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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서구학계의 한국사 연구동향 –북미지역 한국고대사 학술대회 -
  • 이정일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

미국 한국고대사연구센터(EKSC) 주최 학제 간 워크숍


  512일 재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 한국고대사 학술대회에서 한국고대사 연구에 있어 기술과 과학(Science and Technology in Early Korean Studies)’이라는 대주제를 중심으로 북미 학자들의 연구 발표가 있었다. 전반부는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이르는 삼국시대 이전, 후반부는 삼국시대를 다루었다.


창원 다호리 출토 붓과 손칼

창원 다호리 출토 붓과 손칼


  발표 주제를 열거해보면, 전반부의 경우 한국 후기 구석기 시대의 문화 전파와 기술 전환의 사회적 맥락(Cultural Transmission and the Social Context of Technological Transitions during the Late Paleolithic of Korea)’,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송국리의 변천과정 고찰: GIS와 경관적 접근(Examining the Songgukri Transition through the Eyes of People: a GIS and Landscape Approach)’, ‘한국 남서부 군곡리 유적지 해안 농경의 적소 구축: 초기 철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 2가지 고고학적 자료(Niche Construction of Coastal Farming at the Gungokri Site in Southwestern Korea: 2 Archeolobotanical Data from the Early Iron to Three Kingdoms Periods)’로 구성됐다. 후반부의 경우 한국 철기 시대의 리터러시 기술(The Technology of Literacy in Iron Age Korea)’, ‘6세기 신라의 글쓰기 기술(he Technology of Writing in Sixth-Century Silla)’, ‘GIS와 역사적 이미지로 본 고구려 광개토왕릉의 새로운 모습(A New View of the Mortuary Complex of Koguryǒ’s King Kwanggaet’o as Revealed by GIS and Historical Imagery)’의 세 발표로 이루어졌다.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태왕릉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태왕릉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반부는 북미 학계의 최신 고고학적 방법론으로 고대 한국의 일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파헤쳐 보고자 했다. 삼국 시대는 문자, 왕릉을 주제로 국가의 존재를 당대적(當代的) 문맥 속에서 재조명하고자 시도했다.

    

지안 산성하고분군

지안 산성하고분군


북미 지역 전근대 한국사

  이번 학술대회는 북미지역, 어쩌면 구미지역 전반의 한국 전근대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사안들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한국고대사 연구자들의 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국제 학계에서 한국고대사, 좀 더 확대하자면 한국전근대사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다는 차가운 현실과 맞물려 있다. 지구촌을 휩쓰는 K-Pop, K-Drama K-Culture의 열풍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고대사를 포함해서 전근대 한국사의 어두운 현실은 2000년대 초반 유학할 때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마음속 어디선가 아쉬움이 솟구쳐 올랐다.

부여 송국리 유적 목책과 마을 전경

부여 송국리 유적 목책과 마을 전경


북미 지역 한국고대사의 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미 학계에서 중국사와 일본사가 성장한 과정을 돌아보면, 초기 단계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등 근현대 시기가 강세였다. 명기할 점은 서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근대가 있는가? 동아시아의 근대()는 서구의 근대와 어떻게 다른가? 비서구적 근대를 동아시아의 근대()에서 전망할 수 있는가? 동아시아적 특색은 서구중심의 근대에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 등 북미 역사학계가 제기한 일련의 문제의식 속에서 중국사와 일본사에 대한 심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19세기 이전, 소위 전통시대중국사와 일본사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높아졌다. 특히 주목할 바는 전근대 중국사 연구와 일본사 연구가 통사로서의 중국사 연구 그리고 통사로서의 일본사 연구로 활성화되면서 북미 학계의 동아시아사 연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로의 학적 성장은 비교사 연구도 촉진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글로벌 히스토리와 같이 서구중심의 역사서술을 비판하고 탈서구중심의 세계사를 지향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동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보편의 역사를 추구하는 역사학으로 수렴될 가능성마저 엿보게 한다. 북미 지역의 한국사, 구체적으로 한국전근대사와 한국고대사도 현재 북미 역사학계의 흐름이 어떠한가를 주시해야 한다.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북미 역사학계에서 한국고대사의 가치를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북미 역사학계에서 한국사의 위상은 변했다. 이제는 중국사와 일본사의 중간 즈음으로 생각하는 동아시아사 연구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사·일본사와 전혀 다른 역사로 간주하려는 경향은 한국사 자체를 고립시킬 위험성을 갖고 있다. 동시에 중국사와 일본사에서 각광받는 방법론을 추수(追隨)하려는 경향은 한국사의 특색을 희석시킬 위험성을 갖고 있다. 한국고대사를 포함해서 전근대 한국사 연구가 중국중심주의와 일본중심주의라는 거대한 쌍벽을 넘을 방법은 없을까? 한국고대사를 통해서 중국고대사와 일본고대사를 또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동아시아사의 전개를 보다 통시적으로 심찰할 수 있다면 이러한 상보성은 한국고대사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할 것이다. 동아시아 이외 지역과의 비교연구에서 동아시아 고대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탈서구중심의 역사 서술을 모색하는데 있어서도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다.


함안 성산산성 출토 신라 목간(출처: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 2004, 『한국의 고대목간』,  9쪽)

함안 성산산성 출토 신라 목간(출처: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 2004, 『한국의 고대목간』, 9쪽)

    

보편의 역사 속 한국고대사

  북미 역사학계가 오랜 기간 학제 간 연구와 비교연구를 권장해왔으며 전근대 중국사 연구와 전근대 일본사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건설적인 동력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척박한 연구 환경과 미진한 연구 축적의 문제에 허덕이는 북미 지역 한국고대사 연구가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제 간 연구와 비교연구의 장점을 취한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한국고대사 연구자들과 더욱 긴밀한 학술 교류를 통해 사료 분석과 방법론 활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오늘날 북미 역사학계의 어젠다 설정에 필요한 한국고대사 연구, 중국 고대사 연구와 일본 고대사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한국고대사 연구, 서구·중국·일본중심주의 역사 서술에 도전하는 한국고대사 연구는 수평적 사고의 열린 한국사를 펼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고대사는 동북공정의 역사 왜곡뿐만 아니라 중국중심의 세계사를 목표로 위계와 차별의 역사를 반복하는 신시대 중국 역사학에 맞서 보편의 역사 편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북미 중국사학계의 종장 벤자민 슈월츠(Benjamin Schwartz)가 주창한 인류의 경험(human experiences)으로서의 중국 고대사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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