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재미동포 최좌성 씨가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가르치는 미국 사립학교와 해당 교육청, 그리고 뉴저지주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단의 김용환 연구위원이 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봉준 변호사를 만나 그의 입장과 소송 진행 상황을 청해 들었다. _ 편집자 주
김봉준
Kim & Bae, P.C. Attorneys at Law 공동설립자로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및 국제 상거래, 상사 소송, 계약, 기업 인수·합병, 명예훼손, 부동산, 회사설립 등이 전문 분야다. 뉴욕 총영사관 자문 변호사, 부산대 Law School 겸임 교수, 'Law & B'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저지주 변호사 윤리 징계위원,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변호사 협의회 이사, KBN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김용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과에서 국제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재단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독도·이어도 및 해양관할권 관련 국제법 이론과 국제판례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김용환: 지인을 통해 미국에서 독도관련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사용 저지를 위해 소송을 제기 중인 재미교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과 일본에 언론보도도 되었는데, 이 소송과 관련해 김봉준 변호사가 처음부터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독도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김봉준: 7년 전쯤부터 관심이 생겨 독도에 관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리앙쿠르'라는 독도 지명에 관련하여 프랑스 정부에 요청하여 여러 가지 자료도 찾아보았다.
김용환: 해외 교포 중 독도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다. 그런데 이 사건을 처음 어떻게 접하게 되었으며 소송까지 이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봉준: 1년 전쯤 뉴저지주에 있는 일본계 학교에 찾아가 교과서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교과서를 일본에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일어로 쓰여진 교과서와 브로셔를 번역해 보았더니 놀랄만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미국에서 자라 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동안 독도 논란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교과서 내용은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학교에 대해 더 알아봤더니 그 학교는 일본학교가 아니라 일본계 미국학교였다. 미국 아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에서 이런 편향된 정치적 시각을 담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다.
김용환: 미국에 있는 일본계 사립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 교과서는 일본의 극우파 모임인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후소샤 판 공민교과서다. 한국침략을 미화하는 등 문제가 많은 책인데, 구체적으로 피고는 누구이며 어떤 쟁점을 가지고 소송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봉준: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적 시각이 담긴 교과서로 수업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누구를 상대로 소송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가장 적합한 상대를 찾다가 일본계 미국학교와 교육부, 지역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정했다. 이것은 행정소송으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독도가 누구 땅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교과서가 상당히 정치적인 시각을 담고 있으니 그걸 시정해달라는 것이다. 두 가지 방안이 있다. 뉴저지주 교육부에서 이 학교에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허가를 취소해 그냥 일본 학교가 되든지, 아니면 정치적인 견해가 실린 교과서 일부분을 삭제하거나 교과서를 아예 바꾸라는 내용을 담아 청원을 했다.
김용환: 예전에도 미국 초중등 교재로 '요코 이야기'(원제 :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라는 책이 선정되어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해방시기와 관련해 한국인에 대한 증오와 인종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미국 내 교포사회가 크게 반발해 결국 지역학교 교재 및 권장도서 목록에서 퇴출시켰던 사건이다. 이번 사건도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 교육문제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봉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당연한 이야기다. 미국 아이들에게는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강점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본토도 아닌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다른 나라에 있는 학교에서는 안 된다.
김용환: 그렇다면 이번 소송에 대해 상대측으로부터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시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하고 있는 대안은 있나?
김봉준: 소송 상대는 셋으로, 뉴저지주 일본계 학교, 뉴저지주 교육부, 그리고 뉴저지주 오클랜드 교육위원회다. 교육부에서는 응대를 했고, 교육위원회에서도 자문변호사 되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일본계 학교 측 변호를 미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이 맡은 것이다. 학부모들이 대단한 부유층도 아니고, 전교생이 2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그렇게 비싼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사실 우리 요청은 독도를 이슈로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교과서를 폐기하고 다시 만드는 데 비용이 든다면 그저 그 부분을 스티커로 붙여서 안 보이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볍게 접근한 것이다. 그런데 대형 로펌이 등장해 연기를 신청하며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김용환: 현재 소송 진행과 관련해 그 경과가 궁금하다. 미국은 소송비용이 상당히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용 부분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혹시 이번 소송과 관련해 외부 지원이 있는가?
