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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유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감한 한반도 통일론
  • 홍면기(재단 명예 연구위원)

유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감한 한반도 통일론최근 남북관계와 주변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우리는 통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위기와 전환의 시대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접근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남북관계나 통일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숨 가쁜 상황 전개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통일문제를 새롭게 이해할 문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어떤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북한 통일문제를 풀어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모처럼 마련된역사적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

 


각론을 넘어선 총론적 통일론이 필요한 시점

우리가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분단과 통일을 모호한 관념적 추상의 세계 속에서 매우 분절적이고 파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통일의 경로와 방법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할 수 없었고, 분단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저항을 제압하기도 쉽지 않았다. 통일이주입된 당위로 되뇌어지거나 남북관계를 정쟁의 소재로 활용해온 현실이 그 극명한 예증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 같은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에 대한 호흡을 가다듬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역사는 우리가 그동안 어떤 가능성을 모색해 왔고, 지금 어디쯤 서 있으며,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남(指南)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우리 안에 각인된지리적 결정론이나주변부 의식을 넘어설 새로운 역사인식이 절실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배경이다. 조선족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과 이들을 타자화하는 병리 현상 또한 이 같은 굴절된 역사인식의 반영물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 책에서 필자는 재외 동포, 특히 연변 조선족 사회의 여러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고, 이들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동반자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대안적 사고를 제시해 보고자 했다. 연변지역은 우리의 역사적 고지(故地)이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향후 질서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전략공간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일본, 미국 등이 이 지역에 관한 연구와 영향력 확대에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평화와 통일의 길을 착실히 밟아가려면 이 공간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경쟁과 협력의 구도라는 복안적(複眼的) 시각으로 읽어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의 역사왜곡, 조선족 사회, 중국의 동북지방 개발, 연해주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 북한·통일문제 등에 관한 많은 연구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의 꾸러미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하지 못해 왔다. 각론은 있으나 문제를 전략적으로 종합, 조감하는 총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론적 방법론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여는 글, 닫는 글 외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는 글에서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1장에서는 국제정치의 생태 변화에 따라 통일 환경이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왜 조선족 사회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았다. 2장에서는 조선족 사회가 걸어온 발자취를 간단히 정리하고, 공동체 해체 위기에 처한 조선족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와 기회 요인을 설명했다. 그리고 한중 간 민감한 쟁점이 되는 역사 갈등과 영토 문제의 개요를 설명해 두었다. 이들 문제를 제쳐놓고 조선족 사회와의 협력, 연대를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연변 두만강 지역에 생성되고 있는 초국경 공간을 중국의재영역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이라는 대각적(對角的) 시점에서 조망하고자 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지역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공간에서 경합하고 있는 이익의 구조와 그 흐름을 잘 분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장에서는 한국인과 조선족 간의 갈등 양상을 논급했다. 한국인과 조선족 사회의 균열은 통일역량을 극대화하고 미래공간을 확보해 나가야 할 한국의 전략적 시야를 흐리고 있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남북한의 재외동포정책을 비교함으로써 분단이 남북한뿐 아니라 재외동포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결과적으로 한민족의 역량 누수라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한, 화교와 유대인 네트워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선족 사회의 발전 방향을 탐색했다. 5장에서는 화교와 유대인의 네트워크 전략을 참고하여 조선족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적 사고를 정리해 두었다. 특히 미래지향적, 진취적 역사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조선족 사회를 평화와 통일의 네트워크에 포섭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표로 요약했다. ‘닫는 글에서는 논의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요약하고, 불확실한 전환기에서 역사적 자신감을 재충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전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조선족 사회를 통일의 동반자로 맞이하고,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핵심적 전제임을 확인했다.



덧붙이는 말

지식의 태만은 현실의 위기를 낳는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풀어가려면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관성적 사고를 전복(顚覆)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가 부족함을 무릅쓰고 책을 낸 것은 분단에 길들여진 지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말해야 한다는절박함때문이었다. 이 책은 주변국의 간섭과 개입, 남북한 간의 협력과 갈등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생존경쟁의 무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작은 고민을 담고 있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생각을 책으로 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가감 없는 비평과 고언을 들어가면서 좀 더 진전된 생각, 좀 더 설득력 있는 통일론을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를 책에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