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사 1965-2015》 시리즈(전3권-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발간하고 지난해 12월 22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안에 합의했는데, 아직까지 이 합의를 둘러싼 논쟁이 국내외적으로 뜨겁다. 한일관계연구소는 3월 3일 도고 가즈히코(東郷和彦) 교토 산업대 교수와 함께 이번 합의의 의미와 합의 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하였다.
도고 교수는 전직 외교관으로,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보기 드문 외교 문제 전문가다. 그는 퇴직 후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한일 역사 현안을 연구해 왔고, 관련 연구서를 내기도 했다. 토론회에는 한일관계연구소 소속 재단 연구위원을 비롯해 남기정 서울대 일본학연구소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등이 참석하였다.
토론회는 도고 교수가 발표하고 이 발표문을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도고 교수는 이번 한일 합의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 교육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는데, 이러한 과제에 관해서는 양국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 국민으로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이번 합의로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더 이상 '나와는 관계없는 문제'가 되었다는 인식이라고 지적하고, '위안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연구와 교육, 인권증진 활동은 계속해야
박철희 교수는 지난 2월 16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심의관이 '성노예'는 사실에 반하는 표현이라고 한 것과 같이 이번 합의를 흔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합의 이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남기정 교수는 이번 합의는 김영삼 정부 이래 한국 정부가 기울여온 일관된 노력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이번 합의에 관해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합의 내용을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원덕 교수는 양국에서 논란이 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은 양국 정부 채널에서 쟁점화를 자제하겠다는 뜻일 뿐, 피해자가 제기하는 소송이나 연구자들의 연구와 조사 활동, 여성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비정부기구(NGO) 활동이 이번 합의로 제약받거나 위축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합의 이행 과정에서 사실상 배상금으로 주는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이라는 대전제 아래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합의를 충실하게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체계적인 정리와 분석, 연구를 통해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한일 간 역사적 사실과 인식의 차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한일관계연구소에 주어진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