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사 외국전(中國 正史 外國傳) 역주 시리즈는 《사기(史記)》에서 《명사(明史)》까지 중국 정사(正史) 중에 주변 나라와 종족에 관한 기록을 번역하고 주석한 것이다. 이 작업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동북아역사재단이 지원하여 각 시대 중국사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진행하였고, 그 결과는 《사기 외국전 역주》, 《한서(漢書) 외국전 역주》, 《후한서(後漢書) 외국전 역주》, 《삼국지(三國志)진서(晉書) 외국전 역주》, 《송서 외국전 역주》, 《남제서(南齊書)양서(梁書)남사(南史) 외국전 역주》, 《위서(魏書) 외국전 역주》, 《주서(周書)·수서(隋書) 외국전 역주》, 《북사(北史) 외국전 역주》, 《구당서(舊唐書) 외국전 역주》, 《신당서(新唐書) 외국전 역주》, 《구오대사(舊五代史)신오대사(新五代史) 외국전 역주》, 《송사(宋史) 외국전 역주》 (1~3), 《요사(遼史)금사(金史)원사(元史) 외국전 역주》, 《명사 외국전 역주》(1~7)로 출판되었다.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부터 전통시대 중국에서는 기전체(紀傳體) 형식으로 정사를 만들어 왔고, 근대까지도 그 전통이 이어졌다. 이러한 중국의 정사에는 열전(列傳)이라는 항목을 두었고 여기에 외국전(外國傳)을 배열하였는데, 이 역시 기전체 역사 서술 방식과 더불어 《사기》 때부터 계속 이어져 온 것으로 단대사(斷代史)의 열전에는 이웃 나라, 지역, 종족에 관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사 외국전을 번역한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시리즈는 시대별로 중원에 있던 나라와 그 이웃한 정치체들, 그리고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좀 더 쉽고 거시적으로 접근하여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시리즈 출간은 다음 세 가지로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
중원이 이웃과 맺은 관계를 종합 고찰하는데 보탬
첫째,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시리즈를 통해서 전통시대 중원에 있던 나라들이 이웃한 나라와 종족을 편제하는 방식을 통시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기》 이래 기전체로 쓴 정사가 전통으로 이어졌으며, 그 안에 담긴 주변 지역이나 세계에 관한 관념도 함께 계승되면서 각 시대의 특징을 드러냈다.
중국 정사(正史)에 수록되어 있는 주변 지역과 종족에 관한 언급은 종족의 이름을 따라 붙이기도 하고, 지역 구분에 따르기도 하였으며, 중국 중심 세계관을 반영하여 붙이기도 하였다. 좀 더 설명을 하면, 중국 정사들에서 인근 나라와 종족을 다룰 때, 처음에는 흉노(匈奴), 남월(南越), 오환(烏桓) 등 종족 단위로 서술하거나 서역(西域), 서남이(西南夷), 동이(東夷) 등 지역 관념에 따라 편제를 하여 설명하였다. 그러다가 사이전(四夷傳), 제이전(諸夷傳), 이맥전(夷貊傳), 이역전(異域傳)처럼 외국과 인근 종족을 통합하여 파악하는 개념으로 서술이 변했다. 뿐만 아니라 동이전(東夷傳), 서역전(西域傳), 남만전(南蠻傳), 북적전(北狄傳)으로 나누어 사방을 중국 중심 관념 체제로 이념화한 체제를 채택한 시기의 천하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기에 큰 틀은 유지하면서 시대별로 차이를 보이는 전통시대 중국이 이웃한 지역이나 종족과 맺은 관계의 실체를 전체적 시야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세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전통시대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시리즈를 시간 흐름에 따라 읽다보면, 진(秦)한(漢)부터 명(明) 제국까지 동아시아 질서를 포함한 구체적인 국제질서 양상을 볼 수 있다. 이 제국들이 관계를 맺었던 나라와 지역은 동아시아로만 국한되지 않았고,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심지어는 유럽과 아프리카 나라들과 그 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는 일회성으로 끝난 관계도 있지만, 중원 제국들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장악하고자 했던 나라와 지역들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고 있다.
조공-책봉 체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실마리
그런데 이러한 나라나 지역하고 중원의 관계를 설명할 때, 중국정사에서는 단지 '책봉(冊封)', '조공(朝貢)' 이 두 개념만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명사》의 〈외국전〉을 보면, 그 안에는 안남(安南, 베트남 북부)일본류쿠(오키나와)점성(占城, 베트남 남부)발열(渤泥, 부르나이)고리(古里, 인도 캘리컷) 등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같은 유럽 나라들까지 포괄하고 있고, 심지어 아프리카 나라들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과 관계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용어는 예외 없이 '책봉'과 '조공'이었다.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시리즈는 이렇게 광대하고 다양하며 여러 층위가 존재하는 관계를 '책봉', '조공'이라는 용어가 전통시대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개념으로 적합한지 끊임없이 묻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책봉-조공 체제'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그 실제 운영이나 내용은 정해져 있지 않았고, 서로 달랐다는 것을 공간적·시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 중국 내 '민족'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 정사에서 '소수' 민족들을 다룬 내용들은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다. 특히 호북(湖北)호남(湖南)운남(雲南)사천(四川) 지역을 포괄하는 중국 서남지역은 천혜 자연환경과 다양한 종족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한 중원의 역사문화와는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중국 정사 외국전 역주 시리즈를 바탕으로 이러한 지역이 중원제국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거시적인 틀에서 검토하는 것이 가능하며, 다양한 종족들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이 지역은 현재 티베트나 위구르 자치구처럼 적극적인 분리 독립을 시도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중국 서남부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