김봉준: 일단 제일 많이 들어간 비용은 시간이다. 김&배 로펌에서 이번 소송 방향과 적합한 방법을 찾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전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던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더 오래 걸렸다. 그 밖에도 일어 번역 등 번역 비용 등이 꽤 들어간다. 하지만 일체 외부 지원은 없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한인사회, 더 나아가 한국의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할 것이다.
김용환: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겠지만 구체적으로 외국 사람들에게 이를 설명하라면 자신 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재단은 동해와 독도에 관련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해외 공관들을 활용해 동해·독도관련 팜플렛과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혹시 우리 재단과 독도연구소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김봉준: 한국에 독도연구소가 있는지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한국 유명 가수가 독도 광고를 했다는 것 정도다. 그게 문제다. 기본적인 지식이 너무 없다. 심지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직원들도 독도는 일본 땅, 동해는 'Sea of Japan'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 대부분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준비하던 직원들이 위키피디아에 일본 측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자료들을 들고 와 어디가 잘못된 건지 지적해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단 서류를 작성하는 그 직원들부터 교육하고 설득해야 한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서류를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동북아역사재단 내 독도연구소가 존재하고 있으니 이제 자료를 지원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용환: 이번 소송의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만일 요구한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미진할 경우 대응 방안은?
김봉준: 이번 소송에서 지면 항소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항소 자체를 민사소송 법정으로 넘겨서 할 수도 있다. 이런 요청을 먼저 하는 것이 절차라서 다 거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중에 '이렇게 해도 안 돼서 올라온 것'이라고 판사에게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소송에서 이기게 되면 우리는 이걸 발판으로 범위를 좀 더 넓혀서 뉴저지주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일본계 학교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렇게 미국 내에서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으로 쓰여진 교과서로 배우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
김용환: 미국 언론에서 자칫 독도를 두고 한·일 간 영토분쟁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면 우리로서는 그만큼 손해다. 일본의 노림수가 어쩌면 그와 같은 이슈화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 학교에서 그같은 교육을 하도록 지켜만 보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미국 내 여론과 언론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김봉준: 워낙 개인적인 소송이고 조용히 진행해서 여론의 관심은 아직까지 못 느끼고 있다. 다만 이번 소송을 맡고 있는 로펌 '김&배'는 그동안 논란이 많은 사건들을 맡아왔고 힘든 싸움을 해서 이겨왔다. 그래서 미국 언론 쪽에도 꽤 알려진 편이다. '김&배'에서 이런 소송을 진행한다는 걸 알고 미국 미디어 쪽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는 인터뷰를 거절해왔는데 추측성 기사를 막기 위해서 소송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개할 생각도 있다.
교과서 문제로 접근했지만 일단 공개된 이상 독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쪽에서 최소화하고는 있지만 독도 문제로 보려는 여론과 언론의 시선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정확한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김용환: 이번 소송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은 역시 일본일 것이다. 일본 측으로부터 연락이나 접촉이 시도된 적이 있는지?
김봉준: 산케이 신문 측에서 연락이 왔다. 끈질기게 접촉을 시도해 워싱턴 특파원과 잠깐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기자에게 이건 독도 문제가 아니라 미국학교 문제라는 걸 분명히 말했다. 기자가 "이 다음 단계는 뭐냐"고 물어서 "우리는 다음 단계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인으로서 학교의 가르침이 편향된 정치적인 시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다시 기자가 "거긴 일본 학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깨끗하고 공정하게 해놓아야지 좋을 거 같아서 결심한 일이다"라고 답했다.
김용환: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산케이 신문에서 관련 기사가 났다. 산케이는 이번 사건을 반일 프로파간다(선전)로 간주하고 있다. 더구나 문제의 그 교과서를 세계 각국 일본인 학교에서 사용 중이어서 다른 학교에 대한 영향도 우려된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소송의 결과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 같다. 향후 소송준비를 포함해 재단에 바라는 점은?
김봉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독도관련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 자료들이 필수적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영문 자료를 제공해줬으면 한다.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일본 측 논리에 기댄 지식들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독도가 일본 것이라면 왜 거기에 한인들이 살고 있는데 가만히 있느냐? 그것만 봐도 너희 교과서와 현 상황은 모순이다. 그러니 그런 모순된 상황은 교과서에 담지 말아라" 이렇게 반박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그들이 틀렸다는 걸 입증하려면 논리적인 서류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