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을 품은 사람들, 아픔을 기억하는 땅을 찾아서
하지민 | 광운대 2
평소에 시민사회에 관심이 많아 '해늘'이라는 지역사회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북아시아 역사 체험 발표 대회에 참가하게 돼서 기대가 컸습니다.
이 대회에 참여하기 전엔 학교에서 익혀야 하는 역사만 알고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왜 동북아시아를 함께 말하는 것 일까? 하는 의문부터 시작되었는데, 동북아시아 역사 체험 발표 대회를 준비 하는 필드워크 기간 동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역사의 공통점은 '식민지 시대를 겪었다'라는 사실과 올바른 역사의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쟁과 폭력의 역사'란 주제를 선정했고, 그 주제에 맞게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역사와 함께 '한'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아픔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땅'도 많습니다. 역사는 어제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는 오늘입니다. '한'을 가진 사람은 언제부터 품었을지 모르는 감정을 오늘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아픔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땅'도 여전히 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린 찾아 나섰습니다. 역사를 지난 과거가 아닌 오늘의 일로 기억하기 위해서 나무 한그루를 들고 여기 저기 찾아다녔습니다. '평화의 댐' '도라산 역' '나눔의 집' '전쟁기념관'. 그 곳의 흙을 모아 담으면서 역사를 알고, 나무를 심으면서 사실을 기억하며, 물을 주면서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기에 8월 한여름이 덥기보다는 따뜻했습니다. 8월 27일 발표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해늘' 만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심은 나무들이 있는 곳의 사람들, 공간의 뜻 모두가 담겨있어서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우리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줬습니다. 서로 무엇을 말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알기에 마음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대상이라는 아주 좋은 상을 받았습니다. 대상을 받아서 모든 친구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더불어 제2회 역사NGO세계대회에 초대받아 얼마 전 다녀왔습니다. 역사체험 발표 대회 때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일본 친구들과 함께 재일교포 선생님의 1인극 연극을 보면서 한참을 울기도 했습니다. 4박 5일 동안 역사를 공부하며, 웃고 우는 감정을 함께 느꼈습니다.
아직도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은 각자의 발전 공간을 찾고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 마찰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 대부분의 마찰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전쟁과 폭력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전쟁과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곳이 우리가 심은 평화의 나무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동북아 대학생 역사 체험 발표 대회, 제2회 역사NGO세계대회의 자리를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 공존을 위해 생각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나눈 시간, 함께 나눈 추억, 함께 배운 공부 잊지 않고 언제나 기억하면서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알릴 수 있는 한사람이 되겠습니다.
울돌목에서 빌리브란트를 떠올리다
오훈 | 학원강사
올해 가을이 다가왔을 무렵 전남 진도를 여행했다. 진돗개로 유명한 진도였지만 내 시선을 잡아 끈 건 단연 울돌목이었다. 역사기행으로 여행목표를 삼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주목이었으리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울돌목의 폭은 한강의 마포대교 부근의 폭보다 좁다. 그런 만큼 해류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어떤 이의 말처럼 정말 낮보다 밤에 듣는 소리가 훨씬 더 컸다. 소리가 워낙 커서 좀 무서울 정도였다.
울돌목의 힘찬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이충무공을 떠올려 봤다. 겨우겨우 수습한 함선 13척으로 200척도 넘는 왜군의 정예함대와 당당히 맞섰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데, 명량대첩에서 무려 133척의 적선을 격파했다니! 힘찬 물살과 함께 많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 중 서독 총리였던 빌리브란트도 내 머리를 스쳤다.
현재의 일본 총리는 아소 다로다. 그는 예전에 '창씨개명을 조선인 스스로가 선택해서 했다'라는 망언으로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었다. 전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강경 행보가 전임 후쿠다 총리의 친(親)동북아시아 정책으로 균형추가 맞춰지나 싶더니 현임 아소 다로 총리의 행보는 다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간 터부시되어 온 '대동아전쟁'이라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해버린 것이다. 대동아전쟁이라는 말의 함의는 우리에게 울분과 고통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아니 일본 자체 내에서도 군국주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는가? 그런 역사적으로 엄청난 함의가 있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한 국가의 지도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2차 대전 당시 무고한 희생을 당한 유태인들을 위해 눈물의 참회를 했다. 그런 빌리 브란트의 진심어린 참회는 2차 대전 피해국들을 감동시켰고 주변 국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현재의 독일이 있게 했다. 일본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우리의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충무공 이순신의 주가는 상한가가 된다. 민족주의자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나조차도 그런 경향에 편승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가보다. 충무공의 주가가 그냥 보합세로 유지하는 그날은 언제일까? 일본에 빌리 브란트 같은 총리가 나타나는 그때일까? 과연 그런 날이 올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쓴 웃음부터 나온다.
울돌목의 힘찬 물소리가 귓전에 어른거린다. 세상의 풍파를 다 어루만지듯 도도하게 흐르는 그 물살이 난 좋다. 힘차게 흐르는 울돌목의 물살처럼 한일 양국관계에도 시원하게 뚫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