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예로부터 울릉도의 부속섬으로서 우리 고유의 영토이다. 1900년 대한제국은 칙령 제41호를 통해 울도군수의 관할구역에 독도가 포함되어 있음을 법적으로 규정하였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했으나 광복과 함께 되돌아온 주권 회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독도와 울릉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국내 최초의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의 관장을 역임한 이승진 전 관장을 만나 지난 17년간 동해를 벗 삼아 살며 보고 느낀 것들,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와 영토주권, 디지털 아카이브로서 박물관의 미래 활용 가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대담 | 홍성근, 재단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이승진, 전 독도박물관 관장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문화인류학 전공)을 마쳤다. 영남대학교박물관 학예연구원,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외래연구원을 지냈으며,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독도박물관장으로 재임했다. 주요 논저로는 「이른바 울릉도 고고학과 도리이 류조(鳥居龍藏)」, 「울릉도 역사의 새로운 발견–세 가지 각석문 검토」, 「조선시대 울릉도 수토 사료 검토」, 『아름다운 섬, 독도 그리고 울릉도』, 『동해(East Sea)인가, 조선해(Sea of Korea)인가』 등이 있으며, 『근대 울릉도 독도를 조명하다』. 『사진으로 쓴 울릉도의 가까운 옛날』, 『독도박물관 소장 자료로 보는 한국 땅 독도』 등의 도록을 발행한 바 있다. |
Q. 울릉도를 대표하는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의 2대 관장으로 15년여 간 재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기본적으로 박물관은 자료를 찾고 수집하는 일, 찾아낸 자료를 연구하고 결과를 전시하는 일, 그리고 그 결과를 교육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울릉도·독도를 교육하고 홍보하는 일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습니다. 국제학술회의인 울릉도포럼을 수 차례 개최하고,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공감하고 교류하기 위해 전국 주요 도시의 지역박물관과 연계하여 ‘찾아가는 독도박물관’이라는 주제로 공동 전시회를 개최했지요. 또 일본의 불법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려고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해외 특별전을 기획했고, 1천 500년 전 울릉도에도 사람이 살았음을 증명하는 ‘울릉도 출토 유물 귀향전’을 통해 통일신라시대 울릉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독도박물관의 전통적인 전시 기법에서 탈피해서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연출을 도입한 전시실과 영상실 리모델링 사업에 애썼던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Q. 독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매우 큽니다. “독도를 알기 위해서는 울릉도 열쇠부터 풀어야 한다”라는 말을 해오셨는데 이 말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요?
A. 학계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밝히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료를 중심으로 전개된 역사학자들의 연구, 국제법적 근거와 논리를 찾고자 한 법학자들의 노력, 독도 생태계에 대한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힘입은 생물학적 이해 등은 모두 독도 영유권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정작 울릉도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도와 관련된 각종 문헌 자료를 살펴보면 고려는 11세기 초 여진족이 침략한 후에도 울릉도에 지속적인 관심과 개척의 노력을 가했고, 조선은 쇄환정책과 수토정책을 통해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했습니다. 바다의 길을 따라 울릉도를 개척한 호남의 해민들, 17세기 안용복의 활약, 20세기 홍순칠 대장을 비롯한 독도의용수비대의 활약 또한 울릉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울릉도의 사람과 사회와 문화를 보면 독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울릉도의 삶과 역사는 곧 독도의 역사이자 한반도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울릉도 고고학의 성과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울릉도에서는 100기 이상의 고분은 물론 토기, 목걸이, 귀걸이 등의 장신구, 동관편 등 수천 점의 유물도 발굴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분들은 울릉도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지배집단이 적어도 1천 500년 전부터 존재했음을 증명합니다. 고고학을 통해 울릉도 고분의 분포상과 축조 방식이 밝혀지고, 출토 유물을 통해 통일신라시대라는 시간적인 위치를 밝혔다는 점에서 실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도에 관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사랑은 일본의 억지 주장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울릉도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독도만큼 제고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기대와 희망이 있습니다.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단 한 순간도 남의 나라 땅이 된 적이 없는 우리 영토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독도를 지키는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사람이 매년 수십만 명에 이릅니다. 울릉도나 독도의 역사를 더 잘 익히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바른 역사를 익히고 배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방문해서 보고 느끼는 것입니다. 맑은 날에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입니다. 당연히 독도에서도 울릉도가 보이지요. 해 질 무렵 울릉도에서는 강원도 쪽 산을 볼 수 있고, 동해시 초록봉에서도 울릉도를 볼 수 있습니다. 1253년 고려 고종 40년에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망무릉도행(望武陵島行)은 삼척 소공대에서 울릉도를 바라보며 쓴 글입니다. 512년 신라 지증왕 때 이사부(異斯夫)의 울릉도 출병도 이미 울릉도를 직접 보아 그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독도는 일본에선 볼 수 없지만 울릉도에서는 잘 보이는 섬입니다. 사람들은 옛적부터 동쪽 바다에 울릉도와 독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육지와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왕래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울릉도에는 독도박물관 외에도 안용복기념관, 수토역사전시관,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등의 전시 시설이 있습니다. 