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동해표기,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영역으로
  • 제3연구실 행정원 황성준

박물관이 연구, 전시, 교육하는 기관임을 고려해 볼 때 최근 중국 요녕성 박물관의 요하문명전을 보니, 적지 않은 우려가 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마무리된 이후에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2007년 2월로 5년여에 걸친 중국의 동북공정의 대장정은 완결되었다. 동북 공정의 결과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 역사는 중국 역사가 되어버렸고, 중국은 화하족을 중심으로 다종족이 하나의 통일 국가를 이루었다는 '대중화주의'를 확립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중국의 다종족 통일국가론이 향후 한반도의 정세변화와 동북아 국제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라는 국가적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이며, 우리가 우려하는 바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의 완결은 외견상 종료일 뿐 그 결과가 중국 요녕성 박물관의 요하문명전에서 전시, 교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요녕성 박물관은 3개 층의 전시 공간을 갖고 있다. 1층과 2층에서는 고대 석비와 묘지, 명·청대의 공예품, 고대 화폐, 요대 자기 등 특정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하고 있으며, 상설전시실은 3층에 있다. 2007년 6월 28일부터 요녕성 박물관 3층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요하문명전에서는 요하 유역을 중심으로 한 물질문화를 통시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요하문명전은 요녕성 각지의 구석기시대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대표적인 유적·유물을 5단계로 시기구분하고, 각 단계별의 문화 내용을 5개 방에 나누어 유물들을 진열하였다. 1전시실은 구석기와 청동기 시대에 해당하는 유적, 유물들로 文明瑞光이란 주제로 요하유역이 문명사회에 돌입하였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시는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신석기 시대까지의 유적, 유물들로, 요녕성의 역사를 28만 년 전까지 소급시켰고, 제단, 사당(廟), 무덤(塚)과 용, 봉황, 인물형 옥기군으로 대표되는 홍산문화에 초점을 두었다.
2실 전시는 청동기시대부터 춘추, 전국시대에 이르는 유적, 유물은 商周北土라는 주제로 전시하였으며, 전시는 요서지역의 북방식 청동기와 함께 중원지역의 상, 주 문화가 북방으로 진출하였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도작의 전래와 북방식 청동기와 함께 요서지역에서 출토된 상, 주시대의 청동 예기를 전시하였다.
3실 전시의 주제는 華夏一通으로, 시간적으로는 진·한대 이후 당대까지로, 부여에서부터 고구려, 삼연 등 북방 왕조의 유적, 유물과 요서지방 주로 조양일대의 수·당대 유적으로부터 출토된 유물을 선별하여 전시하였다. 華夏一通 전시에서는 비로소 북방 종족과 중원 종족이 하나로 융합하였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4실은 거란, 5실은 만족의 문물을 전시하였으며, 만족이 심양에 자리하였던 단계까지만 전시함으로써 요하 유역의 문물을 통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이 요하문명전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文明瑞光, 商周北土, 華夏一統 이 세 전시이다. 이 세 주제는 요하 유역의 고대 문명이 중국 중원과 접촉함으로써 중원 즉 화하족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일되어 간다는 대중화주의를 전략을 물질문화를 통하여 교육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전시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문제시 하는 것도 바로 중국의 역사왜곡을 물질 자료를 통하여 교육한다는 점에 있다.
요하문명전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은 한때 우리의 역사가 전개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그들의 전시에서는 우리의 고조선, 부여, 고구려사가 왜곡되거나 발해의 역사가 멸실되어 버렸다. 고조선과 관련하여 중국 동북지방의 청동기문화는 몇 개의 지역군으로 나뉘고, 각 지역군의 유적·유물들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지역 색을 띤 것도 있다. 특히 요동지역의 요동반도 일대가 그러한데, 이 일대는 중국 동북의 여타지방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묘제와 토기 및 문화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즉 고인돌과 비파형단검, 미송리형 토기문화 등이 그것으로 우리는 이 일대를 고조선의 범위로 파악하고 있다. 즉 요하의 역사에서 고조선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전국시대 연나라의 영역을 청천강까지로 표시함으로써 학계의 여러 견해들이 무시된 채 고조선의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요동에서 지워진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부여와 고구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부여는 일찍부터 한과 신속관계이고, 고구려의 기원을 고이족에 두고 부여에서 남하해 온 주몽에 의해 건국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전시된 유물들은 이에 부합되도록 자의적으로 선정되었다. 서풍 서차구 유적과 환인 망강류 유적이 그 단적인 예이다. 서차구 유적과 망강우 유적에서는 유사 형태의 귀걸이가 출토되었지만, 서차구 유적의 종족에 대해서는 부여, 흉노, 선비, 오환으로 보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서차구 유적을 부여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전시하였다. 이어지는 진열장에서는 고구려 초기 유적으로 환인 망강루 유적을 전시함으로써 한의 신속관계에 있던 부여에 의해 고구려가 건국되었다는 논리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의 영역을 표시한 지도에서 발해는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발해도호부로 표시됨으로써 발해를 당에 예속시킴으로써 고구려와 발해는 단절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요녕성 박물관의 요하문명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요하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임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만주 일대에 있었던 우리 역사를 중국에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상설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상설전시란 이벤트성의 특별전시와는 다르다. 특별전시가 일회적이고 일시적이라면, 상시 전시되는 상설 전시는 지속적이며 장기적이라는 점에서 특별 전시에 비해 그 전시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요하문명전의 전시·기획 의도나 전시된 유적·유물의 자의적 선정 등에서 중국이 표방하는 다민족 통일국가를 교육·홍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완료는 완결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의 동북공정이 대중화주의의 일환으로서 단순한 역사 왜곡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21세기 국가전략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 하에서 우리는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연구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 및 동북아시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 일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 뿌리 찾기, 민족 원류 찾기 등의 자국 중심의 역사 해석은 역사 왜곡의 또 다른 형태로 절대로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의 역사인식에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