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성박물관(遼寧省博物館)
4년 만의 중국 방문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중국 입국은 많은 제한이 있었다. 코로나가 소강상태에 이른 올해 3월 중국은 드디어 외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재개하였다. 중국 고고학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현지에서 유물을 관찰·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중 관계, 혐중·혐한 분위기, 반간첩법 시행 등의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는 중국 방문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학술활동은 정치·사회적 문제와는 별개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아래, 8월, 드디어 중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방문지는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일대 박물관으로 설정했다. 개인적으로 4년 만의 재방문이었다.
선양박물관의 온라인 예약 시스템 및 관광 연계 상품
중국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과거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비자는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는데 요구하는 개인정보가 상당하였다. 그리고 중국은 현금 결제시스템에서 카드 결제시스템을 거의 건너뛰고 디지털 결제시스템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의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별도의 중국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신용카드와 연동해서 사용해야 했다. 실제로 현금을 안 받는 것은 아니지만, QR코드를 이용한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되고 있었다.
뤼순박물관의 QR코드 스캔 입장 모습
변화된 중국 박물관
4년 만에 방문한 중국 박물관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 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는 박물관에도 적용되었다. 중국의 중대형 박물관은 방문 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핸드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된다. 게다가 온라인 예약 시 중국 전화번호를 입력하도록 하여 외국인의 경우 예약이 불가능하다. 물론, 전화 예약이나 현장에서 QR코드 스캔을 통해 현장 예약 및 입장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만약 당일 박물관 예약이 꽉 찼다면 입장할 수 없다. 고궁박물관, 국
가박물관과 같은 인기 박물관은 예약 전쟁이 상시적으로 펼쳐진다고 한다. 다행히 필자가 방문한 박물관의 경우 대부분 현장에서 정해진 절차를 거쳐 입장이 가능했다.
선양박물관 전시 모습(입체 배경 속 유물 전시)
또한 박물관 전시도 디지털화가 뚜렷했다. 최근 중국 각지의 박물관은 개별적으로 온라인 전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랴오닝성박물관의 경우 현장의 상설·특별 전시(常設·臨視展覽) 외에 홈페이지를 통한 3D 가상전시(數字展廳), 핸드폰을 통한 클라우드 전시(微展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시기 박물관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선양박물관 전시 모습(거울을 이용한 디지털 전시)
그리고 최근에 옛 랴오닝성박물관 자리에 새로 개관한 선양박물관의 경우, 단순히 유물만 전시하고 간단한 설명만 덧붙이던 전시 기법에서 벗어나 유물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기법 등 여러 가지 시각적인 장치를 가미한 노력들이 엿보였다. 과거 중국 박물관의 다소 기계적이고 건조한 전시 방법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물관을 찾는 일반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거 주요 박물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박물관이 한산했던 것과는 달리, 지역의 중점 박물관들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입장하는 등 방학을 이용해 박물관을 찾은 가족, 학교 단위의 관람객들로 붐벼서 차분하게 유물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사진 촬영도 쉽지 않았다.
유치원 체험학습 활동
어린이 도슨트(docent) 활동
중국의 박물관 중흥 정책
중국은 21세기 들어 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그중 중국의 유구한 문명을 보여주는 고고학과 역사학의 연구성과를 확산하는 통로로서 박물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민 대중, 특히 청소년들로 하여금 민족 단결력과 민족 자부심을 높이고자 한다. 한편, ‘다원일체’의 중화민족공동체를 중시하는 기조에서 중국 동북지역의 지역 박물관에도 중원 지역과의 관련성이 강조되어 맥락과 상관없이 중원계 유물이 전시된다든지, 지역의 재지문화 요소가 덜 부각되는 등의 전시 구성의 변화도 일부 발견되었다.
그리고 초중고교 학생들이 수업 후, 또는 휴일 및 방학 등에도 박물관을 관람하도록 장려하는 한편, 박물관에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와 관광의 통합을 촉진하여 문화자원을 통한 농촌 및 소외 지역의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와는 달리 지역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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