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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중 역사 포럼'을 시작하며
  • 차재복 (재단 국제관계와 역사대화연구소 연구위원)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중 역사 포럼’을 시작하며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8월 30일 서울에서 한국과 중국의 동북아 전문가, 역사학자, 국제정치학자 24명을 초청하여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중 역사 포럼’을 열었다. 포럼의 취지는 한중 수교 이래 양국의 갈등과 협력 요인이 점진적으로 다변화,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진단을 통해 궁극적으로 동북아 평화 공동체 구축을 위한 학술적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한중수교(1992.8.24)는 탈냉전이라는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이루어져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수교 이래 한중 관계는 짧은 기간에 선린우호 관계에서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그리고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며, 인적·물적 왕래에서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중 수교 20년 이후의 양국 관계 마찰과 불협화음이다. 여기에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 역사와 영토 갈등이 안보와 국제관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임기 내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역사 문제의 정치화’로 민족주의를 고조시킨 바 있고, 2012년 당선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바통(Baton)을 이어받아 일본의 정치와 사회를 보수·우경화로 몰고 있다. 같은 해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조어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이듬해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와의 영토 갈등이 격화되면서 그동안 논의되어 온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배타적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2013.2), 4차 핵실험(2016.1), 5차 핵실험(2016.9)에서 비롯된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중 관계는 ‘사드’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일부 언론이 한국을 향해 쏟아낸 거친 기사는 혐한 정서를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對중국 여론 또한 ‘동북공정’에서 학습한 중국 불신과 ‘사드 보복’에 의한 반중 정서가 만연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금년 봄부터 여름까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의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졌고, 가을에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한국, 미국, 북한, 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출구 찾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함께하고 있다.


이에 김도형 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동북아의 역사적 전환기에 한-중 사이의 갈등 요인과 협력 요인을 학술 차원에서 다루고, 나아가 양국의 상호 이익 증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소프트웨어 내실화의 일환으로, 양국의 역사와 정치학자에게 한중역사포럼을 제안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이 포럼의 특이한 점은 역사 분과와 국제관계 분과 위원회를 구성하고 역사학과 국제정치의 융합을 기하여 하나의 회의체로 운영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포럼의 연구주제에 역사 갈등의 근원적 분석과 동북아 정치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이번 포럼의 대주제 ‘역사 인식의 공유와 동북아 평화 공동체 구축을 위한 한중 관계’ 하에 한국 측 역사 분과장 전인갑 서강대 교수는 ‘민족주의적 역사 인식의 뿌리와 과제’라는 발표문에서, 중국은 경계 대상이며 역사·문화·영토 갈등의 주범인 동시에 우리의 생존 기반이라는 입장으로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분열적 시각’을 강조하며, 이의 대안으로서 민족주의 패러다임을 지양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서 중국 측 역사 분과장 왕위엔조(王元周) 북경대 교수는 ‘근대 민족주의 형성과 역사 문제’ 발표문에서, 중국과 한국은 역사 인식과 해석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역사를 과도하게 중시하고 특히 국사의 체계가 만들어낸 정치적 의의를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문화 민족주의 및 역사 민족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역사는 현실적인 역할에 있어 다면성을 지닌다면서 근대 민족주의 건설과 역사 인식 형성 간의 복잡한 관계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과 분석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한국 측 국제관계 분과장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한반도와 중국, 그리고 동북아 평화 체제’의 기조연설에서, 중국 외교의 새로운 모색과 중국의 對한반도 정책의 지속과 변화, 근래 북-중 정상회담 평가, 한중 관계의 쟁점을 정리한 다음 향후 북한 개방에 따른 국제사회 편입 문제와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하여 중국 측 분과장 리청르(李成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냉전 이후 북-중 간 특수 관계의 구조와 변화’의 발표문에서, 북-중 관계에 대한 특수론, 전략론, 미묘론, 동상이몽론 등 각 이론의 시기적 흐름에 따른 변화를 설명하고, 북-중 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의 구조적 요소와 의미, 냉전 이후 전통적인 우호 관계 구조 변화를 제시했다.


김도형 이사장은 포럼 말미에서 전후 동북아의 저항과 갈등의 역사, 냉전 시기 동북아 국제관계의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 역사적 전환기에 동북아 평화 기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족주의를 경계하여 한중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