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네현의 ‘죽도의 날’ 행사
영토주권전시관에 전시된 독도 강치 박제
2005년 2월 23일 시마네현 의회는 의원 35명이 「‘죽도의 날’을 정하는 조례안」을 제출하였고, 3월 16일 상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에는 독도에 대한 일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2월 22일을 ‘죽도의 날’로 정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매년 2월 22일마다 시마네현에서는 ‘죽도의 날’ 행사를 개최하였고, 일본에 독도 영유권이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올해 2월 22일에도 어김없이 시마네현에서는 ‘죽도의 날’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현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를 하였다. 2월 22일 오후 마쓰에시(松江市) 시마네현청 바로 옆에 위치한 시마네현민회관(島根縣民會館)에서 ‘죽도의 날’ 행사가 개최되었다. 올해로 19번째를 맞이한 기념식 행사였다. 한국 언론에서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현의 행사 진행과 관련 동향을 보도하였다.
‘죽도의 날’ 행사 내용
기념식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행사 진행은 시마네현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중계로 이루어졌다. 1부는 환영사, 축사, 내빈 소개, 감사장 증정, 특별결의 낭독으로 식순이 진행되었다. 1부 순서는 2023년 행사와 동일하였고, 주최자와 내빈 그리고 일반 모집 참가자를 합쳐 328명이 참석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한창 유행하고 있던 2020년부터 2023년에는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던 것과 비교하면 예년의 참석 인원 수준이 일정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에서는 시마네현 지사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시마네현 의회 의장 소노야마 시게루(園山繁)가 환영사를 하였다. 내빈으로는 일본 정부의 차관급 관료로 내각부(內閣府) 정무관 히라누마 쇼지로(平沼正二郞), 중의원 의원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와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참의원 의원 신바 가즈야(榛葉賀津也)와 아오키 가즈히코(靑木一彦) 등이 참석하여 축사를 하였다. 이날 비서의 대리 출석 두 명을 포함하여 전체 14명의 일본 국회의원이 참석하였다. 이 가운데 12명이 자유민주당 소속이었고,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소속 의원이 각각 한 명이었다.
기념식 참가자의 발언
도쿄영토주권전시관 입구
‘죽도의 날’ 기념식 행사를 거행하기 전 마루야마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각의로 결정해서 받아내고, 정부 주최로 행사를 해주기 바란다”, “외교·방위는 시마네현의 일이 아니다”고 발언하였다. 발언 내용은 『산인주오신보(山陰中央新報)』 2024년 2월 21일자 기사로 소개되었다. ‘죽도의 날’ 행사를 일본 정부 차원에서 가져가 주최해야 한다는 입장은 작년 기념식 행사에서 한 발언을 반복한 것에 가깝다. 이날 기념식 환영사에서 그는 「학습지도요령」에 기초한 충실한 영토주권 교육의 실시, 영토·주권전시관 전시의 지방순회, 조사 연구와 국제사회를 향한 정보 발신 등을 강조하였다.
해마다 이어진 내각부대신(內閣府大臣) 정무관의 기념식 행사 참가는 올해가 12번째이다. 작년에는 나카노 히데유키(中野秀幸)가 참석하였다. 올해는 새롭게 히라누마 쇼지로가 정무관으로 와서 축사를 하였다. 히라누마는 도쿄에 개설한 영토주권전시관에는 4만 3천 명 이상이 방문하였고, 독도에서 가지고 간 강치의 박제 전시가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향후 일본 내 니가타(新潟), 사이타마(埼玉) 등지에서 기획전의 순회 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하였다. 시마네현과의 연계를 통해 ‘죽도’에 대한 SNS 발신,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작년까지는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이 참석하였으나 현재는 일본 정부에서 경제부흥담당 대신이 되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하여 법무대신(法務大臣)을 역임한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의원이 참석하여 “의원 연맹 차원에서 영토 문제에 대한 국내외 홍보와 발신 강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내빈들의 축사와 인사가 끝난 후에는 특별결의 낭독이 있었다. 결의 내용은 작년과 같았다. 결의 사항은 “‘죽도’ 영토권 조기 확립”을 목표로 한 전체 7가지 요구사항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는 ‘죽도’ 관련 연구기관의 설치와 젊은 연구자 육성, 조사 연구에 대한 지원, 일본 정부를 향한 문제의 조기 해결 촉구, 새로운 자료 발굴을 활용한 교육자료 제작과 배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연사 두 명의 울릉도·독도 관련 강연
2부에는 울릉도·독도와 관련하여 두 명의 연사가 강연을 하였다. 한 명은 나가시마 히로키(永島廣紀) 규슈대학(九州大學) 한국연구센터 교수로, 그는 제4기와 제5기 시마네현 죽도문제연구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나가시마의 강연 제목은 “울릉도에서 ‘죽도’는 보이는가?”였다. 1882년 울릉도에 다녀온 울릉도검찰사(鬱陵島檢察使) 이규원이 남긴 기록 『울릉도검찰일기(鬱陵島檢察日記)』에 대한 연구 현황, 자료 안에서 이규원이 울릉도 산 정상에 올라가 해상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기사를 뽑아서 소개하였다. 강연 내용은 재작년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죽도자료공부회 보고서에 수록된 글 「이규원과 『울릉도검찰일기』에 대하여」 일부를 대중에게 소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인주오신보』 2024년 2월 23일자에서는 강연자 나가시마의 사진과 강연의 주요 내용을 「울릉도에서 항상 보이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뽑아서 보도하였다.
다른 한 명은 매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여 강연을 하고 있는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죽도문제연구 특별고문이었다. 그의 강연 주제는 “다시 ‘죽도의 날’을 생각한다”였다. 그의 강연은 시마네현에서 「‘죽도의 날’을 정하는 조례」가 제정된 경과, 2013년 일본 정부에서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이 만들어진 이후 2018년 영토·주권전시관의 개관, 2020년 전시관 이전 등의 경과를 소개하였다. 특히 그는 영토·주권전시관의 규모, 자료 전시와 정보 전달 방식을 두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영등포 독도체험관과 비교하였다. 한국의 전국적인 독도체험관 운영을 의식하면서 향후 영토·주권전시관의 리모델링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영토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내려는 모습은 참석한 일본 의원들의 발언과 시모조의 강연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점이다.
‘죽도의 날’과 ‘고양이의 날’
시마네현 개최 '죽도의 날' 기념식 행사
하지만 2월 22일 일본 TV 방송에서는 ‘죽도의 날’ 기념행사 개최 동향은 단신 보도에 가까웠다. 인접한 돗토리(鳥取)나 히로시마(廣島) 등의 지역에서는 행사에 대한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NHK에서는 시마네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죽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8%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고 소개하였다. 이보다도 ‘고양이의 날(猫の日)’과 관련하여 이벤트와 맛집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방송을 할애한 비중이 더 높았다. 2월 22일의 같은 날짜라고 하더라도 일본 사회 내에서 대중적으로 좀 더 높은 관심을 끄는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단면일 것이다. 시마네현 지사가 ‘죽도의 날’ 행사를 일본 정부에서 가져가 주최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는 발언과 매년 반복해서 요구하는 결의안의 이면에는 대국민 차원의 관심 약화와 동력 상실에 대한 불안감 등이 내재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이면 시마네현의 ‘죽도의 날’ 행사 추진과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도 20번째를 맞이한다. 한국의 독도 교육과 독도체험관 운영 등을 의식하면서 전시와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한 기념식 발언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일본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 흐름 속에서 냉정하게 살펴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