그중 독도박물관을 먼저 관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1997년 국내 최초의 영토박물관으로 개관한 독도박물관은 독도 영유권에 관한 사료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스스로 독도와 울릉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분명히 한 사료를 소장 중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사료만 전시하면서 우리나라 땅이라고 주장하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가능한 한 일본 측 사료를 많이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독도박물관을 관람한 후에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석포 소재 안용복기념관을 방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17세기 일본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확약받은 안용복의 활약을 기념하는 전시관입니다. 이후 수토사를 파견하여 울릉도와 독도를 지킨 2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태하 소재 수토역사전시관, 수토정책의 흔적인 도처의 각석문을 살펴보는 일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홍순칠 대장을 중심으로 조직한 독도의용수비대의 활약을 높이 평가하여 국가보훈처가 개관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방문도 추천합니다. 이 공간은 울릉도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Q. 코로나19 등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박물관의 전시 기법과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시 내용, 교육, 강좌, 체험활동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것이 박물관을 활성화하거나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까요?
A.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해 보면 박물관이 제공하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증가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예를 들어 로봇공학,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가상·증강현실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전시 안내 로봇의 등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호기심은 가히 폭발적이겠지요. 외국인과 다국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교육과 홍보 효과는 더 커질 겁니다. 결국, 전시해설사나 큐레이터의 역할 측면에서 상당 부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여러 박물관이 시스템과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 가장 먼저 전시 환경과 전시 공간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고, 디지털 아카이빙(자료 축적)을 통해 차별 없는 문화와 교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집니다. 또 과거에는 관람객이 박물관에 직접 가야만 관람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기존 박물관이 가지는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원하는 박물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관람객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교육과 홍보 측면에서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접 전시 시설이나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현장 체험 교육의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독도박물관과 같은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A. 오늘날의 사회적 분위기는 박물관이 기존의 수집, 연구, 전시 기능에만 머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육적 역할을 회복하고, 세련된 홍보의 기능을 절실히 요구한다고 봅니다. 학교 교육과정이 변화하고, 다양한 종류의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커지다 보니 박물관, 전시관, 기념관과 같은 문화 공간을 방문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를 관람객으로 맞이하려면 박물관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독도박물관도 전시실 내에 전시된 사료의 네임 태그나 패널 등의 설명문을 보강하기보다는, 디지털 전시 기법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시설이 기반이 되면 어린이·청소년 체험 학습이나 일반인 대상 역사문화강좌 등의 사회 교육도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독도박물관은 문화 공간으로서, 동시에 독도 수호를 위한 대국민 영토·역사 교육의 중심 기관으로서, 지역사회 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Q. 독도 관련 자료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면 독도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관기관 간 자료 공유나 관리, 열람 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독도아카이브 구축은 대단히 중요하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진작에 진행되었어야 하는 국가적 사업입니다.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국가가 공공사업을 통해 국공립박물관, 대학박물관, 사립박물관, 각급 전시관 및 기념관, 개인 수집가 등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독도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겠다고 하면 유관기관들이 흔쾌히 협조하리라 생각합니다. 우선은 재단을 주축으로 각 기관이 축적하고 소장 중인 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의 내용을 정리하고 분류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누구나 온라인을 통해 접근 가능하도록 공개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원본이나 복제본을 수장고에 영구 보존하는 작업이 중요한데, 개인·단체·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협조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재단은 이미 독도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향후 박물관으로서의 기능도 갖추려 합니다. 기능 강화를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누구보다 울릉도와 독도를 사랑하는 분으로서 재단에 대한 제언도 부탁드립니다.
A. 재단 독도체험관이 박물관의 기능을 갖추는 데는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의 전통적 기능인 조사·연구, 전시·보존, 교육·홍보 측면을 생각해 보면 조사·연구 인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전시 전문 및 보존과학 전공 학예연구사, 교육·홍보 전문가, 특히 어린이와 외국인을 위한 전문 해설사 등의 인력은 별도로 보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현재의 독도체험관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위상을 생각해 볼 때 규모와 지리적 위치 면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이는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지하가 아닌 탁 트인 곳에서 다양한 전시 공간, 수장 공간, 간접 체험 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된 체험관과 박물관의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랍니다. 독도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