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과거로부터 활발한 문물교류가 있어왔다. 그 가운데 한반도는 동북아시아 문물교류의 중심지였고,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동북아시아에서 해상교류는 크게 한반도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신의주와 부산을 잇는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서남쪽은 위로부터 발해, 황해, 남해 등이 주 무대였고, 동북쪽은 동해와 오호츠크해가 무대였다. 문제는 국내에서의 기존 연구가 주로 한반도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서남쪽에 해당하는 바다를 통한 교류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고대문명의 중심축이 중국의 화북지역과 한반도 서남해안, 일본의 규슈(九州)·긴키(近畿) 일대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자가 70~80%의 비중을 점한다면, 후자 즉 동해를 통한 교류는 최소한 20~30%의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동해를 통한 교류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활발했다. 러시아연해주동해안일본으로 이어지는 항로는 황해남해일본으로 이어지는 루트에 못지않게 빈번히 이용되었다. 고대의 경우만 해도 고구려와 발해가 동해를 건너 일본과 활발한 교류를 하였다.
이번 현지조사의 목적도 이러한 흔적의 편린을 찾아보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07년 12월 2일부터 7일까지 5박 6일에 걸쳐 시행되었다. 주요 조사 대상 지역은 후쿠오카, 교토, 나라, 가나자와였다. 이하에서는 편의상 조사 진행순서대로 서술해 보겠다. 후쿠오카에서는 다자이후(大宰府)와 규슈국립박물관을 조사하였다.
다자이후는 고대 일본의 대외창구역할을 했던 기구였다. 여기에는 고구려·백제·신라·발해 등 한반도에서 건너온 여러 유물이 많이 발견된 곳이다.
특히 규슈에 있는 후쿠오카현 구라테군 다케하라 고분, 우키하군의 메즈라시즈카고분 등을 통해 볼 때, 5~6세기경에 북부 규슈지방에 고구려인이 이주하여 무덤을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발해의 대일 교류 가운데 발해사절단이 다자이후에 갔다는 기록이 있어, 규슈지역의 고구려·발해관련 유적과 유물에 대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규슈국립박물관은 다자이후터 근처에 있는데, 일본열도와 동아시아의 교류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일본 견당사선(遣唐使船)을 세밀하게 복원한 것과 각종 한반도계 수입물품 등이 주목을 끌었다.
센오쿠에서 찾은 고구려사신이 새겨진 석함(石函)
신칸센으로 교토로 이동한 후 코류지(廣隆寺), 국립교토박물관, 센오쿠박물관(泉屋博古館) 등을 조사했다. 코류지는 성덕태자의 명으로 603년에 세워진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이 절은 특히 레이호덴의 한가운데 모신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유명하다. 교토국립박물관은 일본 3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1만 2천여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박물관 가운데 하나이다. 센오쿠박물관은 교토외곽에 위치한 사설박물관으로, 이곳에는 고구려사신으로 추정되는 3인의 인물이 새겨진 석함(石函)이 소장되어 있다.
이는 국내학계에 아직 소개된 바가 없는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거둔 수확가운데 하나이다. 나라(奈良) 일대에서는 헤이죠큐(平城宮) 유적자료관, 아스카데라(飛鳥寺), 다카마쓰고분(高松塚古墳), 고려사(高麗寺)터 발굴현장, 도다이지(東大寺), 쇼소인(正倉院) 등을 조사하였다. 헤이죠쿠는 710년부터 784년까지 74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나라의 궁궐터이다. 신라와 발해사절단이 일본왕을 접견한 장소이다. 도다이지는 세계최대의 목조 건물 다이부쯔덴과 세계 최대의 청동불상 다이부쯔로 유명한 절이고, 쇼소인은 쇼무일왕의 유품과 불교용품·악기·복식·회화·문서 등을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인도 등 외국에서 전래된 고미술품을 보관하던 창고이다.
나라를 보고 우리 일행은 아스카로 향했다. 아스카는 나라로 천도가 단행되기 직전까지 일본의 수도(552∼645년)가 있던 곳이다. 나라현 아스카촌에 있는 아스카데라는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건물형태로서 '일탑금당배치식'이다. 평양근처의 청암리폐사터·상오리폐사터·정릉사 등과 같은 양식이다. 아울러 나라현에서 발견된 다카마쓰고분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편 교토 남쪽을 흐르는 기즈강(木津川) 부근의 야마시로초에 고려사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계속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규모가 매우 큰 고구려식 사원이라고 한다.
3일간에 걸친 교토·나라일대의 조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선더버드 기차를 타고 교토에서 가나자와(金澤市)로 이동했다.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石川縣)의 중심 도시로서, 옛 고구려·발해사절단이 동해를 건너 도착하던 관련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가나자와에서는 이시카와현 매장문화센터, 후쿠라항, 케다신사, 우네다유적 등을 조사하였다. 이시카와현 매장문화센터는 이시카와현 경내의 발굴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발해관련 유물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향후 네트워크구축이 시급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현(縣)단위 체계적 조사 필요
후쿠라항은 발해사절단이 도착했던 장소로 추정되는 곳으로, 오늘날에는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다. 가나자와시내에 있는 우네다(畝田) 유적은 일본측에서 발새사절단을 접대하기 위해 만든 각종 시설물 유적으로 목간을 비롯한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케다신사는 일본에서 발해로 가는 사절단의 안전항해를 기원하기 위한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느낀 것은 확실히 서면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지 전문가 및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구축과 현(縣)단위로 장기적·체계적인 조사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과 '동해표기명칭'과 '독도문제'가 현안으로 되어 있는 시점에서, 동해가 과거로부터 한민족의 터전이자 주 활동무대였다는 흔적을 찾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동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