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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메이지유신의 침략성과 재인식의 문제』
  • 이원우 ┃ 재단 국제관계와 역사대화연구소 소장

새책


2020, 또다시 갈등의 바람이 분다.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둘러싸고 양 국민의 상호 입국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대한 반도체 부품 소재 금수(禁輸) 조치로 급랭한 한일 관계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더욱더 경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 한일 간에는 비단 역사 문제가 아니라도 이미 동물계의 천적처럼 국가 간 천적화(天敵化)가 되어 있 는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 산업화 시대의 메이지유신, 민주·인권 시대의 메이지유신



2018년은 일본에서 메이지유신 (1868)이라는 큰 정치적 변혁이 일어난 지 150년이 되는 해였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이라 하면 가장 먼저 서구화와 근대화의 성공을 연상한다. 대내적으로는 봉건 막번 체제가 폐지되고 천황 중심의 근대적 정치 체제로 이행되었고, 대외적으로 는 주변 국가보다 한걸음 빠른 서구화와 근대화의 성과를 이용하여 재빠르게 서구제국주의 사회에 편승, 근린 국가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대만 침략(1874)을 시작으로 1945년 일본의 패전까지가 전쟁의 연속이었다.


메이지유신은 한국에서도 근대화, 서구화와 관련하여 성공의 예로 이야기되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메이지유신의 긍정적 부분과 아울러 부정적 측면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메이지유신의 과정이 많이 왜곡되었다거나, 삿초사관(근왕사관)이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무진전쟁(戊辰, 1869) 시 사츠마·초슈번병이 주축이 된 신 정부군이 구 막부군이나 동북지방 여러 번의 동맹군과 전투를 수행하며 약탈, 방화, 강 간 등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재단이 간행한 연구총서 메이지유신의 침략성과 재인식의 문제는 메이지유신을 근대화 및 서구화에 성공한 역사적 사례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일본 국민과 근린 제국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불행하게 한 측면을 담고 있다. , 유신 속에 내재된 침략성의 연원을 규명하고 오늘날 우경화하는 일본 사회 내에서 메이지유신이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재인식되고 있는가를 규명한 8편의 논문을 담고 있다.

    



◆ 메이지유신의 침략성, 그리고 재인식



신국사상(神國思想)의 침략성(박홍규)은 당시 상황에 따라 허구적 신 국사상(일본서기)이 방어적 신국사상(몽고 침략기)으로, 상대적 우월성의 신국사상(신황정통기)으로, 절대적 우월성의 신국사상(요시다신도)으로, 일본형 화이 체제와 자기 만족의 배타적 신국사상(도쇼다이곤겐)으로, 초 절대 적 우월성의 신국사상(모토오리 노리나가)으로, 천황 중심의 작위적 신국사상(요시다 쇼인)으로 발전하며 침략적 성격을 노골화했음을 밝힌다.


가토 히로유키의 전쟁 인식과 진화론 청일·러일 전쟁 관련 기술을 중심으로(김도형)는 진화론이라는 사상적 조류가 자기 인식 형성에 끼친 영향과 발전, 그것도 전쟁이라는 필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발전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동아시아적 상황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일본적 특수성으로서의 침략 사상이나 전쟁 인식의 문제의식만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시대 인식으로서의 문명과 전쟁, 침략의 정당화라는 관점의 확대를 제공한 것은 유의미한 읽을거리이다.


교육의 전쟁 책임에 관한 고찰청일·러일전쟁 시기를 중심으로(이권희)근대 일본의 교육과 전쟁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교육칙어(敎育勅語)’ 공표 이전과 이후의 교육 상황을 교육의 국가주의와 군국주의(軍國主義)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조감(鳥瞰)하였다. 일본은 국민을 사적 영역에서 감성적 자유를 만끽하는 자기 결정 권자의 주체로 용납하지 않았으며, 인민들에게 왜곡된 국가관과 침략 사상을 심어주어 근린 제국(諸國)을 불행한 역사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비극의 역사를 낳았다.

    


교육칙어

교육칙어(1890.10)



◆ 정치사상으로서 메이지유신의 빈약함



아베 정권의 메이지 기억과 정치메이지 150년 기념사업을 중심으로(박삼헌)메이지 시대 예찬내용과 2020년으로 예정된 헌법 개정이라는 정치 일정 속 의미를 분석했다. 아베 정권은 2016년부터 메이지 정신 교육과 일본의 강점 재인 식을 목표로 메이지 150년 기념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사업은 전쟁(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아시아(타이완과 조선의 식민지화), 민중(여성 등 국내 모순)을 소거하고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의 메이지 성공 스토리만 강조한다. 정치가 아베는 전후의 일본국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야말로 독립 회복의 상징이자 방법이라는 정치적 소신으로 메이지 국민·일본인이 일본의 독립을 위해 불평등조약 개정에 고군분투한 기억에 의탁하여 현재의 일본 국민에게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국제사회의 인권 중시 경향을 반영하여 메이지유신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적다는 데 착안한 연구도 있다. 이에 따르면 메이지유신 과정에서의 사망자는 약 3만 명으로, 지배 신분인 무사와 피차별 신분을 폐지했 다는 측면에서 혁명이라 칭한다. 그러나 근린 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화하면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게 한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200만 명이 사망했지만 전 세계 적으로 억압받고 있던 무수한 생명이 자유와 평등을 획 득하도록 자유·박애·평등의 이념을 제공한 프랑스혁명 을 사망자 수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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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 150주년 기념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