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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안부’ 역사와 이슈: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를 펴내며
  • 손성숙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회정의교육재단 대표)

『‘위안부’ 역사와 이슈: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를 펴내며과거 부당하게 외면당한 역사를 교육을 통해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사회정의교육재단에서 2018 3월 말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 『위안부역사와 이슈』를 발간했다. 이 책은 미국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좀 더 정확하고 연관성 있고 세심하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재단은 올해 4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통합 교육구에 있는 18개 고등학교에 배포한 후 다른 지역에도 꾸준히 배포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학생용 교재도 발간하였다.


미국 고등학교 세계역사 교과 과정에서 생소할 수 있는위안부역사와 이슈는 인권 유린의 한 예로서 역사 이해를 폭넓게 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주요 주제이다. ‘위안부문제 교육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의 발생 배경부터 제국주의, 인종, , 계급 차별 그리고 보편적 인권과 평화의 중요한 문제를 가르칠 수 있다. 학생들의 탐구 기반 학습에 기반을 둔 이 주제는 유럽 중심 세계사 교육을 극복하기를 권고하는 캘리포니아주 교육부가 개정한 2017 역사와 사회과학 학습지도요령 지침서의 틀(2017 History-Social Science Framework)에도 맞다. 따라서위안부역사와 이슈 교육은 캘리포니아주 10학년과 11학년 과정에 적합하다.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교과 과정 및 기림비 건립과 제작을 통해 배우는위안부역사 가르치기 2) 문서 3) 샌프란시스코 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이 직접 쓴 학습 안과 학부모가 힘을 더한 학습 활동지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고 역사로 자리 잡게 된 원동력에는 1990년대 이전부터위안부문제에 공감하고 연대한 연구자 및 활동가, 시민이 있었다. 이들의 운동을 발판 삼아 한국 및 샌프란시스코 공립 통합교육구, 그리고 지구촌 여러 곳에서위안부역사를 교육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위안부피해자 정의와 존엄의 실현을 위해 사회 곳곳에서 연대한 모든 이들의 노력이 기억의 역사를 결국 기록의 역사로 바꿨다는 사실을 미래세대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 내용은 학생들의 사회 참여 의식과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또한 이 책에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 발의안을 상정한 전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에릭 마(Eric Mar) 교수가 쓴여성의 강인함의 기둥’(샌프란시스코위안부기림비 이름) 건립 과정록, 기림비를 제작한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와 엘렌 윌슨이 쓴 기림비 제작 과정, 두 현직 샌프란시스코 지역 고등학교 교사가 쓰고 수업 중 실제 사용을 통해 검증한 학습안, 그리고 학부모들이 만든 학습 활동지 등을 싣고 있다.


각 소주제의 시작과 끝에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과 역사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개방형 질문을 붙였고, 문서와 사진 부분에는 보충 설명을 달아놓았다. 학습안은 학생들의 역사적 공감력 증대와 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만들었다. 주입식이 아닌 학생 중심의 토론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공부가,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살아있는 공부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위안부역사와 이슈에 대해 좀 더 포괄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탐구 기반 학습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학습 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본인의 배움에 책임을 지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힘을 길러낸다.


이 책은 교사들과 학생들이위안부문제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간상으로거꾸로접근하는 방식의 집필을 했다. 역사적 실태를 먼저 서술하고 현재 상황을 집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본군위안부생존자들의 증언과 시민들의 운동이 시작된 시점부터위안부역사를 서술하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이야기는위안부문제 역사 가르치기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모든위안부역사 이야기는 행동하는 평화를 일깨워준위안부생존자 할머니로부터 출발한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각색하려는 집요함에 대응하면서 사람들의 무관심을 여성 인권과 평화 운동에 대한 응답으로 바꾼 생존자 및 연대 활동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위안부피해자의 목소리가 역사가 될 수 있었다. 운동사의 맥락에서 생각할 때 일본군위안부제도의 큰 피해국이었던 한국이위안부문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 이슈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이 왜곡한 역사를 피해자 중심 역사로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중심의위안부역사가 기록된다는 것은 일본군위안부제도가 탄생하게 된 직간접적인 원인들에 접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이 주도했던 문제 해결 운동의 역사와 더불어 피해자 중심의위안부역사를 인권 교육에 관심이 많은 미국에서 가르친다는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사회정의교육재단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9개 교육기관에서 교사와 대학생 대상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4월 이후부터는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를 교재로 삼아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으며, 강의와 토론을 통해 그 내용과 활용 방향을 보완해 가고 있다. 책이 발간된 이후 진전된위안부관련 이슈들은 개정판 작업을 통해 계속해서 교육 내용으로서 포함해 가고자 한다.


1945 8,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도위안부피해자들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위안부피해자들이 헤쳐나가야 하는 반여성적 사회 문제와 부정의한 정치 문제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제도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가부장제나 제국주의, 전쟁과 폭력, 그리고 인종과 계급 차별의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일본군위안부제도를 정점으로 여성에게 가해진 성폭력은 여러 변형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간혹위안부이슈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정치적 도구라든가, 한일이나 중일 간의 문제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위안부역사와 이슈를 가르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 참혹한 역사를 미래세대가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하며 성과 인종, 계급이 차별받지 않는 인권 존중의 역사를 가르치고자 한다. 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용감하게 밝힌위안부피해 여성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교육은 인간 발전에 필수적인 지침 몫이다. 사회정의교육재단은 이 책이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을 키우고 역사적 공감력을 증진시켜 부정의와 비인간화 과정에 맞서고, 나아가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