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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특집Ⅱ - 역사NGO세계대회] 세계 역사NGO들의 축제 한마당
  • 제2연구실 부연구위원 이성제

아시아역사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재단과 역사 및 독도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역사NGO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36개 역사 관련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사를 주관했으며 9월 14일 오전 10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개막 심포지움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비롯해 서울 시내 일원에서 다채롭게 치러졌다.
9월 14일 첫날 『역사의 매듭, 평화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린 개막 심포지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수훈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대독한 축하 메시지에서 "역사문제와 관련한 국가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는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여는 중요한 열쇄가 된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계승 발전시키고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를 삼을 때 보다 정의롭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역사NGO세계대회 참가자들은 16일 폐막식에서 역사화해를 위한 공동행동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평화롭고 열린 대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적 분쟁의 근원 규명, 역사 교육 강화 및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사관에 기반을 둔 왜곡 없는 역사 교과서 개발, 청소년과 여성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간 교류 장려, 다양성에 기인한 정보와 운동경험의 공유 및 시민적 연대와 네트워크 강화 등을 명시했다. 결의안은 "각국 정부들이 비판적 파트너로서 NGO 지원을 강화하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공동 연대협력과 시민행동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역사NGO 주제 전시

제1회 역사NGO 세계대회 주제전시관은 개막에 앞서 9월 12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다.
전시관은 '진실과 화해','전쟁과 기억','평화와 미래','신화와 역사'라는 4개 주제관과 '독도특별전시','고구려특별전시'로 구성돼 있는데 '진실과 화해'는 진실의 명확한 규명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식사죄가 있을 때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위안부'피해자와 일본 관동대지진 만행, 야스쿠니신사 등의 자료사진 등을 전시했다. '전쟁과 기억'은 과거의 잘못을 미화하고 있는 일본 역사교과서를 전격 공개했다.
'평화와 미래'관에서는 대립과 반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쟁지역인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생활상과 이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평화학교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신화와 역사'는 우리 민족의 고대문화인 홍산문화로부터 고조선· 부여 ·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가야 등의 유물과 역사자료를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는 고구려특별전시관과 영유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독도특별전시관도 마련됐다.

피해자·가해자 증언대회

한국·조선인BC급 전범과 일본인 억류자의 증언은 9월 15일 오전 10시 사랑의열매 회관 에서 열렸다. 증언대회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면서 역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진정한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한국·조선인BC급 전범으로 실형을 받은 이학래씨와 일본군으로 종전 후 시베리아에서 억류 생활을 했던 이케다 코이치씨가 참석했다.
이학래씨는 1942년 6월 포로감시원 군속 모집으로 동원돼 태국포로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감시원으로 복무했다. 1945년 9월 해방 후 귀환도중 전범 혐의로 체포됐으며 이듬해 4월 싱가폴 장기형무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1956년 10월 가석방된 후 한국출신 BC급전범모임 '동진회'를 결성하고, 전범의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총리관저를 점거하는 등 BC급전범 입법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씨는 "국적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형을 살았는데 이제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우리를 외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인 억류자 이케다 코이치씨는 1945년 관동군 富岳37324부대로 소집돼 10월 시베리아로 강제 이송됐다.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앙그렌 수용소에서 탄광, 철도건설현장에서 일했고 1948년 9월 귀국했다. 1999년 4월 국가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4년 1월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다. 고이치씨는 "10년간 시베리아에 억류된 일본군인만 60만명으로 일본인 역시 정치적 굴레에 갇힌 피해자"라며 "러시아와 일본이 사죄와 배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역사 주제 국제학술심포지움

동아시아 역사의 '뜨거운 감자'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9월 15~16일 제1회 역사NGO세계대회 심포지엄에서는 동북공정, 고구려·발해·간도 역사문제 등을 주제로 학자들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가장 첨예한 사안은 한·중간 입장 차이가 극명한 고구려·발해·간도 문제였다. 박선영 포항공과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박 교수는 "고구려는 중국과 다른 복식이나 관혼상제, 산성축성법 등을 사용했으며 연호도 독자적으로 썼다"며 고구려의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 "발해는 영역면에서나 종족면에서나 고구려를 계승한 후예"라고 주장했다. 중국측은 "고구려사는 중국사"라고 반박했다. 고경수 중국 연변대 역사학과 교수는 "고구려 민족의 활동 범위가 중국 동북지역 내에 있었고, 건립 시기도 초기 도성이 한나라 현토군 관할 범위에 있을 때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중 역사공동위원회 설립 등 공동연구를 통한 화합과 협력, 평화를 화두로 한 다음 세대 교육의 중요성 등도 논의됐다. '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주제로 실제 역사교육 사례발표를 한 이수일 한국 상계고 교사는 학교에서조차 멀어져가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집Ⅱ - 사진으로 본 역사NGO세계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