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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연구와 세 권의 책
  • 오병수 재단 명예연구위원

지난해 11, 재단에서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3: 동아시아 냉전과 역사학을 출판했다. 같은 타이틀의 1(제국의 학술 기획과 만주, 2021), 2(1930년대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발흥, 2023)에 이은 세 번째 출간이다. 이 세 권의 책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재단에서 장기간 진행한 기획 연구의 결과이다. 이미 책의 서문에서 밝힌 대로, 이 연구를 기획한 의도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 내의 현안인 역사 갈등 문제를 학술사적 방법을 통해 성찰함으로써 문제의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바람직한 해결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초 5년의 장기 연구를 기획하였으나, 책 세 권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연구의 책임자이자 편집자로서 쑥스러운 일이지만, 출간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크기변환]31)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1권 ,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1권 , 『제국의 학술기획과 만주』

 

[크기변환]32)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2권 , 『1930년대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발흥』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2권 , 『1930년대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발흥』

 

[크기변환]33)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3권 , 『동아시아 냉전과 역사학』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 역사학 3권 , 『동아시아 냉전과 역사학』

 

동아시아 역사학에 대한 학술사적 조망

이 연구는 중국 및 동아시아 근대 역사학을 학술사 차원에서 조망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 내의 역사 문제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학술사는 모든 지식을 사회적 산물로 전제하고, 지식과 지식문화와 학술 제도를 성찰함으로써 문제를 새로운 맥락에서 이해하는 방법이다. 새로운 학술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한 전제 작업으로 유용하다.

동아시아에서 근대 역사학은 전통 역사학의 현대적 변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은 근대적 세계 인식의 수용과 함께 전문 역사가의 등장’, 학교와 학회 등 학술 제도와 규범의 형성’, ‘자국사 서술을 통한 민족주의의 재현등을 수반하였다. 학술사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각 나라가 처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예컨대, 근대적 사유와 방법의 수용, 역사 지식의 생성 및 유통 및 제도를 매개로 권력과 결합 지배적 형식을 형성하거나 이념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추적하여 국가적 특징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학술사적 방법을 활용하여 중국 및 동아시아 근대 역사학의 발전과 그것이 내장하는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분석함으로써 지역 내 역사 문제를 새롭게 전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 것이다. 특히 이데올로기 국가인 중국에서 역사학은 당국의 선전 정책의 일부를 구성하는 체제 학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역사 지식을 생산하는 체계와 문화를 밝히는 것이 중국의 역사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는 중국 및 동아시아의 근대 역사학의 형성을 주도한 주요 역사가와 그들이 구성한 학술문화에 주목하여 그들이 생산한 역사학이 어떻게 글로벌 근대와 지역 정치를 반영하면서 국가적 정체성을 재구성했는지 입체적으로 해명하고자 했다.

 

글로벌 근대와 지역 정치, 그리고 국민국가와 역사학

세 권의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1(제국의 학술 기획과 만주)에서는 근대 만주라는 공간을, 제국이 각축하는 지식 정치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청 제국 붕괴 이후 만주를 중국과 분리된 독립된 공간으로 설정한 영국과 일본 그리고 식민지 대학(경성제대, 만주 건국대)의 만주 연구와 그에 대한 중국 대응을 분석하였다. 만주를 중국의 변강이나 우리의 고토(故土)라는 인식을 넘어서 글로벌 제국 간의 경쟁과 각축의 공간으로 이해함으로써 만주에 대한 합리적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2(1930년대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의 발흥)에서는 1930년대 중국에서 민족주의 역사학이 구체화 되는 배경과 제도화 과정을 분석했다. 특히 일제는 만주 침략 이후 군사적 점령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정책을 구사하였다. 고고 역사 및 민족 조사 등 다양한 현지 조사를 동원한 만주사, 만선사의 편찬 등이 그러한 예였다. 만주를 중국에서 분리하고, 식민 통치에 편입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당연히 이는 중국의 대중 민족주의를 크게 자극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대중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등장한 중국 민족주의 역사학을 민족’, ‘변강’, ‘문화적 정체성’, ‘제국의 기억을 주제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현재 중국 역사학이 표현하는 민족주의 역사학의 원형을 추적하고자 하였다.

3(동아시아 냉전과 역사학)에서는 동아시아 냉전 속에 역사학이 탈식민적으로 변용되는 과정을 한국, 북한, 일본 그리고 중국의 경우를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학은 근대화, 탈역사화, 비 식민화(북한), 정치이념화(중국) 등의 패러다임을 통해 냉전시기 불완전한 국가 지위를 은폐하고, 현대화 기획의 주체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국주의적 역사 인식을 강화해왔음을 밝혔다. 그러한 과정에서 지역사 및 역사 발전의 보편성, 이른바 일국 단위의 내재적 발전등 국가사 형식으로 전유하고 재현하였음을 규명한 것이다.

 

후속 연구를 기대하며

주제도 다르고 편폭 차이도 심한 세 권의 책을 내는 것으로 연구는 일단락되었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근대 동아시아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지만 결국 한중일로 제한된 점이 그러하다. 한중일은 연동하는 역사 단위인 것은 틀림없지만 더욱 의미 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그 특권적 지위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변인 미국과 러시아와 유럽의 시각, 그리고 대만, 몽골, 베트남, 터키 등의 역사학을 아울러서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세계와 교호하며 이루어지는 동아시아 근대 역사학의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국주의 시대와 냉전 그리고 탈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중국 및 동아시아가 상호작용하여 생산해 낸 지식과 인식의 틀은 현재 동아시아 역사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며, 추후 연구해야 할 몫이다. 동아시아 지역 내 역사 갈등 문제는 정치화한 지식의 문제이지만, 이는 정치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안적 역사 서술을 통해서만 개선할 수 있다. 동아시아 근대 역사학의 형식과 의미도 상당 부분 변모하고 있고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역사 서술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학사 또는 학술사 연구는 역사학자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줄 것이다. 더욱 발전적인 후속 연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