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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행사참가기] 『동북아역사재단뉴스』2007년 7월호

독일 게오르크 에케르트국제교과서연구소 학술간담회
유럽인이 본 동아시아의 역사담론
| 제1연구실 연구위원 연 민 수

독일 게오르그-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는 150여 개국에서 수집한 17만권의 교과서가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교과서연구소이다. 이곳은 전후 독일의 역사학 및 역사교육의 큰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제교과서 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세계 각국의 교과서연구자들이 자주 찾는 교과서연구의 메카이기도 하다.
지난 6월 6일 이곳에서 열린 학술간담회는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담론을 유럽인의 시각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의견을 교환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번 학술간담회는 동북아역사재단과 게오르그 - 에케르트 국제교과서연구소의 학술교류협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기에 앞서 학술간담회를 갖자는 김용덕 이사장의 사전 제안에 따라 이루어졌다.
재단에서 필자와 고광의 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한 후 팔크 핑엘 부소장의 사회에 따라 스테피 리히터 라이프치히대학 교수, 에크하르트 푹스 연구부장, 슈나이더 연구원 등이 논평하였고, 김용덕 이사장과 핑엘 부소장의 총평이 있었다.
먼저 발제자로 나선 고광의 연구위원은 '중국의 한국사 왜곡 - 동북공정의 실체'라는 주제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 동북공정의 내용과 현황, 한국사 왜곡의 실태 나아가 동북공정을 추진하게 된 중국측의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우리 민족사의 중요한 뿌리인 고조선을 비롯해 고구려 발해 등 북방지역의 고대국가들의 중국사 편입에 대한 문제점과 중국측의 패권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하였다.
필자는'일본역사교과서의 역사인식과 한일관계의 특수성'이란 주제에서 일본 우익교과서의 서술내용과 역사인식을 분석하였다. 천황중심사관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중심적 독선주의, 타자를 비하하는 배타적 우월주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침략주의사관을 지적하고 이러한 교과서의 사상적 연원을 고대의 천황제, 신국사상에서 구하고 역사적 기억의 계승을 언급하였다.

민족·국가를 넘어서는 역사해석을

이들 주제발표에 대해 리히터교수는 역사가 정치의 도구화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역사수정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신민족주의는 가변적이고 유동성이 강한 고대의 국가와 민족의 개념을 근대의 국민국가의 틀 속에서 해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논평하였다. 이어 동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역사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탈민족주의, 초국가주의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어떠한 전략과 방법론을 모색하느냐가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동북아역사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하였다.
핑엘 부소장 역시 민족 자의식의 해체가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민족국가가 되면서 고대의 역사가 왜곡되는 현상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 외의 논평자도 민족과 국가, 문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역사해석이 필요하다는 등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리와 공통된 인식을 확인한 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 및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해 몇 가지 보충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우선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현재의 영토를 기준으로 하여 그 공간 속에서 발생한 역사를 모두 해당 국가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잘못이고 역사침탈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시대에 따라 영토의 공간적 범위는 변해도 그 속에서 일어난 역사의 주체가 바뀌는 것이 아님을 재차 지적하였다. 탈민족주의, 초국가주의 문제는 EU라는 지역적 공동체를 형성한 유럽에서는 현실적으로 기능하고, 유효한 이데올로기이지만 이를 한국사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역사적 과정에 많은 차이가 존재함을 설명하였다.
한국사에서는 적어도 7세기후반이 되면 민족적·공간적·문화적으로 일체화할 수 있는 통일정권이 수립되었고 역사적 계승성은 그대로 현재에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삼국통일 이전의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의 주체세력 역시 동일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한국사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소멸하지 않고 독립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주의에 뿌리가 있음도 설명하였다.

유럽과 다른 한국사 특수성 이해해야

김용덕 이사장도 총평을 통해 동아시아 속에서 한국사의 특수성을 부연설명하면서 초강대국 연방국가 소련이 참가하는 유럽공동체의 실현이 불가능한 것과 같이 다민족 거대국가인 중국과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드는 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어 동북아역사재단은 한국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자기주장만을 강요하는 기관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교류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추구해 나갈 것을 피력하였다. 나아가 동북아 역사인식의 공유를 위한 동아시아사의 편찬계획을 설명하고 역사 갈등의 해소를 위해 재단이 '씨앗' 역할을 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논평이 끝나자 핑엘 부소장은 역사연구에서 민족적, 지역적, 세계적 관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참석한 기타의 논평자도 지금까지 유럽의 모델이 선이고 이를 상대에 주입시켜야 된다는 생각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이번 학술간담회가 동서양의 역사이해의 차이를 새롭게 인식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내었다. 이질적인 문화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만남이었지만 약간의 긴장감마저 돌았던 처음의 분위기와는 달리 상대의 입장에 한 발짝 다가선다면 얼마든지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제8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아시아에서 세계로 힘차게 날자!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윤미향

