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뉴스레터

동북아역사재단 2022년 12월호 뉴스레터

동북아역사재단 2022년 12월호 뉴스레터

독립운동의 현장을 가다 3

독립운동의 국제화를 시도하다

신효승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NGLISH PAGE

세계 해저케이블 전신망(1903년) (출처: Atlantic-Cable.com)

1910년대 많은 한인이 중국 상하이(上海)에 모여들었다. 이들이 중국 상하이를 찾은 이유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서였다. 당시 중국 상하이는 대표적인 국제도시였다. 상하이의 한인은 한국 독립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이런 상하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 강화회의가 개최되고,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나면서 독립에 대한 열기가 국내외에서 고조되었다. 국내외 한인의 독립의지를 기반으로 여러 곳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중국 상하이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당시 한인 독립운동 전략은 국제 정세를 활용하여 대일 독립전쟁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상하이는 국제 정세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한인과 연계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상하이는 창강(長江) 하구에 위치하여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는데 중요한 길목이었다. 특히 창강의 지류인 황푸강(黃浦江)은 지형적 특성으로 항구를 건설하기에 적합하였다. 이런 까닭에 일찍부터 황푸강을 따라 포구가 자리를 잡았고, 중국이 개항한 이후에는 서구 열강의 조계가 설치되었다.

상하이를 통한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1870년대에는 해저케이블 등을 이용한 전신망까지 구축되었다. 상하이는 서유럽에서 홍콩을 경유한 전신망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가사키(長崎)를 경유한 중부 유럽망, 그리고 미국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연결된 전신망이 집중되었다. 이를 통해 상하이에는 세계 각지의 주식, 환율, 선물 등을 다루는 거래소가 형성될 수 있었다. 상하이는 동북아시아 여러 도시 중에 가장 빠르게 세계의 소식을 듣고, 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상하이의 환경은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며 한국의 독립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적합하였다.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자리한 곳은 프랑스 조계였다. 프랑스는 상하이 푸시에 조계를 차지한 이후 지속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 조계와 조계 주변의 정착촌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이 도로 주변에 대한 치안까지 장악하고 영향력 아래에 두었다. 1914년에는 2차 확장을 거치면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까지 사실상 조계에 포함시켰다. 상하이 한인 독립운동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근거지로 이 지역을 선택하여 자리를 잡았다.

201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기 소재지에 대한 기록이 발굴되었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 등에도 실려 있던 사진인데, 이전 기록이 장소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없었다. 반면 최근 발굴된 기록에는 ‘대한민국 원년 10월 11일 재중화민국 상해 법계 하비로 321호(大韓民國元年十月十一日在中華民國上海法界霞飛路三百二十一號)’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김광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주소는 상하이시 황푸구 화이하이루 650호(上海市浦淮海中路650)이다. 역사지리정보시스템(HGIS)을 이용하여 현재 위치와 당시 건물번호를 검토해 보면 같은 주소 내 ‘649호’로 초기 위치를 비정할 수 있다.

1910년대 이후 하비로를 비롯하여 그 인근에는 여러 서구식 건물이 들어섰고, 임시정부 청사 역시 그곳에 자리하였다. 이러한 서구식 건물에는 당시 상하이 조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서구인들이 살았고, 임시정부 인사는 이들과 적십자 활동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류를 통해 한국의 독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국의 독립에 대한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자 하였다. 지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었던 하비로 321호에서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독립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고자 하였던 독립운동가의 의지는 현재 우리를 통해 여전히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