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해외통신] 『동북아역사재단뉴스』2008년 3월호

북경생활 6개월을 돌아보며
이인철 | 제2연구실 연구위원

오늘은 필자의 북경생활이 정확히 6개월 째 되는 날이다. 경북대학 후배이자 북경대학 파견교수 선배인 최윤정 박사가 많은 것을 도와주어 필자의 북경 생활은 어렵지 않게 시작되었다. 송성유 교수가 환영식을 성대하게 베풀어 준 기억도 생생하다. 중국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였다가 생각보다 음식량이 많이 나와 당황한 기억도 선명하다. 변강사지연구중심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도 가슴 설렘으로 남아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서 팔을 다쳐 고생한 일도 아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북경생활의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매일 가족과 통화하지만 그래도 아플 때 옆에서 돌보아 줄 사람이 없고, 팔을 다쳐도 혼자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외롭다. 그럼에도 북경생활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원이나 약국, 세탁소, 식당, 슈퍼, 서점, 식품가게의 종업원, 어학강사, 푸다오 등 주변에서 만나는 모든 중국인들이 나의 친한 이웃이고 친구들이다. 북경대에서는 송성유, 왕원주, 우대용, 팽소유 등 많은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기 때문에 객좌교수 생활이 가능하다.

필자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중국의 관심은 온통 중국이 달에 쏘아올린 창어(嫦娥)에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중국의 관심은 금년 8월에 열리게 되는 올림픽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88년 올림픽 때 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 TV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자는 광고를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필자가 만나는 중국인들은 한국을 좋아 한다. 중국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에 누구누구가 특히 예쁘다고 말한다.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TV 드라마에서 배웠다면서 '안녕하세요?'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중국 TV 드라마는 일본의 중국 침략을 다루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서점에 가면 한국관련 책은 극소수인 반면에 일본관련 서적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인 중국의 관심은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이 있다는 증좌이다. 북경대학 역사학과 동아시아사 전공에도 한국사보다는 일본사를 전공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

필자는 지난 학기 연구생(석사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고대사연구를 강의했다. 송성유 교수가 필자를 대신해서 미리 작성해 놓은 강의계획서에 맞추어 강의를 했다. 이번 학기에는 본과(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강의한다.

현재 북경대학과 재단 사이에 학술교류협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타결되면 공동학술회의와 연구원 파견 등이 협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번 4월초, 북경대 초청 유명인사 강연에 김용덕 이사장님이 오시게 되어 있는 것도 필자가 추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중국인들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중국,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출범과 함께 한중관계가 더욱 발전하고 남북관계가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중국인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중심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의 수도 북경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한국의 서울에서 바라보는 세상과는 분명 다르다. 재단은 동북아역사문제 해결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런 사업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파견연구원들의 활동과 관련해서는 내부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5년동안' 일본은 변할 것인가?
김관원 | 전략기획실 연구위원

2월 25일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일본은 이명박 차기 대통령에게 "역사문제 및 영토문제에서 과도한 이념적인 대응을 배제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대통령도 '실용외교'를 내세우며 한·일 외교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양국은 특사의 상호파견, 후쿠다 총리의 취임식 참석, 이명박 차기대통령에 대해 일본에서 열리는 G8서미트 참가요청, 셔틀외교 재개 등 관계수복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용어가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1998년의 '한일파트너십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현재의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 원인에는 '역사문제'가 있으며, 일본의 '사죄방식'에 있다. 일본과는 2002년 7월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표방했으나, 고이즈미 총리의 계속된 야스쿠니신사참배문제, '죽도의 날' 제정 등 독도관련문제, 역사교과서문제가 발생하면서 양국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한·일간에서 역사문제를 가지고 반복되어 왔던 문제이다.

특히 양국의 관계에서 역사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공명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사과하라, 반성하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며 미래지향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본다"고 했다. 이것은 앞으로 역사문제로 인한 한·일간 대립이 다시 분출하여 한국내 여론의 압력이 있을 경우,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

현재 한·일간에는 독도, 영해, 교과서왜곡, 일본군위안부, 야스쿠니신사에서의 유족 및 A급전범 분사, 한국인 BC급전범의 명예회복, 한국인피폭자, 사할린한국인, 한센병격리정책, 근로정신대 미지불임금, 재일동포참정권, 문화재반환 등 해결해야 할 역사현안이 있다. 그러나 해결을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사법적 또는 입법적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상황이 복잡하여 그 가능성은 대체적으로 희박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역사문제에 대한 시점과 내정에 대한 시점이 각 정치인 자신에게 있어서는 물론, 제1당과 제2당인 자민당과 민주당내에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즉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한 개인이 리버럴인지 보수인지 불분명하고, 당은 당대로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일본의 정치가는 내정에 대해 리버럴하다고 하더라도 역사문제 등으로 대표되는 외교관계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보수색이 짙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조약ㆍ동경재판을 부정하며 '전후체제 탈피'를 주창한 아베 전총리를 비롯한 보수ㆍ우익의 역사인식문제 관련 수정주의적인 자기주장은 궁극적으로 한국, 중국을 넘어 미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이기에 그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사상 및 과제설정에 의한 외교는 설 자리를 잃는다. 왜냐 하면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공동체형성'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