연구소(소장 E.N. 노소프)는 한·러 공동 암각화 학술 조사 성과를 담은『중앙아시아의 바위그림』를 펴냈다. 이 자료집은 고구려연구재단(현 동북아역사재단)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연구소가 공동으로 러시아의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와 투바공화국 내 바위그림을 2006년 6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현장 조사를 실시, 조사·연구물이다.
청동기 문화를 꽃피운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와 투바공화국은 중앙아시아의 중심지로 우리 선사 및 고대 문화 형성과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따라서 이번 학술자료집은 중앙아시아사에 대한 중국 측 사료들이 내포하고 있는 왜곡된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파악해 낼 수 있고 중앙아시아라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한반도 선사문화 계통성을 밝혀나가며 고대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니세이 강 중류 지역에 해당하는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 13곳, 투바공화국 10곳의 유적지를 조사, 총 23개 바위그림 유적지를 소개하는 이 책은 중앙아시아 선사시대 바위그림의 실상, 러시아 학계 연구 현황, 청동기 및 철기문화의 형성과 발전 교체, 그리고 주변지역과의 교류 등 과정을 살필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자료집 속에 제시된 도면은 현장에서 직접 채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 바위그림의 도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채록한 것에 해당하며, 더욱이 탁본을 통한 채록이 아니라 폴리에틸렌(투명 비닐)을 통하여 직접 모사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정교하다. 따라서 그것이 지니는 학술적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 지역의 바위그림 가운데는 제작 당시의 문화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형상들이 표현되어 있다. 통나무 집, 유르타(이동식 천막집), 솥, 물통, 칼 등의 형상이 그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환상의 동물, 양식화된 말, 각종 기마상, 활을 든 사냥꾼 등도 살필 수 있다. 이러한 형상들을 통해서 물질 및 정신문화의 실상을 파악, 복원할 수 있다. 이러한 형상들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살피기 어려운 이 지역 바위그림의 독창적인 면모다.
이 지역의 바위그림은 수렵 및 유목민들이 남긴 것들로 선사 및 고대의 수렵 및 유목민 문화의 특성과 그 분포권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유목민과 농경민 문화의 공통성과 상이성을 파악할 수 있고 또 그 문화권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유목문화와 농경문화의 경계 지역을 설정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이로써 서로 상이한 두 문화의 팽창과 충돌 그리고 투쟁 등 교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자료집은 선사 미술 연구와 관련하여 해외 학자와 공식적으로 진행한 첫 번째 연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러 양국의 공동 조사와 자료집 발간의 경험은 앞으로 해외 학술 기관과의 제 2, 제 3의 공동 조사와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며, 지속적인 자료 수집 및 공유만이 한국 선사 및 고대사 연구의 취약한 부분을 확실하게 보완시킬 것이다.

 

"만주 중국사 편입" 최초저술 대응 이론 개발 위한 자료로 활용해야
제2연구실 연구위원 고 광 의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만주사 연구 분야에서 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동북통사(東北通史)』를 완역하여 『김육불의 東北通史 上·下』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였다.
저자 김육불(金毓 :1887~1962)은 중국 요녕성 요양에서 태어났다. 27세에 북경대학 문과에 입학하여 1916년 졸업 후 관리직에 잠시 몸담기도 하였으나 주로 대학에 재직하면서 이른바 중국의 '동북' 지역사 연구에 주력하였다.
그가 『동북통사』를 집필하게 된 것은 일제가 만주국을 세우고 침략을 정당화하던 시기에 만주가 중국사였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입증하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서문에서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1936년에 남경으로 피난하여 남경대학에서 '동북사(東北史)'를 강좌 제목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 1938년 중경의 중앙대학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그 강의안을 사용하다가 1941년 가을 삼태 동북대학에 부임하면서 책으로 낸 것이 바로 『동북통사』다.
당시로서는 중국 학생들에게 빼앗긴 만주를 회복하기 위한 애국심 고취라는 측면에서도 동북지역이 중국 한족(漢族)의 역사라는 강의가 절실하던 시기였다.
그는 이 외에도 『발해국지장편(渤海國志長編)』, 『오천년래중조우호관계(五千年來中朝友好關係)』, 『중국사학사(中國史學史)』, 『송요금사(宋遼金史)』, 『요동문헌정략(遼東文獻征略)』 등을 저술하였고, 만주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사료를 『요해총서(遼海叢書)』로 집대성하기도 하였다. 그의 저술들은 중국뿐 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 등의 중국사 및 만주 지역사 연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동북통사』와 『발해국지장편』은 후대의 만주 연구의 필독서로 만주 지역을 중국사로 자리매김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북통사』는 모두 6권으로 구성되었다. 권1은 총론으로 동북이 '중국 동북'이라는 저자의 만주 인식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후 권2부터는 만주사를 철저한 중국사의 입장에서 네 시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권2는 상고(上古)에서 한·위(漢·魏)까지, 권3은 진(晉)에서 수초(隋初)까지, 권4는 수·당(隋·唐)까지, 권5는 당(唐) 중엽에서 원(元) 말까지의 상(上)으로, 권6은 당(唐) 중엽에서 원(元) 말까지의 하(下)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동북통사』는 우리 민족사의 터전인 만주 지역을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최초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그 기본적 논리가 이후의 '통일적 다민족국가' 이론의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근 중국의 우리 역사 왜곡 사업인 동북공정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따라서 2002년부터 공식화한 중국의 동북공정의 이론적 기초는 이미 이 때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새삼 이 책에 대한 관심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출간한 『김육불의 東北通史』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한국사에 대한 왜곡 실상을 파헤치고 북방사 연구를 심화시켜 우리 학계의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