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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일 역사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우리 영토 교육 어디까지 왔나
  • 한철호 ┃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한철호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근대 정치 및 외교, 개혁운동을 비롯해 독도 등 영토 연구에 전념해왔다

역사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집필하였다

한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부터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저로는 친미 개화파 연구, 한국 근대 개화파와 통치기구 연구한국 근대 주일한국공사의 파견과 활동

한국 근대의 바다, 근대 일본은 한국을 어떻게 병탄했나?등이 있다.

    





일본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소위 죽도의 날을 제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내각관방에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을 설치하여 영토·주권에 관한 정책을 공세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초··고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 교육을 강제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등 다방면에 걸친 교육·홍보에 이어 연구·조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끈질기고 집요하게 역사 왜곡을 일삼으며 반한(反韓) 감정을 고조시키는 일본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밝히고, ·일 고문헌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애써온 역사교육자이자 역사학자 한철호 교수를 만나 영토 교육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시각차와 갈등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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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동안 19~20세기 일본 교과서와 지도에 표시된 독도의 형태를 면밀하게 연구해오셨습니다. 사범대학에서 역사 교육을 가르치면서 독도를 비롯한 영토 연구에 특별히 힘쓰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A. 100년 전 역사는 오늘날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대의 모든 현상과 모순이 파생되는 시작점입니다. 개항 이후 1910년까지의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다 보니 독도에 대한 침략이야말로 일본의 침략주의적, 식민지배적 성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독도는 한일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인이자 역사 전쟁의 원인이지 않습니까? 학자로서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원인을 파악해 보자, 숨겨진 사실이 있다면 발굴해보자, 100년 전 역사를 통해 오늘을 올바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학문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는 판단 하에 독도를 비롯한 영토 연구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한일 갈등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죽도고유영토론을 반박하고 우리나라의 '독도영토주권'을 뒷받침할 확실한 자료가 있을까요?



A. 독도가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라는 사실은 다양한 역사적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693년 조선과 일본은 울릉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다투는 이른바 울릉도쟁계(鬱陵島爭界)를 시작합니다. 조선은 강경 대책을 마련하고 울릉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수토관을 파견하지요. 이때 쓰여진 울릉도사적(鬱陵島事蹟)(1694)은 울릉도 수토관 장한상이 일본에 대한 방비책과 함께 독도를 우리 땅으로 언급한 중요 공문서이며, 조선의 울릉도·독도 관할 상황을 입증하는 자료입니다.


일본은 울릉도쟁계로부터 이어지는 돗토리번 답변서(1695)와 도쿠가와 막부가 내린 울릉도 도해 금지령(1696)을 근거로 메이지 시대 최고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이 죽도(당시 울릉도) 외 일도(一嶋, 독도를 지칭)는 일본과 관계가 없음을 명심할 것을 지시하는 태정관 지령(太政官指令)(1877)을 내무성에 하달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남아있는 공식 문헌입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일본 정부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공식 문서나 웹사이트에는 일본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료를 언급하거나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에 객관성과 엄밀함과 진실이 담보되어야 함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역사는 이미 왜곡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Q. 일본 정부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역사를 왜곡하고, 특히 영토와 관련해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논리를 만들어나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일본은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자, 아름다운 일본 재건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만들자,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피해를 줬다는 죄의식을 극복하자, 역사교육을 통해 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도록 교육하자, 다시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고 일본인 중심의 국민의 역사를 회복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역사 왜곡 교과서 제작에 나선 것이고, 침략과 식민지배로 얼룩진 자국의 근대사를 반성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해양 영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라입니다. 독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태평양과 동아시아 해상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釣魚島)와 쿠릴 열도(러시아명 Kuril’skie Ostrova)에서 일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교두보를 사전에 차단하고, 영토를 분쟁화하여 자신들의 자학사관을 극복할 가장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Q. 일본 정부는 교과서 기술을 통해 영토와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 미칠 영향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A. 불과 얼마 전인 324일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에 의하면 검정에 합격한 일본 사회과 교과서 3개 과목 17(역사 7·공민 6·지리 4) 대부분이 죽도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고 일본 고유 영토인 죽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도 자국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논조, 한국에 대한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고 독도 등의 영토를 내세워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 때문입니다. 그들은 역사 교육 과정에 자신들의 역사 인식을 주입하는 등 교과서 왜곡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시정을 요구함에도 정부가 나서서 역사 왜곡을 조장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릇된 역사에 기반하여 잘못된 인식을 주입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무시하고 평화와 공존을 저해하는 행 위입니다. 아마도 일본 정부의 태도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양국의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갈등의 불씨로 계속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Q. 일본 역사학계, 교육계, 시민단체에서는 자국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판하지 않습니까



