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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1
일본 교과서 문제의 역사적 경위
  • 남상구 재단 연구정책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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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28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 직전인 316일에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돼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언론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먼저 한일관계를 개선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검정 결과를 보니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둘째는 독도와 식민 지배 관련 기술이 더 나빠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기술 근거인 교육과정이 2017년에 개정됐고, 출판사가 검정을 신청한 것이 작년 4월과 5월로, 작년에 검정 절차가 대부분 완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뒤통수를 맞았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 교과서가 더 나빠졌는지 아닌지는 현재 사용하는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4년 전과 비교하고, 또한 일본 교과서 기술의 변화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검정제도를 통한 교과서 통제와 이에나가 소송


  19458월 일본이 패전한 후 연합국 점령하에 새로 발간된 역사 교과서에는 난징대학살도 기술됐다. 1949년부터는 교과서 발행제도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었는데, 일본의 침략을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하지만 19524월 연합국의 점령이 끝나자, 보수 세력은 침략전쟁과 가해 사실의 기술에 대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19558월부터 11월까지 여당인 민주당이 『걱정스러운 교과서 문제』라는 소책자(3)를 배포하면서 공격은 본격화됐다. 일본의 중국 침략을 교과서에 기술한 것에 대해 이것이 과연 일본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이를 1차 교과서 공격이라고 한다. 이러한 비판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검정제도를 이용해 교과서 기술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1957년 교과서 검정에서는 불합격률이 30% 정도였다. 그 결과 일본의 침략전쟁 기술이 줄어들었다.

  1965년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郎) 교수는 정부의 교과서 기술 통제에 맞서, 교과서 검정제도는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 3차로 이어졌고 1997년까지 32년간 진행됐다. 19701심 판결에서 스기모토 료키치(杉本良吉) 재판장은 교과서의 사상 내용을 심사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고 더욱이 교과서 내용 개입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나가 소송은 검정제도가 위헌이라는 결정은 끌어내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의 교과서 기술 통제를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


2차 교과서 공격근린제국조항신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국, 1972년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유감과 사죄를 표명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 견해는 교과서에도 반영됐다. 1966년부터 간토대지진(關東大地震) 조선인 학살과 강제 동원을 기술한 교과서가 등장하고 1974년부터 난징대학살(南京大虐殺)이 다시 교과서에 기술됐다. 교과서에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관련 기술이 늘어나자 보수 세력은 교과서를 공격했다. 이것을 2차 교과서 공격이라고 한다.

  19801월 여당인 자민당이 당 기관지에 지금 교과서는-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연재를 시작했다. 7월에는 오쿠노 세이스케(奥野誠亮) 법무장관이 현행 교과서는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을 피하는 등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1982626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문부성이 중국 침략을 진출로 수정하도록 했다고 보도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3.1운동이 폭동으로, 신사참배 강요가 장려로 바뀌는 등 식민 지배 관련 기술이 왜곡됐고 침략전쟁 관련 기술이 대폭 삭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4개 항목 6가지 기술은 즉시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와 관계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는 국제이해와 국제협력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하겠다는 근린제국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은 지금도 교과서 검정기준에 포함돼 있다. 1982년 일본 교과서 왜곡 파동을 계기로 일본 교과서 문제는 일본 국내 문제에서 국제 문제로 그 성격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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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 관련 우리 정부 대응 등 현황을 다룬 1면 기사(『동아일보』, 1982.8.6.)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 개선


  제2차 교과서 공격은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을 축소하려던 보수 세력의 의도와 달리, 기술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1984년과 1985년 검정을 통과한 모든 중학교,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에 난징대학살이 기술됐다.

1990년대 접어들자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필두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은 담화를 발표해 위안소의 설치 및 위안부동원에 일본 정부와 군이 관여한 점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1995년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침략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교과서 기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3년과 1994년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 23종 가운데 22, 1996년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 전부에 일본군위안부문제가 기술됐다. 도쿄서적(東京書籍)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조선인 강제연행이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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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출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치쿠호(후쿠오카현)의 탄광에 연행된 김씨' 칼럼(1986년 검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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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적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조선인 강제연행' 칼럼(1997년 검정 통과)


보수 세력의 역공과 일본 정부 개입


  교과서에 일본군위안부가 기술되는 등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이 늘어나자 보수 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 자민당은 19938역사검토위원회를 설치했고 19966월에는 밝은 일본국회의원 연맹’, 19972월에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침략 국가로 죄악시하는 자학적 역사인식과 비굴한 사죄 외교에 결코 동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일본군위안부기술 삭제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19971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발족했다. 이들이 만든 중학교 역사와 공민 교과서가 2001년 검정을 통과했다. 2006년에는 교육기본법이 개정됐는데, 애국심을 키우는 것이 교육 목적의 하나라고 명기했다.

  2014117일에는 일본 정부가 검정기준을 개정해 특정 사실을 너무 강조해서는 안 되고, 각의 결정 등의 방법으로 제시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와 대법원 판례가 있으면 이에 기초해서 기술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일본 정부의 견해가 교과서에 기술되고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관련 기술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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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일본군을 해방군으로 맞이한 인도네시아 사람들" 칼럼

    

영토 기술 강화와 독도 기술 악화


  2001년까지는 일본 교과서 문제라고 하면 침략전쟁과 식민지배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2008년 중학교 교육과정 해설에 독도가 명기되면서 독도 기술 문제가 대두했다. 2011년 중학교 지리, 공민 교과서에 전부 독도가 일본 영토로 기술됐다. 2014128일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가르치도록 했다. 이 개정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01425일 국회에서 역사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고유영토라고 명확하게 기술하여, 해외에서도 만약 아이들이 논쟁했을 때도 확실하게 일본의 견해를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7년 개정된 초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독도가 일본고유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명기됐다. 이러한 변화가 교과서에 반영돼 독도 기술의 악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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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교출판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 독도 기술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한국 불법 점검'(2019년 검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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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적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일본 영토 문제 기술(2015년 검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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