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동아시아역사교과서 국제학술워크숍
바른 역사교과서는 역사 갈등의 해법이며 평화의 초석
제2연구실 연구위원 임상선
제2연구실에서는 지난 11월 15일(목)부터 16일(금)까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소재 재단 대회의실에서 "동아시아 역사교과서의 주변국 서술과 그 특징"을 주제로 동아시아 역사교과서 국제학술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역사교과서는 그 서술내용이 주변국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국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상호 이해를 위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번의 국제학술워크숍은 현재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교과서에서 자국사 뿐 아니라 주변국이 어떻게 기술되어 있으며, 이것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다.
학술워크숍에는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베트남,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 뿐 아니라 미국의 역사교과서 전문가도 참가하여 근래 보기 어려운 동아시아 역사교과서 분야에서의 대규모 학술토론의 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술회의를 마치고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서울 소재 박물관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등 우리 문화유산 관람행사도 이루어져, 참가자들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동아시아 국가 뿐 아니라 미국의 전문가들도 참석, 열띤 토론 이어져
이번 학술워크숍에서는 2일간에 걸쳐, 각 국의 대표적인 역사교육, 역사교과서 전문가들이 모두 8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이어서 주제별 토론과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발표자 및 발표 주제는 표 참조)
쥬 한구어 교수는 발표를 통해 "중국 중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동아시아 역사 관련 논술에서는 동아시아 각 국의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존중하고, 중국과 동아시아 각 국의 우호왕래 역사를 집필하고, 동아시아국제간의 충돌과 전쟁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3가지 원칙을 지킨다"고 하였다. 후카야 카츠미 교수는 "후쇼사(扶桑社)판 「새로운 역사교과서」의 아시아 경시는 민주적인 자세의 역사학에 있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일본의 대외관계사는 발전을 계속하고 있어 성과가 검정과 대립하지 않고 역사교과서에 반영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린 리위에 교수는 "대만의 역사는 지리, 윤리 등과 합병하여 《사회영역》으로 바뀌었는데, 동북아시아 국가에 관한 서술은 주로 일본에 집중되고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역사는 오직 중국과 관련된 소수의 부분만 대략 소개되어 있을 뿐 자세하고 다양한 서술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G. A. 트카쵸바 연구원은 2007년 10월에 3개의 기술대학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소개하였는데, 그 결과 "조사 대상 학생의 41%는 동아시아 지역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으며, 중국을 관광객으로 방문한 것이 67%, 일본은 11.2%, 북한은 딱 1명, 대한민국은 제일 많이 가지 않는 국가라고 파악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그 이유는 "충분한 정보 부족, 비자 문제, 한국관광 자원에 대한 지식 부족 등"이라고 대답했다. 응웬 반 카잉 총장은 "베트남의 중학교 교육프로그램의 역사교과서에서는 동북아 역사문제가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나 내용은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일본과 한국에 비해 중국에 대한 부분은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연민수 연구위원은 "한국의 고등학교 국사는 주변국 관련 서술이라 하더라도 주변국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은 없고 한국사의 대외관계사로부터 나온 내용이 대부분인데, 특히 역사쟁점이 많은 북방민족 등 다양한 교류사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바른 역사교과서는 역사 갈등의 해법이며 동아시아 평화의 초석
현재 우리들은 자신의 역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정작 교류의 상대인 주변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심지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한 각 국의 발표자는 자신의 국가 역사교과서에서 주변국 서술을 소개하고, 개선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언급하였다.
가령, 대만학자는 발표문에서 동북아시아 국가에 관한 서술은 주로 일본에 집중되고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역사는 대단히 소외되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측 발표자는 중국의 역사교과서에서 동아시아 역사 관련 논술 중에 금후에는 한국, 조선, 몽골 등 주변 국가의 서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고, 베트남 참가자는 역사교과서와 교재에서 동북아 지역에 대한 합리적인 내용과 새로운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학자 간, 정부 간,기업 간의 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바른 역사교과서야말로 역사 갈등의 해법이며 동아시아 평화의 초석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므로 향후에는 금번의 학술워크숍에서 알게 된 주변국 인식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 이해와 공동의 역사대화를 위하여 금번의 학술회의를 보다 진전되고 정례화된 형태로 전환시켜 나아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아시아 역사교과서 국제학술워크숍 발표자 및 발표주제
소속 | 이름 | 발표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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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사범대학 | 쥬 한구어(朱漢國) 교수 | 중국 역사교과서의 변혁과 |
일본 와세다대학 | 후카야 카츠미(深谷克己) 교수 |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동아시아 |
대만 국립사범대역사연구소 | 린 리위에(林麗月) 교수 | 개혁과 변화 - 대만역사교과서속의 한국사 |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역사고고인류학연구소 | G.A.트카쵸바 (G.A.TKACHEVA) 연구원 | 러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등 교육의 사회·정치적 오리엔테이션 |
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 응웬 반 카잉(NGUYEN VANKHANH) 총장 | 현재 베트남에서 사용하는 교과서 내의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서술 |
몽골 국립사범대학 | J. 게렐바드라흐 (J.Gerelbadrakh) 교수 | 몽골의 역사교육 : 역사교과서에 보이는 동아시아 서술의 특징 |
동북아역사재단 | 연민수 연구위원 | 한국 역사교과서의 주변국 서술과 특징 |
한양대학교 | 신성곤 교수 | 한국 '동아시아' 교과서의 구성과 그 특징 |
특집Ⅱ-동아시아역사교과서 국제학술워크숍 발표문
국사교과서의 주변국 서술과 인식
제1연구실 연구위원 연민수
현행 국사교과서는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개편되었다. 고교 국사교과서는 종래의 시대순에 의한 서술과는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류사 중심으로 편집하였고, 그 범위도 전근대사를 대상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중심의 서술은 교과서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역사상의 중요한 문제나 현상을 탐구하여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편의 목적이었다고 보인다.
