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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동해 표기 명칭의 효율적 전파를 위한 지침서 <해외 언론의 ‘동해’ 인식>
  • 이상균 (재단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동해 표기 명칭의 효율적 전파를 위한 지침서 <해외 언론의 ‘동해’ 인식>

 

오늘날 한일 양국은 바다 명칭을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동해(East Sea) 명칭 표기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해 단독 명칭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방해와 저지로 인하여 어려움도 많았지만,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세계 많은 국가들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동해/일본해 명칭의 병기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 시점에서 언론 매체를 주목해야 하는가? 이제 대중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국내외 최신 뉴스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모바일로 언론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언론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과 대중의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이나 정보를 다루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다루면서 언론 매체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다면, 이를 접한 대중은 마치 북한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오독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세계 유수 언론에서 한국 관련 뉴스와 기사가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가를 파악한다면 문제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재단 독도연구소는 프랑스, 영국, 미국, 영연방 및 프랑스어권 지역의 대표적 신문사와 방송사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명칭 현황 분석 및 언론사 내부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언어권별 표기 명칭 현황, 전파 경로, 동해 명칭에 대한 선호도 등 표기 명칭의 특성을 도출하여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이 동해 명칭 확산을 위한 정책 수립 시 참고하도록 이 책을 발간했다. 특히, 프랑스와 프랑스어권 언론 매체, 그리고 영국·미국·영연방 언론 매체 간 정보 공유 및 해양 명칭 전파 양상을 파악하여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양 명칭 표기 방식의 구조를 밝혀낸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장별 주요 연구 성과 및 표기 명칭 특징은 다음과 같다.

 

19~20세기는 통일성과 표준화를 강조하던 시기로 해양 명칭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이 가장 중시되었고, 민간 부문이나 대중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는 차이와 다양성, 그리고 개성이 존중되는 시기로 과거 제국주의의 유산이 반영된 명칭보다는 해당 수역에 인접한 국가의 정체성과 입장을 존중하는 상황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제1장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동해/일본해 명칭 병기의 당위성을 논하고 있다.

제2장은 대표적인 해양 국가이자 지도 제작 전통이 깊은 영국의 주요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명칭 현황을 분석하였다. 영국은 동해 명칭보다 일본해 명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동해/일본해 병기에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영국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향후 홍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제3장은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대표 국가인 미국을 사례로 주요 언론 매체의 동해 표기 명칭 현황을 분석하였다. 미국은 일본해 단독 명칭을 선호하는 국가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14년 버지니아 의회의 동해/일본해 병기 법안이 통과된 바, 앞으로도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4장은 캐나다, 호주, 인도, 싱가포르 등 대표적인 영연방 국가를 사례로 동해 표기 명칭 현황을 분석하였다. 사례 지역의 언론 매체들은 미국이나 영국 정부와의 관련성보다는 AP, AFP, 로이터 등 대형 통신사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론사 내부 방침보다 기자의 재량과 개별적 성향에 따라 표기 명칭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제5장은 대표적 해양국가이면서 지리학 및 지도 제작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명칭 현황을 분석하였다. 프랑스 정부가 일본해 단독 명칭을 고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언론 매체들은 해양 명칭을 자유롭게 표기하고 있었다. 예컨대, 동해 수역에 대한 명칭의 경우 ‘동해’ 단독 명칭, ‘일본해’ 단독 명칭, ‘동해/일본해’ 병기, 무표기, ‘한국해’, ‘동양해’ 등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제6장은 대표적 프랑스어권 국가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서유럽의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캐나다 퀘벡의 주요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명칭 현황을 분석하였다. 알제리와 룩셈부르크의 언론 매체는 동해 명칭 표기에 비호의적인 반면, 벨기에와 퀘벡의 언론 매체는 비교적 유연한 성향을 보였다. 프랑스어권 언론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프랑스의 AFP통신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프랑스어권 언론 매체에 대한 프랑스 대형 통신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제7장은 영국, 미국, 프랑스, 영연방, 프랑스어권 언론 매체의 동해 명칭에 대한 선호도를 지도화하여 독자들이 세계 주요 언론 매체의 동해 인식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 결과, 영어권 캐나다는 동해 명칭에 부정적인 반면, 호주와 인도는 긍정적이고, 싱가포르는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프랑스어권 벨기에와 캐나다 퀘벡은 긍정적인 반면, 룩셈부르크와 알제리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같은 캐나다라 하더라도 영어권 캐나다와 프랑스어권 캐나다의 명칭 선호도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난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대다수 프랑스 언론 매체와 AFP통신의 동해/일본해 병기 경향이 프랑스어권 캐나다의 언론 매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일본해 단독 명칭을 선호하는 AP통신은 영어권 캐나다의 언론 매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 영국, 영연방, 프랑스, 프랑스어권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동해 명칭 표기 현황 및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언어권, 지역, 언론사 방침 및 언론사 관계자의 성향에 따라 표기 방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맞춤식 홍보 전략을 수립한다면 동해 표기 명칭 홍보 및 확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스페인, 스페인어권, 아랍어권 등 아직 연구가 수행되지 않은 주요 언어권에 관한 연구가 추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연구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언론사 관계자의 성향과 의지가 동해 명칭 표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는 해외 언론 매체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동해 한가운데 있는 울릉도와 독도 탐방 기회를 제공한다면 동해 명칭 표기의 비율이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