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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 이준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재단 이사)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우리 세대는 매년 3.1절이 되면 이 노래를 소리 높이 부르며 순국선열들을 생각했고 또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천재 소년임을 입증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준은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하면서 독립선언서를 보지 않고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안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를 부르다 구속되어 죽은 유관순 누나를 생각하며 애국심을 불태웠다.

그런데 작년 말 경 광화문 문화 포럼에서 천안 독립기념관에 갔다가 유관순 누나가 친일파여서 대부분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됐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아보니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누락에 대해 모 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있기에 기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면서 "친일 전력의 신봉조박인덕이 해방 후 유관순을 발굴해 이화 출신의 영웅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좌편향적인 7종 역사교과서 중 4종(금성, 두산, 미래엔, 천재)에서 유관순 열사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다음은 안창호나 윤봉길이 사라지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추측까지 내어 놓는다. 그러나 종북 좌파가 아닌 대부분의 교수들은 "유관순의 항일 행적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를 폄훼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다.

쉰들러와 슈트라우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는 나치에 적극 협조한 사업가이지만 약 1,100명의 유태인을 구출한 것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또 리하르트 게오르그 슈트라우스(Richard Georg Strauss)는 히틀러 밑에서 장관에 해당하는 음악국 총재를 지낸 나치지만 재직 시 유태인인 멘델스존(Felix Mendels sohn)의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많은 유태인들과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말년에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에 못 이겨 일본 군가를 작곡했다는 이유로 흥사단 단원이며 생명같이 여기던 바이올린을 팔아 독립운동에 쓴 홍난파를 친일파로 몰아 모든 음악 교과서에서 홍난파가 작곡한 노래들을 삭제했다고 한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홍난파의 노래를 부르고 해방 직후 공산정권 수립 때 일제하에서 공무원을 하던 사람들을 거의 다 그대로 임명하여 행정업무를 하게 했다고 한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한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정치와 행정은 구분해야 하고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 전문가로 보아야 한다는 프로페쇼날리즘(Professionalism)을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도 직업공무원제도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윌리엄 마시(William L. Marcy) 상원의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전리품은 승자에게(To the Victors belong the Spoils)"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 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다 숙청하고 모든 이권이나 공직은 승리한 정권을 지지하고 추종했던 사람들이 차지하는 엽관 제도가 풍미했다. 정치에서 프로페쇼날리즘은 예를 들어 권총을 평가할 때 그 권총이 누구를 쏘았느냐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총이 얼마나 잘 맞는지로 평가해야 하고, 누가 왜 그 권총을 쏘았는지를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쏜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주장과 일맥상통하는데 고양이를 평가할 때 얼마나 쥐를 잘 잡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지 그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맞은 삼일절, "Process of Elimination"을 떠올리다

이제 올해도 삼일절이 있는 삼월이 돌아왔다. 삼일절을 맞아 우리는 process of elimination을 적용해 조금이라도 일제하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그 후손들을 비난하고 폄하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기보다 유태인들이 그 무서운 홀로코스트(Holocaust) 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적극 협조했지만 1,100여 명의 유태인을 구한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를 추모하고, 나치정권에서 장관급에 해당하는 음악국 총재를 지냈지만 멘델스존(Felix Men delssohn) 의 음악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리하르트 게오르그 슈트라우스(Richard Georg Strauss)처럼 조금이라도 애국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추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일을 했건 종북을 했건 조금이라도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은 포용하는 분위기가 되기를 바란다.

친일파(?)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 여러분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우리 보고 당신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우리에게 묻거든, 우리는 조국 근대화의 위대한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일하고 또 일했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