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재단 한중관계연구소와 한성백제박물관은 “고구려 벽화고분의 조사연구와 최신 성과”라는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는 지난 2016년 12월 29일~2017년 3월 5일까지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된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을 기념해 열렸는데 이 특별전은 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서 제공한 모사 . 복원 자료 및 디지털 자료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고분벽화는 고구려인의 생활과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담은 고구려 문화유산의 백미다. 그 자체로 뛰어난 예술작품인 고분벽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벽화가 그려진 고분은 대부분 중국과 북한에 있어 실물로 접하기 어렵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고구려 고분벽화 특별전”이 벽화고분을 재현한 모사 . 복원 자료와 생동감 넘치는 디지털 자료를 보여주어 그간의 아쉬움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최신 자료와 연구 현황을 점검하고 모사 . 복원 자료 및 디지털 자료의 학술적 의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함으로써 특별전의 학술적 의의까지 부여할 수 있었다.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은 총 4편이었다.
중국과 북한 내 고구려 유적 조사 현황
한국외대 정동민 강사는 ‘벽화고분을 비롯한 중국 내 고구려 유적의 조사 현황과 최근 연구 성과’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2000년 이후 고구려 고분벽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전후해 집안 일대의 고분에 대한 대대적 발굴이 진행되었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다수 확보함에 따라 기존에 알려진 벽화고분의 축조 연도와 그 주인공에 대한 논의도 활기를 띠었다. 또 생활문화사란 분야가 개척되고 그러한 관점에서 학제 간 연구가 진행되면서 연구의 수준도 높아졌다. 정동민 강사는 이 같은 최근의 연구 흐름을 정리하면서 향후 연구 전망도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벽화고분을 비롯한 고구려 유적이 지속적으로 훼손되는 현실을 우려하며 보존 방안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연변대 정경일(鄭京日) 교수는 ‘최근 북한 경내에서 새롭게 조사된 고구려 벽화무덤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는데 1980년대부터 약 20년간 북한 내 고구려 발굴조사는 특기할 내용이 거의 없을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조사가 재개되면서 태성리3호무덤, 송죽리벽화무덤, 옥도리벽화무덤, 천덕리벽화무덤 등 10여 기의 고구려 벽화고분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정경일 교수는 우리 재단의 지원을 받아 북한 사회과학원과 함께 발굴조사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최신 조사 성과를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정 교수는 “2010년 발견된 옥도리 벽화고분은 재단과 중국, 북한의 국제적 공동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앞으로도 유기적인 협력과 공동 조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서문화 교류와 디지털 모사 복원
숙명여대 박아림 교수는 ‘최신 발굴 자료들을 중심으로 본 중국 위진북조 벽화의 특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벽화고분은 고구려만이 아니라 같은 시기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제작했는데 위 . 진 . 북조와 수 . 당 벽화고분이 대표적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이들 벽화 고분과 고구려 벽화고분에 대한 비교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최근에도 새로운 자료가 꾸준히 보고되면서 연구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박아림 교수는 특히 중국의 감숙성(甘肅省) . 신강성(新彊省) 일대에서 발견된 벽화고분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이 일대의 벽화고분이 중앙아시아 계통의 문화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고구려 벽화고분의 여러 문화 요소 중 중앙아시아 계통 문화 요소의 전파 .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단 고광의 연구위원과 동덕여대 서용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사 복원’을 주제로 발표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극실재 즉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가 생산되고 있다. 혹자는 하이퍼리얼리티가 리얼리티를 지배한다고까지 말하는데 이번 특별전에 전시된 모사 자료와 디지털 자료 역시 훼손되기 전의 벽화와 고분을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실재보다 더 실재에 가까울 수 있다. 고광의 연구위원과 서용 교수는 그러한 재현 과정을 친절히 소개했다. 원천자료의 확보로부터 2D . 3D 자료의 제작, 매핑(mapping)에서 가상체험 웹사이트(web site)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이로써 디지털 모사 복원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이는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도 연구를 지속해 나갈 토대임을 강조했다.
이상의 발표에 대해 서울대 노태돈 교수가 좌장을 맡고 재단 한중관계연구소 이성제 실장과 한국교통대 백종오 교수, 동국대 강현숙 교수, 문화재청 김진순 박사가 토론에 나섰다. 유적의 분류 방식과 같은 기초적 문제에서부터 개별 유적의 성격과 같은 구체적 문제를 검토하였고, 복원 자료의 왜곡 가능성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였다.
재단은 설립 후 지난 10여 년간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국내외 관련 자료를 수집 . 정리하여 학계와 시민사회에 제공해 왔다. 이번 특별전과 학술회의는 그 성과물의 일부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며 아울러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성과의 확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