A.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확산해 의식을 바꿔 보려는 세력도 있지만, 군국주의와 식민지 침략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맹렬히 비판하는 양식 있는 역사학자와 지식인이 많습니다. 그들은 일본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피해 문제를 다루었던 교과서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한일 양국의 교과서 집필자들이 집필 방향 및 검정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올바른 역사 및 영토 교육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연대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민간 차원의 계속적 교류, 협동, 연구가 이어져서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초석을 놓는 일은 중요합니다. 깨어있는 일본 시민사회는 이러한 작업들이 일 본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역사 왜곡이 난무하는 난국을 타개하려면 진실을 탐구하는 이들이 연대하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일본 학계, 시민사회와 함께 지속적인 학술 교류 및 인적 교류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한철호 교수






Q. 이러한 역사 왜곡 문제에는 일본 내부의 동일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폐쇄적인 자민족 중심주의 사관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A. 한일 양국은 역사 문제와 관련하여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시민을 표방하면서도 자국의 역사만 훌륭하다고 가르치다 보면 결국 국수주의(國粹主義)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국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는 역사 화해와 전진이 요원하다는 것이지요. ‘역사적 사실은 오직 하나입니다. 그러나 역사 인식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가 모두 일치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역사가 과거,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과정임을 염두에 두고, 자민족 중심주의적 역사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제는 동아시아 전체,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역사를 조망하는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Q. 일본은 다방면에 걸친 영토·주권에 관한 교육·홍보에 이어 조사·연구 지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지난 220일 일본은 독도 영유권 선전을 강화한 영토·주권전시관을 재개관하고, 주요 각료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을 잇달아 쏟아냈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단도 대응했습니다.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도발을 이어가며 주변국을 도발하는 일본 정부의 욕망과 어리석음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엄중히 항의했습니다.


일본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점은 은폐하거나 선택적으로 활용합니다. 그것이 역사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현재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보면 개정일본여 지노정전도(改正日本與地路程全圖)를 게재해두고 고유 영토론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1778년 울릉도·독도를 일본 경·위선 밖에 그려 넣어 막부의 허가를 받은 것인데, 일본 막부가 안용복의 울릉도 쟁계를 확인하고 독도를 조선 영토로 인정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독도가 자기들의 고유 영토라는 그동안의 아전인수격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이 독도에 대한 실효 지배를 유지하고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차분히 대응하면 됩니다.

    




Q. 역사교육자로서 역사를 어떻게 정의하시는지요?



A. 역사는 고차원적이고 심오한 것이 아니라 가장 평범하고 가장 간단한 것입니다. 역사는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축적된 과거 안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해내는 능력,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연구와 역사 교육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연구는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고, 교육은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후 세에 올바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른 연구를 토대로 얻어진 성과물들을 올곧게 전달하는 교육은 연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일체를 이룰 수 있는 교육적 방법과 접점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오랫동안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신 만큼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실 것 같습니다. 신진 연구자, 역사 교육 전공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역사를 연구하시는 분으로서의 소명도 궁금합니다.



A. 역사의 대상은 항상 현재보다 과거에 가깝습니다. 역사를 정확히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왜곡 없이 알려질 수 있도록 실천해야 역사를 연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양심과 윤리에 따라 역사적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역사의 진실을 지키지 못한다면 역사 연구자로서도 발언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학문적인 객관성과 성실성으로, 엄밀함과 엄정성을 가지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