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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동아시아 3국의 문화 속 교류와 소통을 이야기하다
  • 유하영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책의 기획 배경과 의도


추천이책연동하는 동아시아 문화2012~2014년 개최한 동아시아 문화 속의 중국, 일본, 한국이라는 주제의 국제 학술회의 성과를 엮은 것으로 이 책의 13편 글 중 9편은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된 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나머지 한글로 된 글은 일반적인 교정 작업을 거쳐 거의 그대로 수록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겨 번역 초고를 만드는 데 애쓴 분들은 모두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이다. 단행본을 출간한 의도는 일차적으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그 성과물을 단행본으로 출간해 온 관행을 이어가려는 데 있다. 하지만, 한층 더 근본적으로는 재단이 동아시아사연구포럼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초창기 비전인 소통의 취지를 살리자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는 3년에 걸쳐 총 41편의 논문이 발표되었으나, 선별을 위해 우선 연도별 주제(중국/대만, 일본, 한국)와 필자의 출신 지역이 고루 배치되도록 고려하였다. 더욱 중요하게는 연동하는 동아시아라는 문제의식에 부합하는 글을 우선적으로 골랐다. 즉 서로 깊이 연관된 동아시아가 여러 방향으로 상호 작용하는 공간을 서술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경계를 횡단한 사람, 사물, 지식이 교류하는 가운데 나타내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글을 중시하였다. 특히 어느 한 국가가 문화 발신의 주체이고 나머지가 무조건 그 수용의 객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주체들이 서로 어떻게 문화를 발신하고 수용하며 변용했는지를 동태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동아시아사연구포럼의 설립 취지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세 개의 세부 주제로 나뉜 각 논문의 개요


책은 이러한 기준에 맞는 글 13편을 세 개의 세부 주제로 나누어 수록했는데 그 한편 한편의 간략한 개요는 다음과 같다.

     

1상호인식과 세계관에서는 모두 4편의 글을 실었다. 주로 중국과 일본의 상호인식이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관의 형성과 연관되는지를 규명하였다. ‘한자문화권개념도 그 하나의 사례로 다루고 있다. 야마무로 신이치는 동경과 두려움’, ‘격리의 파토스’, ‘만다라라는 키워드를 통해 중국 문화를 보는 일본의 시선을 다루고 있다. 카와시마 신은 동아시아 지역질서가 근대적으로 재구성되는 양상을 근대 중국의 전통적 책봉조공에 대한 견해와 영토 및 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주린은 근대 일본의 대표적 동양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나이토 코난의 학문과 활동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상호인식의 문제에 접근한다. 무라다 유우지로는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가 전후 일본에서 일본과 세계 간의 관계를 새로이 묻게 된 맥락 속에서 사용되고 정착된 개념이라고 본다.

     

2문자와 텍스트의 교류와 연쇄에서는 모두 4편의 글을 실었다. 우연히도 한국의 고전 텍스트나 문자의 사용을 중심으로 어떻게 동아시아 문화 교류가 이뤄졌는지 분석한 글들을 선정하였다. 정다함은 중심과 경계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설득하기 위해 15세기 조선에서 통용되던 한문/한리문/한어와 훈민정음의 관계를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한다. 박현규는 동아시아에서 전통시기 허준의 동의보감이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상세히 고찰하였다. 구체적으로 동의보감이 동아시아에 전래, 수용되는 과정,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의 출판과 판본 등을 다루었다. 서동주는 1938년 일본에서의 성공적 흥행을 등에 업고 식민지에 상륙해 식민지의 문화공간에 전례 없는 관심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어 연극 춘향전을 다루고 있다. 사오이핑은 중국에서 출판된 몇 가지 판본의 구운몽을 상세히 분석하였고, 현재 중국 대학에서 구운몽을 교육하는 현황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3문화의 혼융과 주체성, 그리고 미래에서는 모두 5편의 글을 실었다. 동아시아 문화의 환류는 때로 그 수용 주체 간의 충돌과 갈등을 수반하지만 서로 혼융되면서 서서히 문명의 전환을 이루어왔다. 그것이 앞으로 평화의 동아시아를 만드는 문화역량이 될 수 있을지는 개별 주체의 선택에 달렸음을 보여준다. 정재정은 문명의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인간의 이동, 전쟁의 충격, 물자의 교역 등 세 가지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수 천 년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문명을 교류하고 또 문명의 전환을 이뤄왔는가를 거시적으로 서술하였다. 김문경은 동아시아가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천하려면 두 가지 역사적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하나는 동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개념으로서 한자문화권이 적절한가이고, 또 하나는 근대 이전 한··3국의 관계가 매우 우호적이었다는 견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리청지는 타이완 유행가의 100년 역사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개관하며 문화의 혼융에 주목한다. 식민지 시기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콘텐츠가 시장을 주도하였고, 1930년대에 이르러 대만어 유행가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제국주의 문화와 식민지 문화가 중첩되는 이원성을 보여주었다. 에드워드 비커스는 2차대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교과과정이 변화되는 양상을 상세히 다룬다. 특히 일반 역사, 중국 역사, 사회 과목 등 교과과정이 대륙과의 변화무쌍한 관계 속에서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 문제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엔도 세이지는 전후 일본의 평화운동이 지향했던 가치를 개관하고 평화문제담화회일본평화학회의 조직 및 활동을 상세히 다루면서 이들 두 단체를 포함한 전후 일본의 평화운동이 지향한 평화가치를 정부정책의 우경화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현재 동아시아의 각 사회에서는 높아지는 대중의 역사인식에 비해 역사학이나 역사 교육의 역할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 재단과 포럼의 지난 3년간의 국제 학술회의 성과를 묶은 이 책이 역사학의 사회적 유용성에 대해 공감대를 넓히는 촉매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