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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조영남,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치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북경대 현대중국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남개대 정치학과 및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의 엘리트 정치: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3부작 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톈안먼 사건’, 중국의 꿈: 시진핑 리더십과 중국의 미래, 용과 춤을 추자:한국의 눈으로 중국 읽기, 21세기 중국이 가는 길, Local People’s Congress in China등이 있다.

    

 

창당 100년이 된 중국공산당, 건국 70년이 된 중국. 현대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공산당을 이해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1921년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일본과 국민당과의 투쟁에서 승리하여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당이 국가를 수립하고 통치하는 체제다. 급기야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이 신시대를 맞이했다고 선언하며, 중국을 일어나게 한 마오쩌둥과 부유하게 한 덩샤오핑의 시대를 자신의 시대와 비견하기에 이른다. 100년의 세월 동안 변화와 적응을 거듭하며 세계적인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이웃 나라를 올바로 이해하고, 한중관계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현대 중국정치 연구의 권위자 조영남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대담 | 차재복, 재단 국제관계와역사대화연구소 소장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Q. 교수님께서 중국정치를 연구해야겠다고 선택하신 배경과, 근래 관심 갖고 계신 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중국현대사를 공부하다, 정치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뒤 뜨는 중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신 여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중국정치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10년 전부터는 중국정치 연구에 꼭 필요하면서도 기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2006~07년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년을 지내면서 앞으로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정년퇴임 때까지 연구할 주제를 선정하고, 차례로 연구해서 3년에 한 권씩 단행본을 출간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16년에 출간한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시리즈 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톈안먼 사건1차 결과물이고, 2019년에 출간한 중국의 엘리트 정치: 마오쩌둥에서 시진핑까지2차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중국의 통치 체제: 중앙에서 기층까지를 집필 중인데 20229월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이데올로기, 중국의 현대정치사를 더 출간할 계획입니다.


 