지난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아시아연대 15년, 앞으로의 과제와 연대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제8차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주최하고, 동북아역사재단이 후원하여 진행된 8차 회의는 북한을 포함하여 필리핀,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 홍콩, 일본, 네덜란드, 독일, 미국, 호주 등 11개국에서 200여명이 참석하였다. 5월 18일 북측대표단 입국과 남북환영만찬을 시작으로 해서 19일 아시아와 다른 나라 참가자들 도착, 각국 대표자회의, 환영만찬으로 아시아연대회의는 시작되었다. 20일에는 개회식과 기조발제, 특별발제, 각국 발표 등으로 아시아연대의 15년 평가와 향후 활동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여, 21일 종합토론과 남북공동성명 채택, 결의문 채택, 폐회식으로 아시아연대회의 공식일정이 막을 내렸다. 특별히 이번 회의에는 북측에서 조선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보상대책위원회(조대위) 홍선옥 위원장과 손철수 서기장 등 5명이 참석하였고, 처음으로 아시아연대회의에 조총련 여성동맹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참가하여 일본군'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 자행되고 있는 우익 및 공권력의 재일동포 탄압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할 수 있었다.
대만과 필리핀에서는 일본군'위안부' 생존자가 직접 참석하여 생생한 증언을 해주었다. 대만에서 온 황 우 시우 메이(90)할머니는 "20살 때 일본군 병사에게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광주로 가기 전에 고흥에서 승선하기 전까지 옷을 벗기고 검사도 당하였고, 대만, 고흥과 중국 광주를 거쳐 나도 모르는 위안소로 끌려갔다"며 "그 후 전쟁상태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평균 30여명의 일본군을 받았고 그 당시는 공포의 나날이었다. 일본 군인들은 군용 칼로 위협하기도 하였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아베 수상은 이러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군은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는 피해자로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필리핀의 필라 프리아스 할머니는 "일본군에게 납치당했다. 일본 군인들이 나의 삶을 파괴시켜 버렸다"고 말한 뒤 "두 달 동안 매일 밤 3~6명의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내가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아베 총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인데 그 사람은 계속해서 강제 강간의 증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했고 그 희생자이다. 내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결코 멈추지 않고 정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바로 피해자!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두 분 할머니의 증언은 최근 일본정부의 강제동원 부인에 대해 생존자들의 분노가 높다는 것을 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회의가 남긴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남북공동선언 채택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연대의 의의와 연대활동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가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가장 잔혹한 인권유린 행위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범죄에 대하여 인정조차 하지 않고, 최근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과 박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 3월에 발표한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 부인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고노담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조사 법안을 제정하며 정부 내에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일본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부당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당장 철회하고 재일동포들에 대한 탄압행위를 즉각 중단하며 재일동포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며, "역사왜곡, 전쟁범죄에 대한 미화찬양을 그만두고, 자위대법과 '평화헌법'개악으로 군국주의를 부활시킴으로써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함께 요구했다.

남북공조와 국제연대의 강화 계기 마련

둘째, 제8차 아시아연대회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아시아는 물론 네덜란드,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 참가해 아시아연대회의 틀을 국제적으로 넓혀 보다 강화된 국제연대체로 확대, 발전시키기로 결의하였다. 이 결의는 필자가 주제발제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 15년, 앞으로 과제와 연대를 위하여"를 통해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포함하여 여성폭력추방운동, 전쟁 중 여성 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연대(국제네트워크) 결성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 권고·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 성과 등을 현재 이슈와 연계·계승발전, 글로벌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을 참가자들이 토론을 통해 결의로 채택한 것이다.
그리고 향후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 하원 및 각국 의회에서 진행되는 일본군'위안부'관련 결의안 채택을 위한 활동을 지지 연대 △일본정부의 1993년 '고노담화' 재검토 움직임을 반대하며 진상규명 및 국가배상을 위한 입법조치 실행요구 △유엔인권기구의 권고 실행요구 △각국의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중심으로 한 평화 및 여성박물관 등의 네트워크 활동 확산 등을 해나가기로 결의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시아연대 15년의 정신과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이제 8차 아시아연대회의의 결의들을 추진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과 네덜란드, 독일, 미국, 호주 등에서 미국 하원 결의안 채택을 위한 연대활동, 국제기구 대응을 위한 연대활동 등이 벌써 추진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헌법9조 개헌 및 일본정부의 보수화, 군국주의화를 막기 위한 범시민 연대활동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이러한 국제연대의 노력으로 이제 곧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 생존자들이 지난 기간 움츠리고 살아야만 했던 세월을 벗어나서 자신들의 정의와 인권을 한껏 누리며 맘껏 날개 짓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