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침탈사 시리즈3
'수탈'과 '발전' 넘어서기_ 일제강점기 조선 공업화의 실상
구호와 편견에서 벗어나기
이 책을 쓰면서 꼭 이것만은 지켜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그건 개발론이니 수탈론이니 하는 아전인수격, 편집증적인 연구에서 한발 벗어나서 허수열 교수가 늘 지적하던 것처럼 착취니 수탈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보편적인 수탈상이 환히 드러나는 연구, 시장론에 입각하더라도 시장파괴적 결말이 저절로 드러나는 연구를 이루는 것이었다. 어쩌면 구호와 이념의 스펙트럼을 덧씌우지 않아도 경제적 과오와 시장경제의 파괴 상황이 객관적 잣대로 솔솔 드러나는 연구를 목적으로 하였다.
이런 입장을 가지고, 이 책에서는 ‘전쟁 물자가 긴급히 요구되는 현실을 활용하여 대대적인 가수요와 초과이윤 축적을 겨냥한 당대 자본과 시장의 교활한 요구에 적극 반응하면서도, 제국에 정치 군사적 경제적 목적에도 충성을 다하려 했던 조선총독부의 공업정책’을 분석하였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빠짐없이 정리하였고, 1930년대 이후로 편중된 공업사를 식민지 시기 전체의 공업정책사로 완결짓고자 했으며, 시기별로는 총독부 ‘공업정책’의 구상과 입안, 실행, 전략 등으로 해부하였고, 지역별, 업종별 산업별 실상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고민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자립적 공업 진흥을 홍보하며 증산과 개발의 가면을 쓰면서도 실제로는 본토의 지시에 순응하여 조선인의 희생(犧牲)과 내핍(耐乏)에 기반한 물자 염출에 몰두함으로써 조선인의 피폐는 물론이고 해방 후 조선 경제의 재건에 고난의 단초를 심은 조선총독부 공업정책의 ‘진상(眞相)’을 명확히 보이려고 하였다.
김인호 동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