Q. 내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의 해입니다. 중국이 설정한 공산당 창당 100년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중국의 목표는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입니다. 공산당 18차 당대회(2012)에서는 국내총생산(GDP)1인당 GDP2010년보다 두 배로 늘려 GDP14~15조 달러, 1인당 GDP1만 달러라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목표는 이미 작년에 달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공산당 19차 당대회(2017)에서는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2020년까지 하루 생활비 1달러 미만의 절대빈곤을 해소하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중국의 절대빈곤 인구가 561만 명인데, 늦어도 내년에는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지속 가능하느냐 입니다. 중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절대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농촌 지역과 소수민족 지역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를 빗대어 수혈경제(輸血經濟)’라고 합니다. 과연 피를 공급하지 않았을 때도 정상적으로 살아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Q.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자 시진핑의 정치적 리더십에 상당한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예견했습니다. 교수님은 이를 어떻게 보셨는지, 또 같은 맥락에서 중국정치의 특수성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2002년 중국에서 사스(SARS)가 발생했을 때 일부 국내외 언론은 중국의 체르노빌이 터졌다느니 하며 공산당 정권이 심각한 체제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런 평가와 전망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하여 세 편의 학술 논문을 출간하면서 이런 전망이 타당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개혁 개방 40년 동안 중국이 겪었던 경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10년 주기의 위기에 잘 대처해 왔습니다. 문화대혁명(1966~76)이 초래한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했고, 10년 뒤인 톈안먼 사건(1989)과 소련 붕괴(1991)라는 또 다른 위기 속에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1992)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을 채택하여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뒤에는 아시아금융위기(1997~98)에 제대로 대응하여 아시아 강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일본의 쇠락은 상대적으로 분명해졌습니다. 다시 10년 뒤 세계금융위기(2007~08) 때에도 중국은 ‘G2’(Group of Two: 미국과 중국을 칭함)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수십 년간 세계 경제 2위였던 일본을 추월해서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된 것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코로나19(2019~20)라는 위기를 맞은 중국은 이번에도 이를 극복하며 세계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특수성때문이 아닙니다. 정치 개혁을 통해 국가 통치 체제(governing system)와 통치 능력(governing capacity)을 향상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중국은 한국을 모델로 한 민주 건설(democracy-building)’이 아니라,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 국가 건설(state-building)’을 정치 개혁의 목표로 삼고, 공산당과 국가기구의 합리화 및 효율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국가 통치 체제와 통치 능력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중국이 지난 40년 동안 매년 9.2%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십 수 차례의 국내외 위기에 잘 대처한 것도 정치 개혁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국가 건설로 얻은 성과에는 주목하지 않고 뒤처진 민주 건설의 문제점에만 주목하면 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통치 체제가 특정 대통령이나 특정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지 않는 것처럼, 중국의 통치 체제도 특정 지도자나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Q. 시진핑이 지속적으로 주창하는 중국의 꿈’, ‘일대일로’,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A. 시진핑 정부는 공산당 일당제의 유지와 시진핑 개인의 권력 강화를 위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강화입니다. 덩샤오핑은 인민의 생활 문제 해결을 주된 과제로 삼았고, 장쩌민(1992~2002)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진타오(2002~2012)는 소외된 지역에도 그 성과를 확산시켰습니다. 그러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공산당이 왜 일당제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시진핑은 2020년에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을 달성하고, 2035년에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며, 2050년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중국의 꿈입니다. 공산당 일당제 유지의 정당성에 대한 논리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최소한 2050년까지 공산당은 현행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이룩하는 데 매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견제 혹은 봉쇄 돌파입니다. 중국은 아시아 및 세계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자신감을 가지게 되자 2009년 이후 외교안보정책 중 핵심 이익’(주권, 영토, 발전)으로 간주하는 영역에서 강경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핵심 이익영역에서 시진핑 정부는 미국의 견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 같습니다. 시진핑 정부의 외교정책은 두 축으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강경한 정책으로 대만과 남중국해 및 신장 위구르나 홍콩 문제에 이 방침을 적용합니다. 대만에 무력 사용 불사를 외치며 압박하는 모습이나, 남중국해의 여러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의 활동,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장 위구르족과 홍콩의 민주화 요구에 강경 대응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다른 하나는 온건한 정책으로 1조 달러에 가까운 돈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 일대일로정책,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방안 제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Q. 그러한 정치 이념과 대외 전략이 한국과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A. 위에서 말한 시진핑 정부의 두 가지 과제가 그대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산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를 매우 강조합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이라는 중국의 꿈슬로건 자체가 애국주의의 산물입니다. 공산당 중앙의 권력 강화와 총서기 시진핑의 권한 강화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 배치를 자신의 핵심 이익침해로 간주하여 보복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오면 중국은 보복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한국이나 다른 국가의 대중문화가 중국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국주의에 젖은 중국 민중들도 한국의 대중문화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처럼 중국에 한류(韓流)’가 일어나 대중문화 수출이 크게 늘고 중국 관광객이 대규모로 한국에 온다는 등의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서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북한을 압박하는 일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중국의 강경한 정책은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유엔의 제재가 계속되어도 북한의 생존 공간은 전보다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재 중국과 대만 관계는 중국과 미국 관계만큼이나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대만해협에서 언제 군사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미국은 관련 국가와 연합하여 중국을 포위하려 하는데 중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갈등,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긴장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중국은 한중관계를 동등한 국제관계로 보기보다는 형제(兄弟) 관계, 즉 중국은 항상 형이고, 한국은 늘 동생임을 넌지시 비추고 있습니다. 전통시대 중화질서의 회복과 현대 중국의 꿈은 연동되는 개념인가요?


A. 소위 중화질서중화체제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신화(神話) 혹은 허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를 중심으로 중국의 부상을 전망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편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십여 년 전부터 중국학자들이 주장한 것으로 중화질서의 긍정적인 측면만 과장해서 말하는 경향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중국 주도로 수립될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 질서가 평화롭고 안정적인 체제가 될 것이니 주변국은 이를 경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이는 중국위협론에 대한 중국 학계의 학술적 대응이며 허구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중국의 부상을 중화질서의 회복으로 보고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입니다. 과거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만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주변국을 호령하며 군림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있고, 지역 강대국인 일본과 인도가 있습니다. 군사 강대국인 러시아도 있고, 중견국가인 한국, 호주도 있습니다. 동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같은 다양한 지역 다자기구나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경제 제도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에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압도적인 군사력, 경제력, 소프트 파워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을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한중관계

 

Q. 한국 학계의 중국 연구의 숙제는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A. 한국 학계의 중국 연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만족하여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부상은 물론 국내외 변화도 더 빠르고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중국은 10년 전의 중국이 아니며, 10년 후의 중국은 현재의 중국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연구는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을 공부하려는 학부생과 석사급 지역전문가는 물론, 박사급으로서 세계적인 수준의 중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중국 연구를 해외에 의존하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지 않도록, 많은 학생들이 제 연구 성과를 공부하면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다른 하나는 학계 차원에서 어느 한 분야를 오랫동안 깊이 있게 또한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연구 업적을 축적하여 제대로 된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한국 학계, 특히 저를 포함한 중국 연구 관련 교수들 모두가 힘을 합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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