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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보고 - 『몽골 알타이 산맥 일원의 암각화 조사』 결과 보고] 한국 선사·고대 문화와 북방 유목 문화의 친연성 확인
  • 제2연구실 연구위원 장석호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2007년 7월 15일부터 8월 23일까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 연구소(소장 D. 체벤도르지)와 공동으로 몽골의 서부 알타이 산맥 일원에 분포하고 있는 선사 및 고대 암각화와 사슴돌 등을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한국 선사 및 고대 문화의 계통성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 파악과 수집에 있었다. 한국의 선사·고대 문화는 중국과 내륙아시아 등 한반도의 서쪽지방으로부터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었지만, 고대와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북방 유목문화와의 친연성이 한층 농후해지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웅변해 주고 있는 것이 초기 고구려 고분 벽화 속에 그려진 여러 형상들이다. 예를 들어, 고구려의 고분벽화 속에는 소위 '수렵도','기마행렬도','철기병' 그리고 '마차도' 등이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그림들은 북방 지역의 수렵과 유목민 미술의 주제와 긴밀하게 관련된 것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알타이 산맥 일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고대 유목민 제국에 이르기까지 선사·고대 암각화들이 풍부히 남아있다. 재단은 한국 선사 및 고대문화의 북방 유목문화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기 위하여 이 지역의 암각화를 조사한 것이다.

조사 기간은 40일간(2007. 7. 15~8. 23)이었으며, 이 기간 중 몽골의 서부 고비 알타이 아이막(행정단위 '도'에 해당)과 호브드 아이막 일원에 분포하고 있는 총 19개의 암각화 유적지 및 사슴돌을 조사하였다.
조사단 구성, 전체 일정, 지역 선정, 조사 방법 등은 재단과 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 연구소가 협의하여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총 11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정해진 기간 동안 19개의 유적을 조사할 수 있었다. 조사는 유적지의 규모 파악, 암면 고유번호 매기기, 그림 내용 파악, 사진 촬영과 형상 채록 등의 순서로 진행하였다. 형상채록은 폴리에틸렌을 통한 정밀모사 방법을 취하였다.
우선 고비 알타이 아이막에서는 '하난 하드' 암각화를 비롯하여 총 9개 유적지를 조사하였다. 이 지역 바위그림의 중심 소재는 동물들이지만, 각 유적지마다 특색이 있는 그림들이 표현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하난 하드'에서는 수렵, 마차, 군인 등의 형상들이 표현되어 있었으며, '움느드 올'과 '이흐 베르흐' 암각화에서는 마차 형상들이 주목을 끌었다. '돈드 햐린 혼드' 암각화에서는 깃발이나 창을 든 기마병들이 흥미를 유발시켰으며, '하난 하드', '노곤 혼드' 그리고 '이흐 베르흐' 암각화에서는 성교, 의례 장면 등이 그려져 있었다.
호브드 아이막에서는 모두 10개의 유적지를 조사하였다. 이 가운데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 벽화, '찬드만 하르 우주르'와 '이쉬깅 톨고이' 등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판명된 암각화도 포함되어 있다. 호브드 아이막 에르뎅 부렝 솜에 있는 '조스틴 하드' 암각화 속에는 중앙아시아 고대 유목민 제국의 철기병이 표현되어 있었다.
총 19개 유적지의 조사를 통해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다양한 형상들을 촬영하고 채록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사슴돌에 시문된 형상들, 사냥 장면, 군인, 철기병(사진 1), 깃발을 든 기마병, 전투도, 마차 행렬도(사진 3) 등은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형상들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것들이 이 지역을 무대로 생존을 영위하였던 수렵·유목민 문화의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슴돌을 통하여 '스키타이 시베리아' 동물 양식의 특징과 분포권 그리고 한반도와의 관련성을 살필 수 있다.
사냥 장면은 중앙아시아 바위그림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며, 이러한 그림을 통하여 수렵도의 원형과 변이과정을 더듬을 수 있다. 군인과 기마병 그리고 철기병 등은 고대 중앙아시아의 패자였던 흉노, 유연, 돌궐 제국의 용사와 무기 그리고 군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차 행렬도도 이동 수단의 실상과 발전 과정을 추적·복원할 수 있게 해 준다.
흥미로운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제의 그림들이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철기병은 덕흥리 고분 벽화 속의 그것(사진 2)과 유사하며, 깃발을 든 기마병이나 전투도 등은 안악 3호분의 행렬도 중 '기마인물도' 그리고 삼실총의 '공성도'에서 창을 들고 싸우는 병사들과 유사하다. 또한 마차 행렬도는 덕흥리의 '소가 이끄는 수레와 시종'(사진 4)이나 '묘주 부인 출행도' 등과 동질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제재, 포착 시점, 구성 방식 그리고 제작 시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예로 든 암각화 속의 형상들과 고분 벽화 속의 그것들 사이에는 유사성이 살펴진다. 양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제작 장소, 세부 장식, 기법 등이다. 이러한 유사성과 이질성은 선사 및 고대 중앙아시아 미술의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수집한 자료들을 통해서 광활한 중앙아시아 대륙에 폭넓게 확산되었던 수렵 및 유목민 문화의 보편성을 살필 수 있다. 바로 그 문화적 보편성 위에서 각 지역 간 이질성을 비교·분석할 때 한국 선사 및 고대 문화의 성격도 바르게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조사를 통해 그동안 중국의 화상석이나 내륙아시아의 불교미술,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 등 서역 일변도의 자료로만 진행되어 온 국내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환경에 획기적으로 새로운 북방 지역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료들은 한국 고대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도면 제작 및 자료의 DB화, 소재 분류, 양식 비교와 분석 그리고 해석 등의 과정을 거쳐서 그 성과물을 자료집으로 출간, 학계에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