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사 1965-2015》 시리즈(전3권- 정치, 경제, 사회·문화)를 발간하고 지난해 12월 22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생각한다"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거 50년간 한일관계를 분석 및 검토한 책
재단은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째를 맞아 한일 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50년에 걸친 양국 관계를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성찰하고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하였다. 현재 한일 관계를 제대로 진단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전망하고 이에 맞춰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지난 50년 동안 밟아온 궤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집필에는 한국과 일본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한일 관계를 주제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연구자와 소장파 연구자 51명이 참여했다. 시리즈는 공동 연구 성과물이지만 해당 장의 논문은 집필자가 연구자로서 자율성과 책임감으로 자유롭게 집필하였다. 민감한 현안이나 대립하고 있는 쟁점에 관해서도 연구자 개인의 견해를 최대한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이 시리즈에 실린 논문의 마지막 책임자는 51명 연구자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분야별 집필자들이 모여 시리즈 구성 취지를 밝히다
간담회는 각 분야별 대표 집필자들인 이원덕 교수(국민대), 기미야 다다시 교수(도쿄대), 이종구 교수(성공회대), 이소자키 노리요 교수(가쿠슈인대), 김도형 교수(한림대), 아베 마코토 연구원(아시아경제연구소)가 발표하고 이어서 한상일 교수(국민대), 한영혜 교수(서울대), 강천석 논설고문(조선일보), 오태규 논설위원실장(한겨레), 최인한 편집국장(한국경제)이 참여하는 토론으로 진행하였다.
발표는 각 분야별로 시리즈 구성 취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치 분야를 발표한 이원덕,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한일 관계 50년을 크게 △ 1965년 체제에서 다차원적 한일 협력의 양상, △ 국제정치 속 한일 관계, △ 한일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마찰,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 검토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빈번하게 발생한 한일 간 역사 마찰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것을 회피, 완화시키면서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매우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 민주주의, 시장 경제, 인권 존중이라는 기본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분야를 발표한 김도형 교수와 아베 마고토 연구원은 한일 관계 50년을 크게 △ 한일 경제협력의 역사적 전개와 성과, △ 무역·투자관계, △ 통화금융 협력, △ 양국 산업분야에서 경쟁과 협력 실태, △ 인적 교류와 기업 간 협력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상대국과 했던 협력과 그에 따른 여러 활동을 과소평가하거나 폄하해 온 경향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경제 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었음을 밝혔다. 또, 일본이 한국과 추진했던 경제협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동아시아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과 한국 기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관한 일본인들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추적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한일 경제 주체들이 여러 방면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서로 발전해 왔는데, 이러한 네트워크는 때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한일 관계 전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앵커 역할을 담당해 온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사회·문화 분야를 발표한 이종구, 이소자키 노리요 교수는 한일 관계 50년을 크게 △ 사회 수준에서 전개된 한일 관계의 궤적과 단면, △ 문화 및 지식 교류와 한일 관계의 역동성, △ 사회·문화 영역의 한일 관계 상황 : 쟁점과 상호작용, △ 지역사회의 한일 관계와 현지 조사의 시각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사회·문화 영역에서 한일 관계는 한국의 민주화와 냉전 종식이 크게 작용하는데, 1990년대 이후 한일 교류가 빠르게 활발해지고 관계 구축이 진전된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반일', '혐한'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대립도 가시화되었음을 지적했다.
중층적 관계 속에서 상호 이해를 진전시켜야
한편, 토론에서는 앞으로 이번 시리즈와 같이 연구자들끼리 공동 작업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최근 양국의 교류가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을 고려하면서 갈등 원인을 파악하고 중층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 이해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한일 관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경제 분야에서는 '원조·수직 분업에서 경합을 넘어 상호 협력·수평 분업'으로 발전하도록 하여 "한일 공통시장을 향한 협력이 진전되면 양국 산업은 경쟁 관계를 넘어 수평적 분업 관계를 구축하고 새로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한일 관계사 시리즈 발간과 관련 간담회 개최는 현재 한일 관계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 요구되는 과제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