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와 함께한 고구려 사람들의 맛과 멋
고구려인들, 밥심으로 살다
흔히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밥은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주식이다. 이러한 밥을 끼니마다 잘 먹기 위해서 곡물로 밥을 맛있게 지어야 하는데, 고구려에서는 대체로 시루를 사용해 밥을 했다. 시루는 고조선 시대부터 자주 사용된 조리기구로 수증기와 열을 충분히 공급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익히는 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질그릇으로 밥을 해도 흙냄새가 배지 않게 하면서 곡물을 잘 호화시켰으므로 시루는 가마솥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많이 사용되었다.
실제로 안악 3호분 부엌도에는 고구려인들이 시루로 밥 짓는 모습이라 여길 수 있는 상황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1). 부엌의 여성들은 각각 아궁이에 불을 피우거나 그릇을 정리하며 부뚜막에 걸쳐진 솥과 결합된 시루 안으로 주걱을 넣어 젓고 있다. 이들 중 주걱을 든 여인은 밥을 푸기 전이나 밥을 고루 익히기 위해 뜸 들이기 전에 위와 아래를 섞고 있다고도 보인다. 이렇게 부뚜막 위의 조리 기물을 시루로 보는 이유는 시루와 연결된 자비용기 아랫부분이 아궁이 속 불 위에 붉은 선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그림 2). 밥을 비롯한 여러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구려인들이 사용한 시루는 다양하며 하부 구멍의 크기나 모양도 다채롭다. 출토된 시루 하부에 생성된 구멍은 작은 크기로 촘촘하게 뚫은 것에서 일정한 크기와 개수가 있거나 큰 구멍을 낸 것 등 여러 가지이다(그림 3).
한편, 고구려인들은 식사 때마다 적지 않은 양의 밥을 먹었다고 추정되는데, 그 이유로 여러 유적지에서 발굴된 그릇의 크기를 들 수 있다. 고구려인들이 사용했던 그릇은 용량이 상
당하며, 이 그릇에 담은 한 끼의 식사량은 현재 성인이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많다(그림 4). 본래 고구려에는 “음식을 아껴먹는 풍속(其俗節食)”이 있다고 했지만, 그릇에 드러난 고구려 사람들의 식사량은 ‘밥심’이라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를 실제로 증명하고 있다.
박유미 한국체육대학교 교양교직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