한국사의 전개에 대외관계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조선의 출현으로부터 한반도와 만주일원에 존재했던 수많은 소국들, 삼국과 통일신라, 발해에 이르기까지 지역적, 통일적 기반을 갖는 다원적 왕권이 제각기 국가와 종족의 존립을 위해 대외접촉을 추진하였다. 주변국에 대한 올바른 서술과 인식은 한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일이며 21세기의 한국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좌표이기도 하다.
주변국에 대한 서술과 인식
역사서술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객관성과 균형성이다. 특히 대외관계사 서술은 이러한 기초적 문제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군현 관련 서술을 보면, 한군현을 설치하여 지배하고자 했으나 토착민의 반발에 부딪혀 세력이 약화되고 결국 고구려에 의해 멸망했다고 한다. 여기서 한군현 설치 기술은 보이지 않는다. 한군현은 전·후한 합쳐 400여 년이란 장년의 역사가 있다. 고조선 유민들의 저항도 적지 않았지만, 낙랑·대방군이 고구려에 의해 소멸되기까지 동아시아 제국에 준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군현의 설치를 치부의 역사로 처리하여 교과서에서 도외시하는 것은 역으로 고구려의 발전사가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아시아의 커다란 틀 속에서 언급되어야 한다.
고구려의 남방 관련 서술에서, '신라와 왜·가야 사이의 세력 경쟁에 개입하여 신라에 침입한 왜를 격퇴함으로써 한반도 남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고 한다. '신라와 왜·가야 사이의 세력경쟁'이라는 표현은 신라와 경쟁하는 세력이 '왜를 주축으로 하는 가야'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광개토왕비문에 나타난 국제관계의 구도는 백제를 중심으로 한 가야·왜이다. 왜 주도의 세력경쟁이란 한반도 남부를 두고 고구려와 왜가 대결했다는 일본학계의 전통적 논리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백제의 요서지방 진출과 백제군 설치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학설이다. 진대에 일어난 사건이 정작 『진서』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요서지방이 무주지나 공한지가 아닌 이상 고구려와 남방에 대한 전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해외진출을 시도했다는 점은 상황론적으로도 부자연스럽다. 일본 규슈지방에의 진출이라는 기술도 관련근거인 『일본서기』 신공기와 칠지도 명문의 해석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논증되지 않은 가설이 국정교과서에 통설처럼 수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료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이란 항목에서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를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삼국간의 전쟁은 북방에서의 전쟁보다 더욱 치열하였다. 특히 백제의 멸망은 육상이 아닌 해로로 당 수군에 의해 당하지 않았던가. 한반도의 허리가 당군의 비수에 찔렸는데,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침략을 저지'했다는 논리는 지극히 고구려 중심적이다. 고구려를 한반도의 파수꾼으로서의 자리매김이 과연 올바른 역사인식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의 항목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은 외세를 이용하였다는 점에서…한계성을 갖는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외세란 당이고 신라의 대당연합전선을 가리킨다. 고대의 한반도 삼국을 하나로 묶는 통합적 영토·민족개념이지만 적절한 표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대의 삼국은 통합에서 분열이 아니라 유사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 지역적 기반을 갖는 제종족, 국가들이 전쟁을 통해 통합해 가는 과정이고 우리는 그것을 한민족이라 부르고 한민족사에 편입하고 있다. 잘못된 인식은 아니지만, 삼국은 자국사에서 보면 당과 마찬가지의 외세일 뿐이다. 현재 분단시대의 남북한의 통일론에 '외세'란 표현으로 '한계성'을 말한다면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대를 현재의 관점에서 본 과잉 역사해석은 아닌지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바람직한 서술의 방향과 방법론
교과서 서두에 '우리나라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이해', '국사가 곧 우리 자신이 살아온 모습이고 민족 정체성의 근원'이라고 전제되어 있듯이 '주체적', '정체성' 서술을 표방하였다. 특히 '국사'라는 용어에서 나타나듯이 강한 민족주의적 요소들이 곳곳에 감지되고 있다. 자국사의 서술에서 자긍심과 민족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울러 보편성을 갖는 균형적인 서술이 요구된다. 현재 국사라는 용어는 세계사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한국사로 대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군과 고조선> 항목에서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단군왕검이 건국하였다고 한다(B.C. 2333)'라고 하고 단군신화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신화와 사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고 건국연대와 '단군 영정' 조차 싣고 있어 역사적 사건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 민족과 국가의 형성이 혼동되어 있고, 2천 년이나 존재한 단일왕조 고조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중국은 한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북방의 침략자로 그려져 있다. 민족 국난 극복사라는 관점에서의 대외서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전쟁사가 과도하게 부각될 경우 모든 것이 대립의 역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 외교사와 문화사적 측면도 배려할 필요가 있고 양국관계의 전체상이 들어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일본과 관련해서는 우리문화의 우월성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격동하는 동아시아 세계에서 상호작용에 의해 인간의 이동과 문물의 전파가 이루어진다. 문화전수의 이면의 다양한 양상들이 도외시되어서는 제대로 된 한일관계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대외관계의 서술이 빈약하다. 고대 동아시아 세계는 수많은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가 있었고 전쟁과 외교, 문화교류가 이루어졌다. 삼국이 하나로 되어가는 과정은 대외관계 속에서 성립하였다. 특히 역사쟁점이 많은 북방민족 등 다양한 교류사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학교 교육이 세계사의 조류에 맞는 인간상의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과서는 '주체성', '정체성' 뿐 아니라 보편성과 객관성을 추구해야 하고 교과서 서두에서 말한 '개방적 민족주의'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