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독일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재단』은 나치시대의 강제노동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마무리한다고 밝히고 나치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사를 개최하였다. 100여국이 넘는 국가의 166만 6천명에게 41억 88만유로(5조 3660억원)를 7개의 협력단체를 통해 지급하였다.
이 발표가 나오기 5일전 김용덕 이사장을 비롯한 일행과 함께 이 재단을 방문하여 동 재단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간의 활동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베를린 구 동독지역에 위치한 이 재단은 외관상으로는 그리 크지않은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은 그야말로 감명과 충격이었다.
전후 독일은 나치 치하의 피해자에게 보상하기 위해 1956년 독일연방보상법을 제정하였고, 이미 그 이전에 국가간의 전후 배상처리인 '런던채무조약'에서 일괄 타결되어 외국인 강제노동자에 보상해야 할 법적인 책임은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들 강제노동 외국인에 대한 보상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2000년 독일 정부와 당시 강제노동에 참여한 기업들의 협력 하에 100억 마르크(6조원)의 재원을 확보하여 재단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의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기억하고 책임지고 이를 미래에까지 계승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고 미래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이다.
독일의회는 재단설립 결의문에서 독일 현대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한 부분인 노예 및 강제 노동자에 대한 불법행위·징용·학대·착취를 반성하고, 나치시대 강제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들이나 법적 상속자들은 그 해당 기업의 문서고를 개방하여 희생자들의 보상청구권을 증명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동시에 과거에 행해진 불법행위와 인간적인 고통을 재정적인 도움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하고, 나치 지배하의 희생자들을 위한 법이 너무 늦게 제정되어 정치적·도적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희생자들에게 가해진 불법적인 처우에 대한 기억을 미래의 세대들이 망각하지 않도록 재원의 일부를 '미래기금'으로 조성하였다.
자국이 행한 역사의 범죄행위에 대한 끊임없는 속죄이고 자기성찰이다. 이밖에도 독일은 베를린 교외 쉐네바이데의 강제노동수용소 자리에 '나치강제노동자료센터'를 설립하여 현장을 보존하고, 라벤스브뤼크의 여성강제수용소 자리에 기념관을 개관하여 성노예, 강제노동, 고문, 의학실험, 독가스 등 반인륜적 행위의 치부를 그대로 들어내 자료전시와 교육을 통해 나치 만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였다. 독일이 통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자기반성의 끊임없는 실천과 국제적 신뢰였다.
우리는 일본정부에 대해 독일과 같은 수준의 실천의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후속세대에 까지 전수하려고 하는 저급한 역사인식이 존재하는 한 동아시아의 평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적어도 가해자로서 고통받은 피해자에 대한 예의와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본다. 다시금 독일인의 역사인식에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