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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근고엽무(根固葉茂)
  •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근고엽무(根固葉茂)


새해가 밝았습니다.


재단 가족 여러분 개개인 모두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제목으로 쓴 말은뿌리가 튼튼하면 잎이 무성하다는 뜻입니다. 제 선친이 어린 자식들에게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모든 일을 추진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말입니다. 새해를 맞으며 이 말이 다시 새삼스럽게 떠오른 것은 아마도 재단의 여러 일들을 고민하다가 그리된 모양입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재단은내우외환으로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 재단도 어떠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뿌리 깊은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어느 국가나 조직은 처음 건립하는창업(創業)’의 과정이 있고, 그다음에는수성(守成)’의 과정이 있습니다. 물론 두 과정 모두 어렵지만일을 이루기는 쉬어도 지키기는 어렵다’(創業易 守成難)라는 말이 있습니다. 10여 년 지난 우리 재단에는 아직 창업 수준에서 해야 할 일도 많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설립 목적과 정신을지키고 이어가는수성의 때를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말처럼 이 또한 매우 힘들고 어려울 것입니다. 


수성의 시기에는 반드시 창업 정신 위에서, 이를 시대 변화 속에서 변통(變通)하여 새롭게 만들고 이어가야 합니다. 옛 학인들이 자주 쓰던 법고창신(法古創新), 변례창신(變例創新)과 같이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난해 재단 차원에서는 많은 혁신안을 만들어 이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공공기관이 해야 할 것부터 우리 재단의 특수한 업무에 이르기까지 많은 안들을 의논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런 혁신안의 출발은 바로본연의 기능’, ‘고유 기능의 회복이었습니다. 이는 곧 재단의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 그리고 교육과 홍보 분야였습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역사 문제를 간추려 연구 분야를 재정비하고, 이를 정책 입안의 자료로 사용하고자 하였으며, 연구 결과를 국내외에 알리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을 고객으로 삼고국민 곁으로다가가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재단의 혁신안은 수성의 차원에서 창신하는 것이었습니다.


법고창신의 차원에서수성하고자 하면 무엇보다도 우리 재단에 속한 구성원이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생계를 위한 직장이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면서, 그 과정에서 동시에 개인의 진보와 성취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난 번, 제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글에서 언급한 「논어(論語)」의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 자기의 부족한 인仁을 돕는다(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는 구절은 우리 재단에 잘 어울리는 것이라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구성원이 서로 믿고()화합() 한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진부한 논의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재단이 인정받은 바 있는가족친화경영기관을 다시 떠올리면 좋을 것입니다. 일하는 곳에서도 곧 가정(家庭)의 가족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집을 뜻하는()’라는 글자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위의 갓머리인’은 집이고, 아래의()’는 돼지입니다. 지붕 아래 돼지를 기른다는 것이니, 곧 돼지처럼 옹기종기 화합하며 사는 곳이 곧 집()이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족입니다. 마침 올해가 기해년, 돼지해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계획하고 실천을 다짐합니다. 물론 계획한 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 모습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거창한 계획일수록 더 그러합니다. 올해는 개인이나 재단을 위해 작은 소망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월 말이면 대학을 정년퇴직합니다. 오랜 교편 생활을 끝내고 다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각오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재단이 좀 더 기본에 충실한, 뿌리가 조금이라도 튼튼해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재단 가족 여러분들도 튼튼한 나무에서 무성한 잎과 열매가 열리듯이 각자 원하는 바를 다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2019년 기해년 원단(元旦)  이사장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