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재단은 역사지도집(Historical Atlas)의 개념과 제작방법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국지도학회와 공동으로 ‘역사지도집 편찬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호주, 중국, 일본 및 국내 전문가들은 역사지도집이란 무엇이며 왜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이론 및 실제 제작 사례를 발표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역사지도집 편찬의 세계적 기준을 확인함과 동시에 국내 역사지도집 편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에 재단에서는 역사지도집의 개념조차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해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글들을 보완하여 책자로 발간하게 되었다.
《역사지도집의 개념과 제작방법론》은 15편의 글을 3개의 주제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으며 각 주제별 간략한 개요는 다음과 같다.
다양한 역사지도집 제작 사례와 방법
제1부 「역사지도집 편찬의 경험과 교훈」에는 총 6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제1장 ‘디지털 시대의 역사지도집’은 미국 하버드대 피터 볼(Peter Bol) 교수의 글이다. 이 글은 피터 볼 교수가 2016년 5월 국제 학술회의 당시 기조 강연의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역사지도집의 정의, 목적, 원칙, 기술, 역사GIS의 도전 과제, 역사지도집의 확산에 있어 기술의 역할 등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역사지도집에 생소한 독자들에게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제2장은 중국 런민대 후헝(胡恒) 교수의 글로 ‘청사 지도집 편찬 이론과 실천’에 관한 것이다. 역사지도집 제작 선진국인 중국은 과거 다양한 역사지도집을 제작하였고 현재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역사지도집 제작 방법론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역사지도집 제작 시 인력, 재정, 기술, 협력 방안, 후학 양성 등에 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제3장 ‘한국사지도집 편찬 과정에 대한 회고’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이클 신(Michael D. Shin) 교수의 글이다. 신 교수는 2014년에도 Korean History in Maps 라는 한국사 지도집을 발간했는데, 이 글에서는 지도집 제작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 및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난제들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4장은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을 진행한 동북아역사지도편찬위원회가 2008~2015년까지 8년간의 사업 내용과 이 사업에서 사용된 역사지도 제작 방법론을 설명한 글이다. 제5장은 Historical Atlas of Northeast Asia 라는 책을 쓴 호주 국립대 로버트 크립(Robert Cribb) 교수의 글로 역사지도집 제작에 있어 탈민족주의적 접근법이 어떤 유용성을 가지는가를 특징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6장 ‘베이징 역사지도집에 관하여’는 중국 베이징대 탕샤오평(唐曉峰) 교수의 글이다. 역사지리학자인 탕샤오평 교수는 중국의 역사지도집 제작에 지리학과 역사학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점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제2부 「디지털 역사지도집의 사례들 : 역사GIS, 공간인문학의 관점에서」에는 총 4편의 글이 실려 있으며 GIS를 활용하여 디지털 역사지도집을 제작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1장은 세계적 수준인 디지털 역사지도집 사이트 ‘A Vision of Britain through Time (http://www.visionofbritain.org.uk/)’을 개발한 영국 포츠머스대 험프리 서덜(Humphrey Southall) 교수의 글로 방대한 양의 영국 역사 데이터를 역사GIS에 통합시켜 디지털 웹사이트로 개발한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제2장은 역사GIS 연구의 1세대인 영국 랭카스터대 이안 그레고리(Ian N. Gregory) 교수 연구팀의 글이다. 이 장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등한시되어 온 여행기라는 텍스트 형태의 사료를 어떻게 역사GIS 기법을 통해 분석 및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을 선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일본 역사GIS 분야 권위자인 케이지 야노(失野桂司) 교수가 역사도시 교토의 역사경관을 다양한 지도를 통해 복원한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베이징대 탕샤오펑 교수가 개발한 ‘디지털 베이징 역사지도집’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각국의 역사지도집 제작 관점 및 논의
마지막으로 제3부에는 「역사지도집 제작을 위한 주요 관점 및 논의」라는 주제로 총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제1장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인 페르얀 오르멜링(Ferjan Ormeling) 교수의 글로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네덜란드 역사지도집 ‘보스아틀라스’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글에서 오르멜링 교수는 역사지도집의 제작에는 제작자의 의도가 반영되고 이에 따라 책자의 구성상 편향적인 측면이 존재함을 인문, 자연, 정치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제2장은 미국 메릴랜드대 존 쇼트(John R. SHORT) 교수의 글로 역사지도집 제작자들에게 건네는 제언이 담긴 글이다. 제3장 ‘네덜란드 역사지도집 편찬 과정’은 네덜란드 눌드 호프 출판사 편집장인 티어 티컬라(Tjeerd TICHELAA) 박사의 글이다. 티컬라 박사는 이 글에서 네덜란드 역사지도집 제작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난제들의 해결 방안을 출판사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제4장 ‘한국 역사지도 제작의 주요 논점들’은 성신여대 김종혁 교수의 글인데 김 교수는 한국의 역사지도집 제작 및 역사GIS 연구의 1세대 학자로서 10여 년 넘게 이 분야를 연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져야 할 역사지도집 제작의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은 재단 이상균 박사와 필자의 글로 2015년 12월에 시행된 ‘동북아역사지도’에 대한 재단의 지도학적 심사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지도집 제작 지침서가 출간된 바 없는데 이는 우리나라 역사지도집 연구 및 제작 수준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필자는 《역사지도집의 개념과 제작방법론》의 출간이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역사지도집 제작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 판단한다. 아울러 이 책이 향후 국내에서 출간되거나 개발될 다양한 역사지도집의 주요 지침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역사지도집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