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청동기 문화의 중심 ‘하가점상층문화’ | 제2연구실 연구위원 오 강 원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 내몽고문물고고연구소(소장 탑랍)과 공동으로 중국 동북지역의 주요 청동기 유물 유적에 대한 한·중 공동학술 조사보고서 2집 『하가점상층문화의 청동기』를 공동으로 펴냈다.
이 보고서는 2005년의 한·중 공동학술 조사보고서 1집 『내몽고 중남부의 오르도스 청동기 문화』에 이어 출간한 것으로 지난 2006.7.31~9.26까지 57일간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가점상층문화’는 내몽고 중남부의 오르도스 청동기문화와 요령의 비파형동검문화 등과 함께 선사시대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청동기문화 가운데 하나로서 이 문화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때부터 세계학계의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 유적들이 동북아시아의 주변 문화와 활발하고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협소한 지역의 틀을 뛰어 넘고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기왕에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들을 적지 않게 발굴하여 정밀 사진 자료와 함께 유물에 대한 상세한 실측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논문 편에는 한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오강원, 내몽고문물고고연구소 소장 탑랍, 내몽고문물고고연구소 부소장 조건은의 하가점상층문화 및 중국 동북 지역 청동기 문화의 상호 작용과 관련한 논문이 각 1편씩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의 연구 논문은 하가점상층문화 관련 최신의 연구 성과와 관점이 반영되어 있어 하가점상층문화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유적편에는 하가점상층문화의 표지 유적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동안 조사 상황이 충분하게 보고되어 있지 않아 유물 유적 정황이 분명치 않던 용두산유적과 소흑석구유적을 중국 측과 한국 측 책임 연구원이 각각 하나씩 맡아 새로운 조사 성과를 반영하여 간단하게 보고하고 있어 공동 조사의 의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들 보고문에는 과거에는 알려져 있지 않던 하가점상층문화의 환호 취락 등이 언급되어 있어 향후 관련 학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유물편에는 내몽고문물고고연구소, 내몽고자치구박물관, 적봉시박물관, 영성현박물관, 옹우특기박물관, 파림우기박물관 등 하가점상층문화의 주요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내몽고 거의 대부분의 발굴 조사 기관 및 문물 관리 기관의 청동기가 기종 별로 대거 망라되어 있다.
본서 말미에 부록 성격으로 첨부되어 있는 ‘한· 중 주요 유물 명칭 대조표’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대조표에서는 233개에 달하는 중국의 주요 청동기 유물 명칭을 한국식 한자 표기와 순 한글식 표기로 풀어서 중국 명칭과 대조하여 놓았는데, 우리 학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작업이라는 점과 함께 순한글식 명칭을 통해 유물의 기능과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북아 역사재단 김용덕 이사장은 “이번 연구가 동북아시아 선사와 고대 문화의 상호 작용과 기술적 네트워크, 그 속에서의 한국 문화의 위치와 형성과정을 연구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이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도 중국 및 러시아 등과의 공동 조사와 연구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국제교류네트워크의 원형, 크라스키노 성 | 제2연구실 연구위원 김은국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최근 『2006년도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성 발굴보고서』를 출간하였다. 크라스키노 성은 발해시대에 신라·일본과 교류하던 중심 도성이자 발해의 해륙 교통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때문에 발해사 복원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동아시아 국제 교류 네트워크를 추적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2004년에는 정방형 석실, 2005년에는 연해주 최대의 온돌유구가 발굴되어 발해사가 한국사와 불가분의 관계임이 입증되기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6년 2월과 5월에 걸쳐 러시아 연해주 내 발해유적 공동조사에 대한 발굴 협정을 체결하여, 크라스키노 성에 대해 같은 해 8월 5일(토)부터 8월 26일(토)까지 21박 22일에 걸쳐 발굴을 추진하였다. 이 조사에서는 보다 과학적 탐사 방법을 동원해 집자리와 화덕과 고래시설, 도로와 물길 유구 등 수많은 유적들을 추가로 확인했다. 기와와 금동장식 청동유물 등이 출토되어 발해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등 동북아시아에 산재한 한민족의 원형을 추적하는 데 꼭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발해를 통해 다시 형성된 발해사의 보고로 주목을 받고 있는 크라스키노 성은 연해주 핫산지구 크라스키노 마을에서 약 2Km남쪽에 위치하며 성으로부터 약 400m 남쪽으로 엑스뻬디찌아만이 있어 동해와 이어진다. 이곳은 발해 시대에는 62개 주 가운데 하인 염주(鹽州)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곳을 통하여 남쪽으로는 신라, 서쪽으로는 당, 북쪽으로는 흑룡강을 포함한 연해주 북방, 그리고 동쪽으로는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교류했던 해동성국의 중심지였다. 그간의 발굴 조사 결과를 통해 보더라도, 발해의 해륙교통의 교두보 역할을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도 중국과 러시아와의 주요 교통로 상에 있으면서, 남북한과 일본과의 교류 통로로, 나아가 동아시아 물류의 기점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 성에 대한 발굴 조사는 단지 발해사 복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동아시아 국제 교류 네트워크 추적을 위해서도 중요한 곳이다. 이 때문에 크라스키노 발굴에는 북한을 포함한 우리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발해와 일본과의 교류사에 일찍이 주목하여 발굴을 진행해왔으며, 특히 중국은 동북공정의 연장선에서 이 성의 발굴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학자들과 교감을 쌓아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곳은 최근까지도 많은 연해주 한인들이 성터 내에서 거주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고, 발해 전후 시기부터 최근까지 한민족의 연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동북아시아에 산재한 한민족의 원형을 추적하는 데 있어 다양한 정보를 주는 곳이다. 이번 보고서 출간은 연해주 지역 발해 고고학 유적의 체계적 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자료를 또 하나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보고서 출간을 통해서 우리 재단은 연해주를 포함한 해외문화 유산에 대한 조사와 관리에 노력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재단에서는 금년에도 8월 한달 간 연해주 크라스키노 성터 발굴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발굴 사업과 함께 향후 러시아 연구소의 유물을 국내에 전시 소개하는 사업을 추진하여 갈 것이며, 크라스키노 성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국제학술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