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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달 선회위성 '가구야'의 발사를 보면서
  • 동북아역사재단 자문위원 이 근 우(부경대 사학과 교수)

달로 향한 '가구야'

2007년 9월 14일, 일본 九州의 남단 種子島 우주센타에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만든 달 선회위성 '가구야'(영어명 SELENE)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주 위성은 가로세로가 약 2m에 높이 4.8m로 이루어진 입방체 형태이고, 무게는 약 3톤이며 50kg짜리 2개의 자위성을 가지고 있다. 달의 궤도에 도달하면 2대의 자위성을 분리하고 주위성은 고도 100km의 달 관측궤도에 진입해 탐사를 진행하며 달의 기원과 진화 연구 등 미래의 달 이용에 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한다.
가구야에는 무려 14가지의 첨단관측기구가 탑재되어 있다. 형광X선 분광기와 감마선 분광기 등으로 마그네슘, 알루미늄, 실리콘, 우라늄, 토륨, 수소, 칼륨 등 달표면의 각종 광물이나 원소의 분포상황을 조사한다. 지형 카메라와 달 레이더사운더를 통해서 달 표면의 10m 크기의 물체는 물론이고 지하 수km에 이르는 지질구조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달의 자기 분포, 우주선 및 우주방사선 입자, 태양풍 등에 기인하는 전자 및 이온의 분포, 달의 전리층, 프라즈마 등도 관측한다. 2대의 자위성을 매개로 하여 달의 중력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작업도 행한다. 마지막으로 NHK의 하이비젼 카메라를 이용하여 달의 표면 사진도 전송하고 이를 NHK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아가 일본은 2013년에는 달 착륙선을 띄우고, 2018년 달의 암석 샘플을 지구에 가져오며, 2020년에는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직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경험도 없는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첨단 위성의 이름이 '가구야'? 어디서 들어본 듯 한 이름이다. 그렇다. 竹取物語 속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이지 않는가. 많은 남자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나중에는 천황의 구혼도 거절하고 달로 돌아간 '가구야히메'다. 원래 달에 살던 선녀였다고 하니, 달을 탐사하는 위성에 '가구야히메'의 이름을 붙인 것은 그럴 듯하기도 하고 로맨틱하기도 하다. 현대의 과학과 고대의 전설이 한 자리에서 만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가구야히메'라는 먼 과거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또 다른 과거도 떠올랐다. 그건 좀 더 가까운 과거다. '미쯔비시(三菱)'다.

미쯔비시 중공업

'가구야'라는 첨단 달 선회 위성을 쏘아올린 로켓은 H-IIA형 로켓. 바로 미쯔비시 중공업이 만든 것이다. 로켓의 표면에는 '미쯔비시'의 로고가 선명하다. 미쯔비시는 어떤 회사인가?
土佐(현재의 高知縣 安藝市) 출신이자 대표적인 政商의 한 명이었던 巖崎彌太郞가, 1887년 나가사키 제철소를 불하받으면서 재벌로 성장한 회사이다. 선박을 비롯하여 발전용 터빈까지 생산하면서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1920년대에 이미 10식 함상전투기 즉 함재기를 생산하였으며, 40년대에는 零式艦上??機 속칭'제로센'을 만들었다. 태평양 전투 개전기에는 탁월한 선회능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제로센'이 위력을 떨쳤다. 1942년에는 유명한 항공모함 '무사시(武藏)'를 진수시켰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재벌해체를 경험하였지만, 다시 통합되면서 현재도 미쯔비시 중공업이라는 회사명으로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실로 다양하다. 사업 분야는 선박 및 해양, 원동기, 원자력, 기계·철구, 항공·우주, 범용기·특차, 냉열, 종이·인쇄기계, 공작기계 등으로 나눠져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가압수형 원자력 발전기를, 항공 분야에서는 F1, F2, F4, F15와 같은 초음속 전투기를 비롯하여 헬리콥터까지 제작하고 있다. 특차 분야에서는 90식 전차, 인쇄분야에는 인쇄기·윤전기 등 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일본 제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번 가구야 위성을 발사한 로켓도 바로 미쯔비시 중공업의 항공·우주 분야에서 만든 제품인 것이다.
미쯔비시 중공업의 로고를 보는 순간 어쩔 수 없이, 2차 세계대전 중에 그 회사가 수행했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나아가서는 '가구야'의 발사도 순수하게 과학적인 탐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군함과 전투기를 앞세워 한반도와 중국대륙만이 아니라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석유와 고무 같은 자원을 확보하고자 하였던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가구야'는, 달이라는 새로운 영토로 진출하여 미래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을 찾고자 하는 팽창주의적인 일본의 첨병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달에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대신할 새로운 원소가 부존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단순히 2차 세계대전 때 전함을 만든 것도 미쯔비시이고, 로켓을 만든 것도 미쯔비시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고 하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달을 새로운 영토로?

달로 향한 일본의 관심도 달갑지만은 않다. 일본은 35,000km의 해안선과 447만㎢ 라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보다 해안선의 길이는 더 길고, 바다의 면적은 세계 6위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와는 독도 문제로, 중국ㆍ대만과는 조어도 문제로, 러시아와는 북방 4개 도서 문제로 충돌하고 있고, 동경에서 1,740km 떨어진 3평 남짓한 암초에 방파제를 쌓고 오키노토리시마라는 이름을 붙여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달 탐사에는 그보다 더 큰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로켓이란 것도 수직으로 쏘아 올리면 로켓이지만, 비스듬하게 쏘면 미사일이다. 미쓰비시는 원자로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평화적인 이용에서 일탈할 경우에는 하나의 기업이 얼마든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할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도 과거사 청산의 문제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일본이기에,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과거 재벌이었던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들을 다시 확인하면서, 일본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