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한 고구려 유적의 발굴조사 과정과 내용에 대한 연구 및 일본으로 반출되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물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해두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조사연구 사업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의 광개토대왕비, 태왕릉, 장군총, 무용총, 각저총 등과 북한 평양시에 있는 대성산성의 사동고분군, 평안남도에 있는 강서대묘, 매산리사신총, 쌍영총 등 고구려를 대표하는 주요 유적들은 대부분 일제시기에 일본 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발굴·조사되었다. 이들은 강제병합이 이루어지기 전인 1900년대 초반부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발굴조사단을 구성, 조선인을 인부로 동원해 평양일대와 그 인근 지역에 있는 고구려 고분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고구려 고분은 동경제국대학의 세키노타다시(關野貞)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중점적으로 발굴했다. 때로는 복수의 팀을 구성하여 여러 유적에서 동시에 발굴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상당히 많은 수의 고분들을 조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의 조사 작업은 식민지배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강했기 때문에 학술적인 고적조사의 기본원칙을 충실히 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발굴 후 보고서 없이 개인 소장 사례 많아
초기의 작업은 무덤의 구조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봉분을 파고들어가 매장부를 확인하고 유물을 들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발굴과정 및 결과에 대한 보고서 발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발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그대로 사장되어 버리기도 했다. 이는 이후 고구려 고분연구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발굴해 낸 유물도 공공기관에 일괄 보관하지 않고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발굴조사에 참여한 일본인 학자들은 고구려 고분에서 수집한 유물의 상당수를 일본으로 가지고 갔다. 이들은 이를 자신의 연구실에 보관해 두고 강의시간에 활용하기도 했고, 강연회에서 경품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뒤에 박물관이나 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사후 그 후손들이 기증을 한 경우도 있다. 발굴참여자 외에 조선에 파견되어 있던 관리나, 골동품상, 유물애호가들이 수집해 소장한 고구려 유물들도 있다. 이들 개인 소장가들도 뒤에 자기 자신이나 후손들이 박물관이나 대학에 유물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된 고구려 유물들의 숫자는 매우 많았기 때문에 현재 일본 여러 지역의 대학 및 박물관에 상당량의 고구려 유물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최초로 고구려 고분을 발굴했던 만큼 파괴되지 않은 완형의 와당 같은 것은 현재 고구려 유적이 존재하고 있는 중국, 북한,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유물들의 경우 박물관이나 대학에서 진열장을 만들어 보관, 전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유물목록도 정리되지 않은 채 박스에 담겨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관련 연구자가 그 대학에 없는 경우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장군총, 천추총, 태왕릉 발굴과정 조사 계획
고구려 유물의 경우 고분의 매장 방식 자체가 도굴이 용이했고, 또 후기에는 유물을 많이 넣지 않는 薄葬(박장)이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유물이 많지 않다. 따라서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유물은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규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므로 무관심과 관리 소홀로 인해 자칫 훼손되고 멸실될 수 있는 유물의 실태를 파악하고, 조속히 관련 자료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본 재단에서는 그동안 결과보고서도 나오지 않았던 일제시기 고구려 유적 발굴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또 그때 수습된 유물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일본으로 반출되었는지 연구하고, 현재 일본 각 지역에 소장되어 있는 고구려 유물을 파악, 정리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유물 소장처와 유적의 발굴 시점에 따라 5개년에 걸쳐 자료정리 및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묶어 연차적으로 자료집으로 발간한다.
먼저 2007년 제 1차년도의 연구를 통해서 강제병합 전부터 1913년까지 이루어진 고구려 유적 조사에 대한 연구 및 관동지역 소재 고구려 유물을 정리 작업을 수행했고, 현재 그 결과 보고서 발간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년에는 1913년 10월과 1917년 7월에 조사된 장군총, 천추총, 태왕릉 및 고력묘자, 무개총, 고총, 삼실총 등의 발굴 과정 및 결과에 대해 검토하고, 일본 관서지역에 소재하는 고구려 유물자료를 정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유물의 멸실과 훼손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일제시기에 이루어진 일본인 연구자들의 고적조사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고구려 유적·유물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